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가다

[페루 이야기⑥] 페루 푸에르토 말도나도 아마존 여행 이야기①

등록 2005.04.30 12:06수정 2005.05.0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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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있는 산소의 4분의 1을 만들어낸다고 알려진 지구의 허파 아마존. 이곳은 울창한 열대우림과 더불어 이름조차 생소한 식물과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수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산 보고다. 인류의 마지막 원시 지대인 이곳을 체험하기 위해 지난주, 4일의 일정으로 페루 동쪽의 아마존 도시인 푸에르토 말도나도(Puerto Maldonado)를 찾았다.

쿠스코(Cuzco)에서 비행기를 타고 30분여, 창밖으로 진녹색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펼쳐질 즈음 비행기는 게이트가 두 개뿐인 조그마한 푸에르토 말도나도 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후끈한 열기와 습한 공기. 단번에 '이곳이 아마존 지역이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푸에르토 말도나도는 브라질의 마나우스(Manaus)나 페루의 이키토스(Iquitos)처럼 유명한 대형 아마존 관광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 지역보다 인간의 손길이 덜 닿아 있어 비교적 덜 훼손된 천연의 아마존 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a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택시와 탐보파타 강의 선착장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택시와 탐보파타 강의 선착장 ⓒ 배한수

공항에서 오토바이에 승객칸을 연결한 택시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 10분여, 택시는 탐보파타(Tambopata)강과 연결된 선착장에 도착했다. 진황토색의 거대한 흙탕물이 흐르는 강 한켠에 마련된 선착장 입구에 들어서자 일행이 4일간 묵을 산장을 운영하고 있는 페루인과 프랑스인 두 명이 반갑게 인사하며 일행을 맞아주었다. 세 시간여 보트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는 말에 일행은 곧바로 모터가 달린 기다란 보트에 탑승했다.

a 아마존 지역 안으로 일행을 태워준 보트

아마존 지역 안으로 일행을 태워준 보트 ⓒ 배한수

보트에 앉아 빠른 속도로 눈앞에 다가오는 거대한 강줄기를 보고 있자니, 강이 아닌 거대한 흙탕물 줄기 속을 헤엄쳐 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물살은 거세고 탁했다. 물 속에 넣었던 손을 마른 후 만져 보니, 진흙가루가 손에 남아 비비는 촉감이 부드러웠다.

a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흐르고 있는 탐보파타(Tambopata)강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흐르고 있는 탐보파타(Tambopata)강 ⓒ 배한수

함께 탑승한 산장 주인은 "탐보파타강이 페루에서 아마존 지류와 연결되어 있는 강들 중에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이렇게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한 아마존의 수많은 지류는 약 1000여 개에 달한다"고 했다. 실로 엄청난 규모와 크기를 가졌다는 말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이렇게 형성된 지류는 처음에 북쪽으로 흐르다가 나중에는 동쪽으로 흘러 브라질 북부를 관통한 다음 적도의 대서양으로 흘러든다고 한다.

a 점심으로 제공된 음식들과 그라나디야의 내부 모습 (사진 오른쪽 위)

점심으로 제공된 음식들과 그라나디야의 내부 모습 (사진 오른쪽 위) ⓒ 배한수

보트에 함께 탑승한 사람들과 아마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길 두 시간쯤 됐을까, 한창 배가 고파질 무렵 배 안에서 점심 식사가 나왔다. 동그라한 바구니에 담겨져 나온 점심은 빵과 따말(Tamal)이라는 현지 음식, 그리고 과일들이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재료들로 만든 음식과 과일들로 준비된 점심은 먹는 재미 이외에도 생소함이 가져다주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주황색의 동그란 모양을 가진 그라나디야(Granadilla)는 단단한 껍질속에 스펀지와 같은 흰색의 부드러운 속껍질을 가지고 있고, 그 속에 개구리알 같이 생긴 씨를 가진 과일이다. 흉한 속 생김새와는 달리 톡톡 씹히는 맛과 달콤한 맛이 어울어지는 과일이었다.

a 옥수수로 만든 아마존 전통음식 따말

옥수수로 만든 아마존 전통음식 따말 ⓒ 배한수

하지만 점심에서 단연 돋보이는 음식은 옥수수가 주재료인 따말이라는 음식이었다. 바나나 잎으로 정성스레 싼 겉포장을 여니, 옥수수와 닭, 피망, 올리브를 섞어서 만들었다는 주황색의 내용물이 나왔는데, 이곳에서 즐겨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맛은 매콤한 옥수수빵 같은 맛으로 한국 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 훌륭한 맛이었다. 아마존 여행 후 매력에 빠져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프랑스 청년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라며 따말에 대한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a 아마존 입장료를 지불하는 산장과 내부에 비치된 동물의 유골, 나비 박재, 거북이 등껍질(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마존 입장료를 지불하는 산장과 내부에 비치된 동물의 유골, 나비 박재, 거북이 등껍질(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 배한수

점심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배가 어느 산장 앞에서 정지했다. 이곳은 아마존 지역을 들어가기 위한 입장료를 지불하는 곳이었는데, 산장에 올라가 내부를 들여다 보니 각종 동물의 유골과 나비의 박재, 거북이 등껍질, 아마존 지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잠깐 동안의 구경을 마치고 산장으로 가는 도중, 드디어 처음으로 동물을 발견했다.

a 진흙 속에 배를 묻고 있는 카피바라.

진흙 속에 배를 묻고 있는 카피바라. ⓒ 배한수

진흙 속에 배를 묻고 더위를 식히고 있는 이 동물의 이름은 카피바라. 쥐과에 속한다는 이 동물은 작은 돼지만한 커다란 몸집을 가졌지만 진흙과 흡사한 보호색의 털을 가져 멀리서는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행동이 느려 보트를 가까이 가져갔는데도 한참동안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다 이내 풀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카피바라는 가족 단위로 무리를 지어 다니며 낮밤을 가리지 않고 강가 진흙밭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a 쥬스의 원료로 쓰인 열대과일 카람볼라

쥬스의 원료로 쓰인 열대과일 카람볼라 ⓒ 배한수

이렇게 보트를 타고 항해를 시작한 지 세 시간 반여, 드디어 아마존 열대우림 속에 자리잡은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에는 프랑스인 두 명, 페루사람 여섯 명 등 총 8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산장에 들어가자 모두들 반갑게 맞아주며 차갑게 식힌 음료를 건냈다. 사과의 향이 나는 달콤한 주스는 이곳에서 나는 열대과일인 카람볼라(Carambola)으로 만들었는데, 갈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음료라고 추천해 단숨에 세 컵을 들이켰다.

a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산장의 모습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산장의 모습 ⓒ 배한수

산장은 모두 천연 소재로 만들어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기둥과 천장의 기본틀은 모두 나무로 만들어졌고, 지붕은 나뭇잎을 촘촘히 엮어 비가 새지 않도록 대비했다. 인공의 것이 가미된 것이라고는 집둘레에 쳐져 있는 나일론으로 만든 모기장뿐이었다. 산장의 주인은 이곳의 모든 산장들은 이와같이 정해진 범위 내에 천연의 소재로만 만들어야만 한다고 했다. 인공의 소재를 사용할 경우 법에 저촉이 되는 데다가 환경의 파괴를 우려한 정부의 방침인 것이다.

a 풍성한 열매가 열린 바나나 나무, 파파야 나무, 아르볼데빤 나무 (왼쪽부터)

풍성한 열매가 열린 바나나 나무, 파파야 나무, 아르볼데빤 나무 (왼쪽부터) ⓒ 배한수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려 날이 벌써 어두워져 오는 탓에 일행은 우선 전기가 없는 산장 내부에 촛불을 켠 채 짐을 풀고, 산장 주위 우림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산장 주변 우림지대로 조금 걸어 나가니 주렁주렁 열매를 매단 바나나 나무, 파파야 나무, 아르볼데빤 나무 등의 과일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또한 그 둘레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채 빽빽히 들어서 있어 숲은 장관을 이루었다.

순식간에 어두워진 우림 속을 랜턴을 들고 조금 걸어 들어가보니, 숲은 온갖 새들과 동물이 울어대는 소리로 신비로움이 가득했다. 이방인의 침입을 알리는 동물들의 울음 소리는 내일 있을 아마존 여행에 대한 기대를 부풀어 오르게 하기 충분했다.

덧붙이는 글 | 푸에르토 말도나도 아마존 여행기는 총 3부로 연재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푸에르토 말도나도 아마존 여행기는 총 3부로 연재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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