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집, 쇠똥침대에서 사는 '마사이족'

이호신의 <쇠똥마을 가는 길>을 읽고서

등록 2005.07.22 16:19수정 2005.07.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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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쇠똥집 쇠똥마당 쇠똥침대에서 사는 '마사이족'

"여인들의 화려한 장식과 원색의 의상은 필설로 다하기 어렵게 현란하다. 지구상에서 이토록 많은 장식을 달고 축제에 임하는 민족은 아마도 드물리라. 흰 구술로 꿴 모자에 원색 구슬이 박힌 문양, 뻥 뚫린 귀에 자물통 같은 모양의 귀고리. 마사이족 여인은 무엇보다 귀고리를 할 수 있는 구멍이 커야 미인이라고 한다."


책 겉그림
책 겉그림열림원
이는 화가 이호신 씨가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살고 있는 마사이족 여성들을 보고 쓴 글이다. 옆 그림이 바로 그가 그린 그림인데, 그는 수묵화로 담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여정을 <쇠똥마을 가는 길>(열림원. 2002)이란 책에 담았다.

마사이족 하면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빨간 옷을 걸치고, 온갖 문신을 하며, 온 몸에 장신구를 달고서 다른 이로 하여금 지레 겁먹게 하며, 큰 창과 칼을 들고서 닥치는 대로 살육하는, 그야말로 아프리카를 살벌하게 만드는 붉은 전사….

그런데 이호신 씨가 본 마사이족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빨간 옷을 입는 것 같은 원색적인 옷은 그야말로 온 땅을 수놓을 정도이고, 문신과 온갖 장신구들도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그것만으로 위협적이긴 하다. 하지만 결코 그들은 전투를 좋아하는 호전적인 부족은 아니라는 것….

마사이족 남성들이 용감무쌍한 것은 사실이나 결코 다른 부족이나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살육하는 약탈부족이 아니라는 것. 침략부족이 아닌 자기 방어부족이요, 박범신이 쓴 <킬리만자로의 눈꽃>에 등장하는 마사이족 생활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 결코 남편이 다른 아내를 함부로 범하거나 여성들 역시 자기 몸을 함부로 내동댕이치는 그런 여성들이 아니라는 것. 분명히 남성들은 여성들을 배려하기 위해 집밖에서 자고, 여성들을 집안에서 자게 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여성들을 배려하는 모습들이 마을 곳곳에 숨 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것은 마사이족 아내들이 잠을 자는 곳이 쇠똥 집이고, 남편들이 잠자는 곳은 쇠똥 마당 쇠똥 침대라는 것이다.


당연히 냄새가 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냄새만큼은 하늘 끝으로, 자연세계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쇠똥 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온통 암흑뿐인 토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암흑 속으로 들어가 보면 불빛 하나가 온 집안을 밝히고 있는데, 그건 마치 어머니 태반 같은 원시적인 모습을 연상케 된다고 한다.

<2>원시 생명이 꿈틀거리는 '올두바이협곡'


"검붉은 적토가 시원의 빛깔로 엄습하고, 발굴 흔적으로 남은 수많은 단층 흙기둥이 언덕을 이룬 것은 마치 옛 성지의 기운으로 울렁거린다. 한편 협곡 아래로 가물거니는 길과 끝없는 초지. 그리고 그 너머로 파도처럼 드리운 낮은 산들이 인류의 요람 '올두바이 협곡'을 둥지처럼 감싸주고 있다."(113쪽)

이는 동부 아프리카를 태어나게 했고, 또 자라게 했던 그 요람지 올두바이 협곡을 가리킨 것이다. 마치 에덴동산 같은 동아프리카 내륙 고원지이며, 인류 발전사를 풀 수 있는 갖가지 유적들이 쌓여 있는 곳이다. 그만큼 이곳은 원시 조상이 뼈를 묻은 곳이요, 또한 원시 생명이 꿈틀대던 그 참 기운이 충만한 곳이기도 하다.

인류를 태생시킨 그 후에도 올두바이 협곡은 인류가 지속적으로 살 수 있도록 풍부한 자원과 식물들을 마음껏 제공해 주었다. 더 알려진 것으로는 이곳이 호모 에렉투스와 석기 공작이 어떻게 이제까지 발전해 왔는지를 낱낱이 밝혀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길목에 있는 어린 아이들이 이호신 씨 일행이 몰고 가는 차를 세우고 있는 것이었다. 누구 하나 손짓 한 번 하지 않았건만, 스스로 사진 모델을 자청하며 그 어린아이들이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모습을 바라보는 이호신 씨와 그 일행들은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쓰라렸다고 한다. 그만큼 원시 생명이 꿈틀대는 그곳 아이들마저도, 이미 바깥 세상에 물든 채 그 고귀한 정신과 혼까지도 빼앗기고 있는 모습은 아닐까 싶다.

<3>노예무역으로 번영을 꾀했던 '잔지바르섬'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아프리카에서 거룩한 산으로 알려진 '킬리만자로'라든지, 인도양에 핀 '탄자니아 미술세계', 세계 최대의 분화구로 알려진 '응고롱고로', 그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노예왕궁 '잔지바르' 등 갖가지 이야기를 수놓고 있다.

특별히 잔지바르에 관한 이야기는 그 인상이 깊다. 본래 잔지바르는 1499년 포르투칼 항해자인 바스코 다 가마가 이곳을 찾아 왔고, 그래서 16기초에는 포르투칼인들이 이곳을 지배하게 됐고, 19세기 초에는 술탄 왕국이 수도를 이곳으로 옮기면서 무려 134년간 군림하게 된 곳이다.

이 섬은 그만큼 화려하고 또 물결마저 짙푸른 까닭에 한 없이 매혹적이지만, 그만큼 이 섬은 노예들을 팔아넘기면서 번영을 꾀했던 섬이기도 하다. 분쟁에 분쟁을 거듭했고, 살육과 약탈과 매매가 온통 판을 쳤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섬에 빠져 죽었을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노예들이 아랍과 유럽과 미국 대륙으로 팔려 나갔을지, 가히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 당시 노예로 팔려간 많은 후손들이 지금쯤 질경이처럼 살아나, 국적을 달리한 채 피 눈물을 삼키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밤이 되면 자기네들 고향 땅 잔지바르 섬, 푸른 하늘과 짙푸른 바다가 맘껏 펼쳐진 이 잔지르바 섬을 멍하니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이 곳이 종교 성지가 돼 있고, 또 관광코스가 돼 있다고 한다. 살육과 약탈과 노예매매가 판을 치던 이 곳에 멋진 성당이 우뚝 서 있고, 또 화려한 사원도 자랑스레 서 있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쇠똥마을 가는 길 - 수묵화로 담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여정

이호신 글, 그림,
열림원,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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