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키의 몇 곱절을 뛰는 벼룩이 높이뛰기 선수라면 자기 몸무게의 몇 곱절을 번쩍 드는 새싹은 지상 최고의 역기 선수가 아닐까?김형태
겨우내 쿨쿨 잠만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러나 나무는 결코 겨울잠을 자고 있지 않았습니다. 속 눈을 뜨고 있었던 것입니다. 눈보라 속에서 호흡을 멈춘 줄 알았는데, 적어도 그렇게 보였는데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무는 춥고 긴 겨울 동안 고행하는 수도승처럼 묵언정진하고 있었습니다. 가부좌를 튼 채 장기 금식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밀려드는 추위를 알몸으로 맞서며 목숨 건 한판 싸움을 힘겹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릎을 꿇었으나 아주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멋진 한판 승부, 곧 무혈혁명, 명예혁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