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위는 행담도개발㈜과 MOU 맺었다"

정태인 비서관 "이 사업은 'S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젝트"

등록 2005.05.25 19:31수정 2005.05.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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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안 개발사업을 위한 외자유치를 추진해온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가 지난해 7월 행담도개발㈜과 MOU(양해각서)를 맺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동북아위원회가 땅값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행담도개발㈜이 비용을 대서 컨셉 페이퍼(개념 보고서)를 만든다는 MOU에 따라 서남해안 개발사업 '컨셉 페이퍼'를 만들어 전남도에 보여주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태인 씨.
정태인 씨. 권우성
동북아위 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장(비서관)은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동북아위가 지난해 처음 서남해안 개발사업 외자유치를 맡아 컨셉 회의를 할 때부터 행담도 개발은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파일럿 프로젝트'라는 개념을 명확히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비서관은 또 "MOU에도 적시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정 비서관은 이어 "행담도 개발사업을 파일럿 프로젝트라고 하는 이유는 그 규모는 서남해안 개발사업의 1/200 정도이지만 거의 비슷한 컨셉의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파악해서 대규모 사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분규의 소지를 미리 막자는 취지에서 점검 대비하기 위해 파일럿 프로젝트로 행담도를 들여다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언급은 청와대가 야당과 일부 언론의 공세에 대한 '정면돌파' 쪽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 비서관은 우선 "서남해안 프로젝트는 '전라도의 꿈'이며, 잘못될 경우 싱가포르와 외교 분쟁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며 언론과 야당의 계속된 의혹 제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다.

정 비서관은 "행담도 문제는 모든 의혹이 밝혀져야 하지만 이 문제로 인해 싱가폴과 이를 대리하는 김재복 대표, 캘빈 유 주한싱가포르 대사에게 나쁜 영향이 가서 서남해안 프로젝트가 잘 안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 비서관은 또 "언론에서 사기극으로 몰고가고 있어 싱가포르와 외교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비서관은 또 "싱가폴이 투자 의사를 밝힌 S 프로젝트는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 자본 중에서) 가장 정교하고 실현성 높은 계획이고 작년 12월 한국-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된 정부차원의 사업"이라며 "싱가폴에서 2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 비서관은 "지난 1월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싱가폴 총리를 만나 싱가폴과 한국의 전략적 협정에 대한 친서가 오갔다"고 소개하고 "친서에는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과 동남아 허브를 지향하는 싱가폴이 IT, 바이오, 물류, 리조트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날 김우식 비서실장이 주재한 현안점검회의에서 최근 문제가 된 행담도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며 논의 결과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그동안 국가균형발전과 낙후된 호남지역 개발을 위해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해왔다"면서 "동북아시대위는 서남해안 개발사업을 위한 외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행담도 개발사업을 지원한 사실이 있다"고 이를 시인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 과정에서 무리함이나 실수가 있었는지는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만에 하나 잘못이 드러날 경우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나 "국가균형발전의 실현을 위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남해안 개발사업은 계속되어야 하고 사업의 신뢰도가 손상되거나 외자유치 사업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아울러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 정 비서관의 후임자인 이정호 동북아위 비서관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기자실에 들러 "감사원 조사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금 언론을 보면 (김재복 사장이) 사기꾼처럼 돼 가고 있다"면서 "싱가폴 측은 한국정부에 이런 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하면서 중국의 소주산업단지 경험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관련 당사자들이 직접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것은 행담도 개발사업과 관련해 감사원의 조사가 확대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지만, 이번 사건이 '제2의 오일게이트'로 비화되는 것을 초기에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면도 있어 보인다.

다음은 정태인 비서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동북아위가 중재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달라.
"뉴욕에서 8천500만원의 채권을 발행해 돈이 들어왔는데, 인출을 위해서는 도공이 자본협약 이행을 채권자들에게 얘기해야 했다. 당시 도공이 감사를 받고 있는 중이었는데 여러 이유를 들어 안된다고 했다. 채권발행 주간사인 시티증권측도 신뢰도에 타격을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래서 계약을 폐기하거나 이행하라는 게 우리 주문이었다."

- 계약을 폐기하면 어떻게 되는건가.
"도공이 매립 복원 비용 등 3천억원의 손해를 보게 돼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도공이 수익성을 보고 판단할 문제다. 자본협약은 전문가가 봐야 공정한지 알 수 있다. 1억500만불의 풋백옵션은 EKI가 현대건설로부터 26.1%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대한 리스크와 관련 있다."

- 동북아위에서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계약에 풋백옵션이 들어가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외자유치하면서 들어간 적도 있다. 도공이 수익성을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갖고 비교해야지 풋백옵션이 붙었다고 해서 불공정한 것은 아니다."

- 김재복 사장에게 향응접대 같은 것 받은 게 있나.
"주한 싱가포르 대사, 김재복씨, 문정인 위원장, 저, 기록을 위한 직원이 상당히 많이 만났다. 식사비 등은 반반쯤 냈을 것이다."

-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언론이 사기극으로 몰고 있다. 테마세크 밑에 싱가포르전력청이 있고 김재복씨는 전력청의 고문이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사기쳤다는 말도 된다. 그 사람들이 움직여야 (500억 달러 가운데) 나머지 300억달러도 유치할 수 있는 것이다."

- 정찬용 전 인사수석은 김재복씨가 IMF 이후 200억달러를 유치해온 장본인이라고 하던데.
"20조원 정도를 투자했다. 대부분의 싱가폴-한국 관계는 김재복씨와 싱가포르 대사가 했다."

- 정보기관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그 내용은 무엇인가.
"트랙 레코드는 좋다고 했다. 다만 두가지가 나쁘다고 했다. 하나는 행색이 꾀죄죄하다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청와대 사업을 한다'고 말하고 다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첫번째 것은 말이 안되고 두번째 것은 당시 서남해안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렇게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김씨는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금융도 하고 있고 '두부마을'이라는 것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지난해말 동북아위가 대통령에게 S프로젝트를 보고했는데 이 과정에서 행담도 문제가 거론됐나.
"S프로젝트와 행담도 문제는 관계없다."

- 싱가포르 인사들이 자신을 고위층에 과시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
"지난 1월 문정인 위원장이 건교부, 재경부 등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싱가폴 총리를 만났다. 당시 한-싱가포르 전략적 협력 등을 논의했고 (양국 정상간) 친서가 교환됐다. 그 내용은 '싱가포르는 동남아 허브, 한국은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만큼 IT, 바이오, 물류, 리조트 등에 적극 협력한다'는 것이었다."

- 친서에 행담도 개발 문제도 명시됐나.
"그런게 있을리 없다."

- S프로젝트는 언제 발표하나.
"9천만평 규모인데 이를 발표하면 땅값이 올라간다. 마스터플랜을 보고 가능성을 확정한 뒤 땅값을 동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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