▲대만대학 정문 진입로김준희
대만대학에서 만난 한국인 선교사
도서관 앞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한궈런?"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한궈런'이라는 말이 나온 걸로 봐서 한국인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내가 말했다.
"워스한궈런"
그가 씩 웃는다.
"한국인이세요?"
이 사람도 한국인이었구나. 대학생처럼 보이지는 않고 여행객도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서 뭘 하는 걸까? 그가 내 옆에 앉으면서 물었다.
"여행 오셨어요?"
"예. 오늘 새벽에 도착했습니다."
"왠지 모습이 한국인처럼 보이더라구요. 전 대만에 온 지 4년 되었습니다. 선교사예요."
선교사. 설마 여행 온 사람을 상대로 선교를 하는 건 아니겠지.
그가 말했다.
"대만의 인상이 어떠세요?"
"글쎄요…. 사람들이 무척 친절하고 개방적으로 보이네요. 물가는 우리나라하고 비슷한 것 같구요."
"예 맞아요. 한국이랑 경제 수준은 비슷한데 사람들은 많이 친절하고 소박합니다. 정도 많구요. 여행 하시다 보면 느낄 거예요."
그 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대만의 정치 얘기가 나왔다.
"대만은 외환보유고 세계 1, 2위를 다투는 나라지만 정치적으로는 많이 불안해요."
"왜요?"
"중국 때문이죠. 중국은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그냥 중국의 한 지역 정도로만 취급하고 있지요."
재미있는 얘기다. 좀 더 들어볼까?
"아 그렇습니까?"
"올림픽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대만은 올림픽에 출전할 때 타이완(Taiwan)이란 국명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차이나-타이페이(China-Taipei)란 이름으로 출전하지요. 그게 다 중국의 압력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만에서 정말 돈 많은 사람들은 전부 외국으로 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대만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구나. 그동안 내가 대만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져 대만대학을 둘러보고 나와서 용산사로 향했다. 용산사도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고 그 근처에 예약해둔 호텔이 있다. 용산사를 보고나서 호텔로 가서 체크인 하고 좀 씻고 나서 쉬고 싶었다. 아니 무엇보다도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용산사 주변은 서민의 거리
MRT 용산사역에서 내려서 그 앞의 편의점에서 포도 주스를 하나 샀다(20NT). 포도주스를 먹으면서 용산사로 들어갔다. 용산사는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전형적인 대만의 사원이라고 한다. 내부의 돌기둥에는 용들이 조각되어 있고 지붕에도 용들이 장식되어 있다.
대만에서는 현재 도교와 불교 인구가 가장 많아서 약 90% 가량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용산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기도를 하고 향을 피우는 모습들이었다. 사람들이 워낙 많고 시끄러워서 차분히 둘러볼 수가 없다. 그래서 결국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결국 마지막 날까지 다시 들르지는 못했지만.
용산사에서 지도를 보면서 호텔로 향했다. 용산사 주변 거리는 전형적인 대만의 서민 거리라고 한다. 오후 3시 가량인데도 노점상 주변에서는 모여서 음식을 먹으며 술을 마시는 아저씨들이 많다. 거리의 좌판에도 알 수 없는 음식과 물건들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호텔에 가서 바우처를 보여주니 "Only one people?(한 사람?)" 하면서 키를 건네준다. 작은 싱글 룸에 들어가서 씻고 침대에 누우니 나도 모르게 잠이 쏟아졌다. '단수이에 가야 되는데…'
눈을 뜨니 4시가 넘은 시간이다. 일어나자마자 가져온 인스턴트커피를 꺼내 복도에 있는 식수대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서 커피를 만들었다. 씻고 난 후에 자고 일어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니까 남부러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단수이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커피를 마시고 나서 보조가방만 멘 채로 밖으로 나섰다. 단수이는 MRT 단수이선의 종착역에 위치한 항구이다. 교통이 편리해서 타이페이 시민들이 평일에도 많이 찾는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일몰의 모습이 볼만하고 해안의 길을 따라 늘어선 좌판의 먹을거리가 많은 곳이라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이다.
MRT를 한번 갈아타고 50분 정도 가니까 단수이역이 나왔다. 밖으로 나가서 조금 걸으니까 해안과 바다가 나타났다. 날이 흐리고 빗방울마저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서 그 유명한 단수이 석양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아니 석양은커녕 수평선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이 흐리다. 여기가 바다인지 안개 낀 강가인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