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듯 겨울을 밀어내고 나무 위에 사뿐 올라앉은 목련꽃, 그 모습이 마치 백설공주 같다.김형태
겨우내 아름다운 눈꽃으로 우리네 마음을 소담스럽게 했던 백설…. 그 백설이 물러난 아쉬움을 대신 채우려는 듯, 가장 먼저 우리에게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을 알리는 목련….
새하얀 목련꽃이 껍질을 벗고 피어나는 모습이, 아니 그 순수가 열리는 소리가 마치 봄이 부화하는, 새봄이 태어나는 소리로 들립니다.
‘나무에 피는 크고 탐스런 연꽃’이라 하여 ‘목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그러고 보니 정말 한 떨기 연꽃이 사뿐히 내려앉은 것 같습니다.
조금 멀찍이 보면 함박눈이 함초롬히 쌓인 눈꽃 같기도 하고, 또는 흰 비둘기떼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봄볕을 즐기는 것도 같고, 아주 가까이에서 보면 다른 봄꽃들에 비해 꽃망울이 커다래서 그런지 방금 태어난 아기백곰 같기도 합니다.
목련은 누가 뭐래도 새봄을 알리는, 4월을 대표하는 나무꽃입니다. 탐스럽게 피는 새하얀 꽃이 크기도 하고 향기 또한 좋아서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도 참으로 많습니다. ‘목련’이라는 이름 외에도 옥처럼 깨끗하고 소중한 나무라고 해서 ‘옥수’, 옥 같은 꽃에 난초 같은 향기가 있다고 ‘옥란’, 난초 같은 나무라고 ‘목란’, 꽃봉오리가 붓끝을 닮았다고 ‘목필’(겨울에는 잎눈과 꽃눈이 잘 다음어진 붓끝처럼 돋아나는데 특이하게도 잎눈에는 털이 없는데 꽃눈에는 황금색 털이 덮여 있음), 꽃봉오리가 모두 북쪽을 향했다고 ‘북향화’ 등으로 불립니다.
여기서 목련에 얽힌 전설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옛날 먼 옛날, 하늘나라에 사는 공주가 어느 날 우연히 북쪽에 있는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그곳의 바다지기를 보고는 그만 그를 마음에 담게 되었다고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의 열병에 빠져들면 그야말로 자나 깨나 그리운 임 생각뿐이라, 해가 떠도 임이요, 달이 떠도 오직 내 사랑 뿐인지라 하늘나라 공주는 북쪽 바닷가만 바라보며 바다지기만을 생각했답니다.
혼자 애를 태우던 공주는 더 이상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몰래 궁궐을 빠져나와 온갖 고생 끝에 북쪽 바다에 이르렀으나, 사랑의 비극은 늘 엇박자의 인연에 있듯이 바다지기에게는 이미 지어미가 있었습니다.
이에 상심한 공주는 그 길로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어 버렸고,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바다지기는 공주의 시신을 건져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공주를 잊지 못하고 슬퍼하며 지냈답니다.
자기 때문에 공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생각한 바다지기의 아내는 그만 약을 먹고 죽었고, 바다지기는 아내를 공주의 옆에 나란히 잠들게 하였습니다.
뒤에 이 사실을 안 하늘나라의 임금님은 이들을 가엾이 여겨, 공주는 백목련으로, 바다지기의 아내는 자목련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공주의 다하지 못한 사랑 때문에 목련꽃의 봉오리는 항상 바다지기가 살고 있는 북쪽하늘을 향하여 피어난다고 합니다.
이제 왜 목련꽃의 끄트머리가 북쪽으로 살짝 굽어 있는 줄 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