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강이 있는 쌍곡계곡을 아시나요?

충북 괴산군에 자리잡고 있는 쌍곡계곡

등록 2005.07.21 09:02수정 2005.07.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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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청년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며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여름철이 되면 으레 산과 들로 놀러가듯, 1박 2일 정도 즐겁고 또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을 찾은 것. 그래서 방이라든지 텐트를 칠 장소까지, 그런 곳들을 미리 예약하려 했다.

나 혼자 가면 하루 종일 헤맬 것 같아서 청년 두 사람과 함께 돌아다녔다. 우선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섰는데, 멀리 월악산 자락에 있는 ‘억수계곡’을 찾아갔다. 내 딴엔 물이 ‘억수’로 많이 흘러서, 그래서 억수계곡이라고 이름을 붙였지 싶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물이 많지 않았다. 가뭄 탓인지 계곡 물은 밑바닥을 쳤다. 발을 담그고 있기가 민망스러울 것 같았다. 만약 하늘에서 비가 억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계곡물에 발을 담그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인삼 씨앗을 뒤적이고 있는 '방곡' 할아버지
인삼 씨앗을 뒤적이고 있는 '방곡' 할아버지권성권
하여 발길을 돌렸다. 억수계곡과는 다른 쪽에 있는 ‘쌍곡계곡’을 찾아갔다. 월악산에서 쌍곡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그런 시간이라면 충주에서는 40분 정도 걸릴 셈이었다. 그리 멀지 않는 그곳은 괴산군에 자리 잡고 있고, 또 속리산 국립공원 내에 똬리를 틀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가는 길에 방곡 마을에 잠시 들렀다. 그곳에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처음 길이라 물어물어 갔는데, 엉뚱하게도 그곳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들어오길 잘 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 바로 전국에 널리 알려진 인삼막걸리를 만드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인삼막걸리를 봤다. 그런데 좀 더 들어가 보니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여럿이 모여서 무언가를 이리저리 뒤집고 있었다. 내 딴엔 오미자가 아니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그건 오미자가 아니었다.

“할아버지, 이거 오미자인가요?‘
“무슨 오미자요.”
“그럼 뭐예요.”
“응, 이건 인삼 씨앗이야.”
“인삼 씨요?”
“그래, 인삼 씨지. 이것을 밭에다가 뿌리는 거야.”


인삼 씨앗은 생전 처음 봤다. 밭에 재배하고 있는 인삼 이파리들은 많이 봤지만, 인삼 씨앗은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이다. 꼭 무슨 꽃잎 같았는데, 그렇게도 색깔이 곱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아마 그것으로 막걸리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쌍곡계곡 입구를 알리는 돌비예요.
쌍곡계곡 입구를 알리는 돌비예요.권성권
그 구경을 뒤로하고, 곧바로 쌍곡계곡을 향해 달렸다. 물론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가르쳐 준 길로 줄 차게 달렸다. 그러다 또다시 유명한 것 한 가지를 볼 수 있었다. 이른바 장연이란 곳에서 본 옥수수였다. 장연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한 교수가 품질 좋고 맛좋은 옥수수를 개발했다는데, 그것이 바로 ‘장연대학 찰옥수수’였다.


그래서 동네 한가운데 있는 정자나무 그늘 아래에서 판매하고 있는 그 옥수수를 샀다. 물론 날 것이 아니라 찐 것이었다. 그저 2천원에 세 개를 준다고 해서 무턱대고 샀는데, 웬걸 7개나 주는 게 아닌가. 그 맛도 정말 일품이었다. 여태껏 먹어 본 옥수수 중에 그토록 맛난 것은 처음 먹어 본 듯하였다.

또다시 줄기차게 쌍곡계곡을 향해 달렸다. 옥수수 7개는 차 안에서 금세 동이 나버렸고, 갈증 난 목을 축이기 위해서라도 한시 바삐 그 계곡으로 달려가야 했다. 몇 모금 시원한 물을 마셔야만 살 것 같았다.

장연에서 몇 분 채 되지 않아, 드디어 쌍곡계곡 입구에 다다랐다. 거기에는 속리산 국립공원 표지판도 큼지막하게 서 있었다. 이른바 쌍곡계곡이 속리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여름철이라 입장료도 받았는데, 어른 한 사람에게 따라붙는 입장료는 1600원이었다.

소금강, 정말로 멋지지요. 저 아랫자락에 흐르고 있는 물줄기도 정말 폼나더라구요.
소금강, 정말로 멋지지요. 저 아랫자락에 흐르고 있는 물줄기도 정말 폼나더라구요.권성권
입장료를 내고, 곧바로 계곡을 찾아 쭉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저 멀리 소금강이라는 돌비석이 보였다. 그렇다면 이곳 산자락이 금강산에 맞먹는 곳이라도 되는 것일까. 그런데 그 앞에 병풍처럼 펼쳐진 산세와 그 아래로 흐르는 계곡 물줄기 모습은 그야말로 금강산 하나를 들어다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정말로 멋지고 수려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산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이곳저곳 멋진 곳들을 훑어보았다. 헌데 여름철이 아닌데도 벌써부터 여기저기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산 중턱 계곡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할머니들도 보였고, 그늘진 너른 바위에 올라가 그야말로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어른들도 많았다.

쌍곡계곡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계곡 물입니다. 저 왼쪽에 웃옷을 훌렁 벗고 신선놀음하고 있는 아저씨들이 보이지 않나요.
쌍곡계곡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계곡 물입니다. 저 왼쪽에 웃옷을 훌렁 벗고 신선놀음하고 있는 아저씨들이 보이지 않나요.권성권
쌍곡계곡, 그곳은 그야말로 ‘괴산’이란 이름에 걸맞듯 산세가 괴이했고, 깎아지른 듯한 바위와 늙은 소나무들이 멋진 숲을 이루고 있었고, 계곡 물 맛도 시원하고 달콤했다.

여기 저기 계곡물에 발과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 우리 일행들도 잠시 몸을 담갔는데, 정말로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좋은지 본래 목적까지 잊을 뻔 했지만, 내려오는 길에 방 두 개를 예약하고 왔다.

벌써부터 8월 중순이 기다려지는데, 그 이유를 알 만한 사람들은 알지 않을까 싶다. 그건 쌍곡계곡이 정말로 좋은 이유 때문인데, 아직 여름철 계곡을 정하지 않았다면 주저 없이 쌍곡계곡을 찾아가 보시길 권하고 싶다. 그러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 여름철 계곡이 되리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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