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해냄
이와 함께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이미 알려진 대로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국보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사건접수 11년만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또 검찰은 함께 고발된 이 소설의 출판사 사장이었던 김언호 한길사 사장에 대해서도 '공소권 없음' 처분키로 했다.
김 차장검사는 "소설의 전체 내용과 그 저술 동기, 예술작품이라는 특수성, 당시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태백산맥>이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을 담은 이적표현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책 내용 중에는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표현들이 산재해 있으나 독자와 문학평론가로부터 예술작품이라는 객관적이고 미학적인 가치를 획득했다"며 "이 같은 표현은 자유로운 토론과 상호비판 과정을 통해 충분히 여과딜 수 있는 수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태백산맥>에서 북한과 조선노동당이 인민을 대변하고 있고, 빨치산과 인민군을 정신무장이 투철한 부대라고 표현, 6·25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본 부분 등에 대해 이적성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차장검사는 "작가의 대담 기사 등에서 이 소설을 통해 해방직후 좌익운동이나 남로당 투쟁에 대해 역사적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면이 있다"며 "하지만 예술작품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덧붙여 김 차장검사는 "조정래씨가 <아리랑>, <한강> 등 이후 발표한 소설을 살펴보면 이적성이 의심되는 표현은 1980년대 우리 사회에서 유행했던 좌편향적 역사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작가에게 이적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 1994년 4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아무개씨와 '구국민족연맹' 등 8개 단체가 저자인 조정래씨와 출판사 대표를 경찰에 국보법 위반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초판이 발간된 지난 1986년부터 최근까지 500만부가 넘게 팔렸으며, 그동안 작품성과 함께 꾸준히 대중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검찰은 대중적인 평가를 받은 문학작품에 대해 실정법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고, 지난 2000년 문학평론가협회와 문인협회 등 6개 단체에 작품의 이적성 여부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장기미제로 남겨졌던 이번 사건에 대해 최근 대검 공안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11년만에 사건을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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