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갯벌 지키는 '독수리 삼형제'

갯벌 배움터 '그레' 지키는 고은식 오종환 김종덕씨

등록 2005.07.01 15:12수정 2005.07.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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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도에 갯바람이 분다. 상처투성이로 갯벌을 헤매는 농발게의 걸음걸이도 힘을 잃은 지 오래, 개발 논리나 환경운동의 당위성보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a 계화도 갯벌을 지키는 고은식(43)·오종환(43)·김종덕(39)씨(왼쪽부터)의 구릿빛 피부가 돋보인다

계화도 갯벌을 지키는 고은식(43)·오종환(43)·김종덕(39)씨(왼쪽부터)의 구릿빛 피부가 돋보인다 ⓒ 정종인

새만금 갯벌 배움터 '그레'(063-583-3985)를 이끌고 있는 고은식(43)·오종환(43)·김종덕(39)씨는 '계화도를 지키는 독수리 3형제'라는 말에 모처럼 그늘을 걷어내고 밝게 웃었다. 농발게의 귀여운 더듬이 손짓처럼.

a 갯벌을 찾은 '광주 창의적인 글쓰기 토론 논술교실'의 선생님과 아이들

갯벌을 찾은 '광주 창의적인 글쓰기 토론 논술교실'의 선생님과 아이들 ⓒ 정종인

'갯벌살리기 첨병'... 탐방객도 줄이어

동진강과 만경강이 하구에서 서로 만나 몸을 섞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 '계화도'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계화도를 지키는 갯벌 배움터 '그레'.
환경운동연합을 비롯, 해외 환경운동가들까지 계화도 갯벌을 살리기 위한 작은 몸짓을 담아내는 '요새'다. 그레를 선봉에서 지키고 있는 3인방은 의형제 이상으로 서로에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a 갯벌에 있는 짱둥어 모양의 솟대

갯벌에 있는 짱둥어 모양의 솟대 ⓒ 정종인

이들 독수리3형제의 의기 투합 과정은 드라마 같다. 맏형 격인 고은식씨는 계화도 토박이로 고향을 지키고 있는 파수꾼. 짧지 않은 인생이지만 자신의 여정에 '돌부리'가 된 새만금간척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바지락 양식장을 관리하며 탐스런 미래를 만들어 왔다. 그는 아내와 함께 '생명의 땅' 계화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하늘이 주신 사명'이라 생각하고 숙명처럼 받아 들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영상 카메라 작가 출신 오종환씨는 새만금 반대운동을 취재하다 갯벌과 운명을 함께하게 됐다. 지난 2003년 1월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새만금 생명평화모임 회원들과 부인 주민들과 함께 짱둥이를 메고 상경 투쟁을 벌일 때 시민방송 스태프로 참여한 인연으로 '계화도 사람'이 됐다.


막내격인 김종덕씨는 서울에서 생활하며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다 고령이신 부모님 병 간호를 위해 낙향했다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이들이 펼치는 1년 농사(?) 가운데 가장 바쁜 철인 7월. 그레 사무실에 있는 일정표에는 각종 스케줄로 가득하다. 그레는 지난해 김 가공 공장을 개조해 만들어졌는데 리모델링 당시 서울대학교 환경동아리 '씨알' 회원들이 참여해 구슬땀을 흘리는 등 환경을 지켜나가는 동지(?)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다.

a 고은식씨가 아이들에게 갯벌의 소중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은식씨가 아이들에게 갯벌의 소중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종인

'4공구를 터라' 깃발 나부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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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4공구를 터라!"

우리 나라 전체 갯벌의 8%와 전북 갯벌의 65%를 차지하는 계화도 갯벌을 찾은 지난주, 동네 어귀부터 판화로 찍힌 하얀 깃발이 외지인들에게 따뜻한 악수를 건네고 있었다.

'4공구를 터라.'

그레를 이끌고 있는 고씨를 비롯한 공동체 사람들은 4공구 해수유통을 무엇보다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개발독재에 의해 지역 주민들을 속이고 지구의 허파이자, 자궁이자 콩팥인 갯벌, 만생명의 모태인 만경, 동진강 하구역 갯벌이 무참히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고씨는 참여 정부가 들어서도 계화도 주민들을 비롯, 서해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 받으며 목을 옥죄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 어민들의 생명터였던 계화도 갯벌

어민들의 생명터였던 계화도 갯벌 ⓒ 정종인

해저 생물의 보고인 '갯벌'

계화도 갯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플랑크톤부터 각종 조개류, 게 등 371종의 저서생물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민물과 짠물이 교차되는 지점이라 더욱 많은 생물종이 살아가고 있으며 인근 연안 어류들의 산란장이다. 계화도 갯벌이 없어지면 다양한 생물종이 살아가는 터전이 붕괴되고 결국 생태계의 먹이 사슬이 끊어진다. 여기에 어족 자원은 줄어 들어 그 영향은 서해안 전체에 미칠 것이라는 게 고씨의 설명이다.

a 개화도 갯벌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농발게

개화도 갯벌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농발게 ⓒ 정종인

a 갯벌탐사에 나선 광주의 상아양과 그의 친구

갯벌탐사에 나선 광주의 상아양과 그의 친구 ⓒ 정종인

a 탐사를 끝낸 아이들이 백합죽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탐사를 끝낸 아이들이 백합죽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 정종인

a 갯벌 근처엔 약수터도 있다

갯벌 근처엔 약수터도 있다 ⓒ 정종인

사라져가는 계화도 백합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바라보는 계화도는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인해 육지와 닿았지만 이전에는 섬 앞뒤로 거센 조류가 흐르던 생명력 넘치는 섬이었다. 계화도 주민들은 썰물 때면 갯벌이 드러나 걸어 들어갈 수 있었던 시절을 향수처럼 간직하고 있다.
고씨와 함께 황폐한 갯벌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갯벌을 향하며 범상치 않은 솟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새만금 갯벌 지킴이들이 갯벌 보존을 염원하며 계화도 갯벌 들머리에 짱둥어 솟대를 세웠다.

이곳은 현장 학습을 나온 학생들이나 가족단위 탐방객들의 단골 사진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농토로 변하지 않았던 계화도는 선택 받은 섬이었습니다. 계화도가 막히지 않고 섬이었을 때 전어와 복어, 꽃게, 반지락, 백합 등이 넘쳐났습니다. 어류들의 산란 장소이기도 했던 계화도는 억지로 뚝을 막고 논을 만들어 산란 장소를 없애니까 그 많던 꽃게들이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환경 파괴로 어자원들은 사라졌지만 고등동물인 저희 인간들은 하늘이 주신 축복의 땅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합니다."

계화도를 지키는 독수리 3형제가 끈질길 생명력으로 '희망의 땅'을 버릴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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