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성, 김주성 선수 안 부럽습니다

봄맞이 몸만들기에 한창인 준수

등록 2005.04.06 06:57수정 2005.04.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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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살아 움직인다는 봄입니다. 뒤늦은 눈발이 봄 오는 길목을 몇 번 막아섰지만 그렇게 막힐 봄이 아닙니다. 남녘에는 벌써 벚꽃축제가 열릴 정도로 꽃이 한창이지만 강원도의 굼뜬 나무들은 이제야 막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기원
봄이 되면 꽃잎과 나뭇잎만 생동하는 게 아닙니다. 겨울잠 자던 파충류와 양서류들도 기지개를 켭니다. 벌이며 나비의 날개 짓에도 힘이 솟습니다. 겨우내 기관지 천식으로 고생하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얼굴에 화색이 돌고 팔 다리에 힘이 붙습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면서 준수도 몸 만들기에 한창입니다. 척수 신경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척수 신경의 손상을 입게 되어 하반신 회복에 대한 가능성이 희박했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일어서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입학해서 생활한 것도 한 달이 지났습니다. 걷는 게 조심스러워 아침마다 태워다 주고 하교할 때에는 같은 반 친구 엄마의 차를 타고 왔습니다. 배설 신경 조절도 어려워서 기저귀를 차고 다녔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오줌을 감당할 만큼 신경이 되살아나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휴일이면 준수와 함께 몸 만들기 운동을 합니다. 준수의 몸을 회복시키는 데 운동이 최고라고 합니다. 손상된 신경은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준수와 함께 운동을 하다보면 날로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는 기저귀도 차지 않고 학교에 다닐 만큼 좋아졌습니다. 쉴 때면 준수 녀석은 다리에 힘을 주며 종아리 알통이 많이 단단해졌다고 자랑합니다. 농구가 하고 싶다며 가까운 초등학교나 공원에 가자고 합니다. 수술 전의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제법 그럴듯한 폼으로 점프도 하고 슛을 성공시키기도 합니다.


이기원

이기원

이기원
제 딴에는 신기성 선수나 김주성 선수처럼 멋지게 드리블을 해서 골밑 슛을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무리입니다. 지난 일요일에 비해 달라진 점은 점프가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준수가 운동을 하는데 동생 광수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골대에 맞고 튀어나가는 공을 잡아다가 형에게 패스를 하며 형을 돕고 있습니다.

골에 대한 감각도 많이 살아났습니다. 열 개씩 슛을 해서 누가 많은 골을 성공시키나 내기를 하면 준수가 제일 많이 넣습니다. 광수는 키가 작아 제 형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예전부터 운동 신경이 무딘 나도 열 개를 던지면 한두 번 성공시키기 바쁩니다. 덕분에 준수의 자신감이 부쩍 높아집니다.


이기원
그럴 듯한 폼으로 골을 성공시키는 준수를 보고 있으면 부러울 게 없습니다. 준수가 좋아하는 신기성 선수나 김주성 선수도 부럽지 않습니다. 절망을 딛고 일어서 희망을 만들어가는 자식을 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준수의 몸만들기는 꽃 피는 봄과 함께 쭈욱 계속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척수종양 수술 이후 몸만들기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준수 이야기입니다. 
-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척수종양 수술 이후 몸만들기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준수 이야기입니다. 
- 제 홈페이지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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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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