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장손'을 시집 보내다

열린우리-민주 의원들 대거 참석한 가운데 '꼭 올 사람' 3인은 못와

등록 2005.05.07 21:37수정 2005.05.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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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손' 지영씨와 신랑 장상현씨가 결혼식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손' 지영씨와 신랑 장상현씨가 결혼식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오마이뉴스 김당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7일 '장손'을 시집 보냈다.

김홍일(민주당) 의원의 장녀인 김지영(29·삼성전자 근무)씨는 이날 동갑내기로 개인 무역업을 하는 장상현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사돈이 된 장씨의 부친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영씨는 독립운동가로 대한민국 광복회 회장을 지낸 윤경빈옹의 외손녀이기도 하다.

이번이 김홍일 의원에게 개혼(開婚)은 아니다. 지난 2003년 DJ가 대통령직을 퇴임한 뒤에 김 의원의 둘째딸이 먼저 시집을 갔다. DJ가 손녀딸 중에서 둘째를 처음 여읠 때만 해도 대북송금 특검수사 등으로 심신이 쇠약한 때였다. 그러나 김 의원뿐만 아니라 세 손녀딸들도 모두 할아버지의 대통령 퇴임 이후로 혼사를 미뤘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은 딸만 셋을 두었다. 그래서 측근 인사들은 사석에서 DJ에게 "장손이 없어서 서운하지 않느냐"고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DJ는 손을 저었다. 특히 이희호 여사와 함께 여성계 인사들을 만날 때면 자신의 성격을 쏙 빼어 닮은 큰손녀 지영씨를 "우리 집 장손이다"고 소개하곤 했다.

지영씨 또한 미국에서 캘리포니아대학과 '유펜'(펜실베니아대) 대학원을 마친 재원으로 할아버지를 닮아 독립심이 강한 신세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혼 때만은 못하지만 이날 오후 1시에 결혼식이 시작된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 예식장은 김 의원이 속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로 북적였다. 이 혼사의 공동 청첩인도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염동연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었다. 김홍일 의원과 오랜 정치적 동지였던 두 사람이 각각 민주당과 '연청'을 대표해서 청첩을 맡은 셈이다.

결혼식장에는 염 의원 외에도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장영달 상임중앙위원 그리고 천정배 전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김태홍·김한길·배기선·윤호중·최성 의원 등 여당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최근 재·보선에서 '전패'를 당해 분위기가 가라앉은 열린우리당은 전날 경북 경주에서 상임중앙위원 워크숍을 갖고 단합대회를 가졌다. 따라서 문희상·염동연·장영달 3인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만사 제쳐두고 아침 일찍 비행기편으로 올라왔다.

현 정부 각료 중에서도 윤광웅 국방부장관과 추병직 건교부장관, 장하진 여성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전직 장관들로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장관, 장재식 전 산자부장관 등이 눈에 띄었다.


민주당에서는 한화갑 대표와 이낙연 의원 그리고 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밖에 한광옥·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 김옥두·설훈·윤철상·이협·장성민 전 의원, 박양수 광업진흥공사 사장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왼쪽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 한화갑 민주당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보낸 화환이 보인다.
왼쪽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 한화갑 민주당 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보낸 화환이 보인다.오마이뉴스 김당
많은 화환 가운데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김원기 국회의장, 한화갑 대표, 그리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보낸 화환이 식장 입구에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되었다.

김 전 대통령은 결혼식이 시작된 오후 1시께 이희호 여사와 함께 도착해 신랑·신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하객들에게 목례한 뒤에 2년여만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큰손녀의 혼인식을 지켜보았다. 지난 2003년 4월 둘째손녀도 공항터미널에서 혼인식을 올렸다.

당시 둘째손녀 혼인의 주례는 이해동 목사가 했다. 이날 큰손녀 주례는 최근 검사들과 사법개혁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한승헌 사법개혁추진위원장이 보았다. 두 주례가 모두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주동자들이자 김대중·김홍일 부자의 감방 동기들이다.

김홍일 의원 보좌관을 지냈던 김정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기자들이 이날 하객들의 면면을 묻자 "올 사람은 다 왔다"고 말했다. 지영씨의 막내삼촌 김홍걸씨도 눈에 띄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북적였던 '인동초' 등 몇몇 한정식집 주인들도 잊지 않고 하객으로 참석했다.

두 번째로 손녀딸을 시집 보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표정도 2003년보다는 훨씬 더 밝아 보였다.

그러나 '꼭 올 사람' 중에 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김대중 총재의 영원한 비서실장을 자처하는 권노갑 전 의원과 김대중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전 장관 그리고 둘째아들 김홍업씨가 그들이다.

보석 치료중인 박지원 실장과 형집행정지중인 권노갑 전 의원 그리고 형집행정지 기간이 끝나 수감중인 김홍업씨는 각각 부인들이 대신 참석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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