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종석 극비조사' 부인은 절반의 시인?

"극비조사 아닌 검토회의"... 이 차장, <월간중앙>에 기사삭제 요청

등록 2005.05.17 16:40수정 2005.05.17 17:22
0
원고료로 응원
이종석 NSC 사무차장 (자료사진)
이종석 NSC 사무차장 (자료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청와대는 일부 언론에서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이 지난 4월 이종석 NSC 사무차장에 대한 극비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에 대해 오보 대응을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오후 브리핑에서 "오늘 문화일보 1면의 이종석 차장 극비조사 및 작계 5029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에 대해 오보 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화일보는 "청와대가 이종석 NSC 사무차장을 비롯해 NSC 사무처 직원을 대상으로 극비리에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고 1면 머릿기사에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번 조사는 최근 한·미 양국간에 상당한 갈등을 초래했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작전계획 5029' 등 주요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차장과 NSC가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거나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실보고를 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및 한·미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다만,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NSC를 비롯한 외교안보팀의 대미 협상과정에서 부실한 점이 있지 않았느냐는 국정상황실의 문제제기가 있어 민정수석, 국정상황실장이 묻고 이종석 NSC 차장이 답변하는 두 차례의 '검토회의'를 가졌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4월 5일과 15일, 두 번 검토회의를 가졌다"면서 "그 결과 당시 협상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종료한 사안으로 '극비조사'나 '작계 5029'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이종석 차장에 대한 '극비조사'가 아니고 '검토회의'였으며, 문제가 된 사안도 '작계 5029' 관련 협상이 아니라 '전략적 유연성' 협상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이는 내부에서 문제제기해 자연스럽게 점검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따라서 청와대의 점검기능과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해명, 그러나...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 및 여권 고위 관계자 등을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당초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는 2003년부터 미측과 협상을 진행해온 '전략적 유연성'뿐만 아니라 '작계 5029' 건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청와대의 해명은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절반의 진실'만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관련
기사
- [4월 21일 보도] "NSC '판단착오'가 한·미 안보갈등 불러"

우선 국정상황실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전략적 유연성' 협상 및 '작계 5029'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또 두 사안은 서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상황실의 지적에 공감을 갖는 NSC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문서로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NSC의 한 고위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노 대통령이 지난 1월 NSC 관계자로부터 한·미간의 '작계5029' 수정협상을 둘러싼 갈등과 문제점에 대해 처음 보고받고 '이 문제가 중요한 사안인 만큼 협상 진행상황을 집중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의 지시로 미측과 협상이 진행중인 두 사안에 대한 '조정 및 점검' 권한이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장관에게 '위임'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청와대가 밝힌 대로 지난 4월 5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친 '검토회의'에서는 '작계 5029' 건이 아닌 '전략적 유연성' 협상을 주제로 토의를 한 것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동영 상임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지시 이후 실제로 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작계 5029' 추진 중단이 필요하다고 결론 지었으며, NSC 상임위원인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중단 사실을 연합사측에 전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이 독일·터키를 순방중인 지난 4월 15일에 NSC 사무처도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연합사가 '작계 5029'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2004년 12월 합참으로부터 보고받고 유관부처와 함께 그 내용을 검토했다"면서 "검토 결과 이 안이 한·미 군 당국간에 추진되기에 적절치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고 여러 사항들이 대한민국의 주권행사에 중대한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중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국정상황실과 NSC 내부에서도 두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노 대통령에게 문서로 보고해 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정동영 상임위원장에게 두 협상의 문제점이 뭔지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종석 차장, 월간중앙에 기사 삭제 요청

한편 이 사안이 오늘 갑작스레 문제된 것은 이날 발간되는 <월간중앙>에 '청와대 이종석 NSC 차장 극비 조사중 : 작계 5029 관련... 정동영 NSC 상임위원장 4월초 지시' 제목으로 관련 기사가 실린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날 문화일보도 "이날 발간된 월간중앙 6월호는 '청와대가 정동영 장관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386 인사 중심의 특별조사팀을 구성, 지난달초부터 조사에 착수했으며 특별조사팀은 NSC가 미국과의 협상 과정과 중간 결과를 대통령에게 부실하게 보고했거나 기망(속이거나 보고를 누락함)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월간중앙에는 17일 4시40분 현재 이 기사가 실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월간중앙과 중앙일보 고위 관계자들은 이 시간 현재도 게재 여부를 둘러싸고 회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대로라면 월간중앙 6월호는 오늘 오전에 발매하게 돼있다. 그런데 월간중앙 6월호는 오늘 오전에 인쇄를 해놓고 제본만 남은 상태에서 발매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중앙일보측에 따르면, 이에 앞서 이종석 차장은 월간중앙에 관련 기사가 게재된다는 얘기를 듣고 16일 중앙일보 및 월간중앙 관계자들과 접촉해 기사 삭제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청와대의 내부규정에 따르면 언론 보도의 삭제 요청 등과 관련해 홍보수석실을 통하지 않고 당사자가 직접 언론사측과 접촉하지 못하게 돼 있다. 따라서 규정위반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2. 2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3. 3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4. 4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5. 5 한강 노벨상에 숟가락 얹는 보수, 그들에게 필요한 염치 한강 노벨상에 숟가락 얹는 보수, 그들에게 필요한 염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