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산의 꽃 시계김준희
적당한 등산로를 하나 찾아서 오르기 시작했다. 바위산이 아니라서 그런지 오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상한 것은 등산로를 오르는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만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것보다 산 밑에 모여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조금 가다 보니까 무슨 폭포라고 쓴 표지판이 나온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작은 폭포가 있고 그 주위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 벤치에 모여서 뭔가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 폭포를 지나서 더 위로 올라가 보았다. 이러다 보면 한 봉우리의 정상에 도착할거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까 등산로가 꽤 좁다. 어느 정도냐면 겨우 한사람이 올라가기에 딱 맞은 폭이다. 분명히 닦여있는 등산로처럼 보이기는 한데 우리나라 산의 등산로에 비하면 너무 좁은 길이다. 그리고 길 주변으로는 나무들이 울창해서 좀처럼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 등산로에 접어들면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것 이외의 다른 행동을 할 수있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옆으로 비켜서서 사진을 찍거나 한쪽에 앉아서 물을 마시거나 쉴 수 있을 정도의 여유있는 길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올라가고 있는데 길이 끊겼다. 길의 앞에는 무슨 보일러실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이 있고 길은 어디로도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기가 정상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정상이라면 탁 트인 사방을 둘러볼 수 있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다. 주위를 돌아다녀 보니 여기까지 찻길이 연결되어 있다. 저 밑에서 올라오는 차가 보인다.
그렇다면 어디론가 갈수 있는 등산로가 또 있을 텐데 아무리 주변을 찾아보아도 그런 건 보이지 않는다. 앞쪽으로 가보니 집이 있고 계단식 농사를 짓는 밭도 보인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은 것 같다. 한 봉우리의 정상을 가보고 싶었는데 여기서 멈춰야 할 것만 같다.
시간은 1시 가까이 되었고 고궁박물관까지 가려면 안타까워도 이만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다음에는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하고 오자고 다짐하면서 산을 내려갔다. 다시 공원의 중심으로 내려와서 40NT짜리 ‘오뎅’과 해물을 섞은 작은 탕을 먹었다.
타이페이역으로 가는 버스를 탄 시간은 2시 30분이었다.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가면서 주위를 보니까 MRT역이 보인다. 버스는 MRT 단수이선을 따라서 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굳이 타이페이역까지 갈 필요가 없다. 스린(士林)역을 지나고 앞쪽으로 진탄(劍潭)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탄역에서 택시를 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난 앞으로 가서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뚸샤오치엔?"
아저씨는 뭐라고 말을 했지만 내가 멍청하게 서있자 오른손으로 왼쪽 손바닥에 15라는 수를 써보였다. 15NT를 내고 내려서 택시를 잡았다.
"워스한궈런(저는 한국인입니다)"
이 말을 하고 난 지도를 펴서 한자로 쓰인 고궁박물관을 가리켰다. 택시기사는 알았다는 듯이 말을 하고 고궁박물관으로 향했다.
타이페이에서 택시는 쉽게 눈에 띈다. 모든 택시가 짙은 노란색인데다가 지붕에는 택시임을 표시하는 등을 붙이고 다니기 때문에 타이페이 시내에서는 택시를 잡기가 쉽다. 기본요금은 70NT이고 미터제이지만 흥정도 가능하다고 한다.
잠시 후에 고궁박물관에 도착했다. 택시요금은 120NT. 편하게 온 걸 생각하면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대만의 고궁박물관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스 미술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슈 미술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