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막았으면 좋겠다"

[주한외교사절단 리셉션] 노 대통령의 '전쟁관'과 '평화론'

등록 2005.05.19 19:50수정 2005.05.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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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오후 주한외교사절단을 청와대로 초청, 다과를 함께 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호소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오후 주한외교사절단을 청와대로 초청, 다과를 함께 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동진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전쟁관'과 '평화론'을 피력했다. 주한 외교사절단을 초청한 자리에서다.

노 대통령은 19일 주한 외교사절단을 부부동반으로 청와대 녹지원에 초청해 개최한 리셉션에서 "여러분과 저 사이에 중요한 것은 전쟁을 막아야 하는 책임은 여러분들 손에 달려 있고, 여러분들이 전쟁을 결정할 수도 막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께 단순하지만 어려운 제안 하나 드리고자 한다"면서 "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만은 우리가 막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계 평화를 반드시 우리의 힘으로 꼭 실현시켰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인류적 관점에서 위대했던 전쟁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노 대통령은 "한 국가, 한 민족의 입장에서는 위대한 역사로 기록되는 그런 역사라 할지라도 다른 민족 입장에서 볼 때는 결코 위대하거나 행복하지 않는 역사의 기록이 전쟁"이라면서 "지금까지 한 국가 민족에게는 영광스런 전쟁이었을지 모르나 세계 평화, 세계 인류의 존엄과 가치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위대했던 전쟁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저는 그 점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예외가 없진 않지만 모든 전쟁은 다 그럴듯한 이유와 명분을 내걸고 이뤄졌고 또 영광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난 뒤에도 명분과 가치로 포장될 수 있는 전쟁은 거의 없다"면서 "아주 극히 소수 예외가 있을 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군 통수권자로서 가끔 정치와 군대의 역할을 생각해본다"고 전제하고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지만,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외교관들이고, 막상 전쟁이 나면 죽는 것은 군인이다"면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노 대통령은 "외교관 1인이 100만 대군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을 옛날에 들었지만, 이 속담이 가지는 의미와 또 다른 의미에서 외교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외교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힘 중에서 '신의 뜻'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국가의 이익'이라는 것이 우리를 지배하고, 또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세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더 높고 강한지 확신을 갖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정치를 직업으로 하고 외교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적 보편성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세 가지 중에 가장 보편적인 것이 있다고 한다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인권이다"면서 "그 인권을 중심으로 할 때 가장 생각하는 평화와 자유 이런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노 대통령은 이날 리셉션에서 전세계의 관심이 쏠린 북핵 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안하면서도 북핵 문제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웅변(인사말)을 한 것이다.

'북핵' 한 마디도 안하면서 평화적 해결 호소

아니나 다를까. 알프레도 웅고 주한엘살바도르 대사(주한외교단장)는 노 대통령의 인사말이 끝나자 주한외교사절단을 대표한 인사말에서 "북한 핵의 예측불가능 긴장 속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각하의 주변국들에 대한 노력을 저희 외교단은 높게 평가한다"면서 "아울러 북한 6자회담 복귀를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을 전폭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한편 윤태영 제1부속실장은 이날 노 대통령이 전쟁과 평화를 언급한 배경에 대해 "무슨 특정한 사안을 염두에 두거나 새로운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 평소 대통령께서 생각하고 자주 말씀해 오셨던 국제질서관 같은 것을 주한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피력하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리셉션에는 웅고 엘살바도르 대사 내외를 비롯한 92개국 공관장과 주한 국제기구 대표 포함 외교단 98명(배우자 포함 162명)과 국내 인사 68명(배우자 포함시 107명) 등 26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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