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와 증산교본부, 그리고 'ㄱ자 교회'를 둘러보며

모악산 자락 아래에 있는 세 종교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등록 2005.08.12 17:41수정 2005.08.13 13:2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과 김제시 금산면 경계에는 멋진 산 하나가 있다. 이름하여 모악산(母岳山)이 그것이다. 그 산 자락 앞에 서 있는 바위 모양이 마치 어린 아이 하나를 안고 있는 어머니 품과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모악산은 산꼭대기에 설치돼 있는 통신시설을 빼고는 정말로 멋지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꼭대기에 서면 온 사방이 확 트여 있어서 거칠 게 하나도 없다. 그 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구이 저수지가 흐르고 있고 서쪽으로는 동진강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산자락 아래에는 여기저기 구멍들을 뚫은 흔적들이 나 있다. 금광을 캐내려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군데군데 뚫은 것들이다. 지금은 새까만 이끼만 잔뜩 덧입혀 있어서 그것이 사금(砂金)을 캤던 흔적이라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더군다나 지금은 군과 시에서도 잘 관리하고 있어서 그런 금 채취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그만큼 모악산은 아름다운 산이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 값어치를 한 산이다. 그런 모악산 자락이 더 이름 나 있는 것은 그 산이 풍수지리설 때문이기도 하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모악산은 정말로 명산이고, 더없는 피난처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그 산을 등에 업고 있는 전주만 해도 지난 30년 동안 큰 물난리를 한 번도 겪지 않았다.

명산이요 더없는 피난처라 그런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신흥종교들도 모두 그곳에서 시작되기도 했다. 한때 수십 개에 달하는 신흥종교집단이 그곳에서 성행했으며 미륵신앙을 꿈꾸던 용화교도 그 산자락에서 태동된 것이다. 그 모악산과 더불어 충남 계룡산과 서울 삼각산은 그래서 한국 신흥 종교가 태동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여름휴가 때에 나는 그 모악산을 한 번 더 올라가 보았고, 내려오면서는 그 산자락 아래에 있는 금산사(金山寺)와 ‘증산교 본부’, 그리고 ‘ㄱ자 교회’를 둘러보았다. 물론 한 곳 한 곳 낱낱이 둘러 본 것은 아니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그저 한 바퀴 빙 돌아 살펴본 것이다.


금산사에 있는 큰 종입니다.
금산사에 있는 큰 종입니다.권성권
“안녕하세요.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아, 이거요. 이건 그저 선문답 같은 불교 책자예요.”
“여기도 비가 많이 왔나 보네요?”
“예, 한 삼십년만에 처음으로 폭우가 쏟아졌어요.”
“오다보니까 전주도 물난리가 심했던 것 같아요. 원래 전주가 온고을이었잖아요.”
“그러게요, 피해가 없다고 해서 그랬는데, 이번 비를 보면 꼭 그것만도 아닌 것 같아요.”

금산사 문턱에 들어서서 문지기로 일하고 있는 어르신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늘에서 쏟아진 큰물로 이번에 금산사 피해를 많이 봤다고 한다. 그분 말처럼 금산사 둘레에 있는 골짜기마다 커다란 나무들이 가지가 꺾인 채 쓰러져 있었고, 골짜기 옆면들도 빗물에 패어 있었다.


금산사 안 쪽으로 들어가 보니, 금산사가 백제 법왕 원년(599)에 시작되었다는 것과 함께 임진왜란 때에는 승려들이 훈련도장으로 삼았고, 정유재란 때에는 왜군이 산 속 암자를 많이 불태워버렸고, 그 후 열심히 애쓴 탓에 잘 복원하여, 지금은 전북지역에 포교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글이 적혀 있는, 푯말 하나가 서 있었다.

그래서 아내와 딸아이, 그리고 갓 태어난 둘째 아들을 데리고 그곳 둘레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 곳에는 정말로 크고 아름다운 사찰들도 많았고 화려한 불상들도 나란히 서 있었다. 그것 가운데 무엇보다도 내 눈을 오래도록 잡아끌었던 것은 금으로 입힌 듯한 불상이나 큼직한 나무로 세워진 사찰이 아니었다. 그건 쇠통으로 된 평범한 종이었다.

왜 그것이 내 마음을 끌어당겼을까. 다른 것보다 그처럼 평범하고 진솔한 소리를 내라는 이유 때문인 듯했다. 교회에서 목사로서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나 자신도 때로는 거짓되고 껍데기 같은 소리를 낼 때가 많았다. 그런 부분들을 꼬집기라도 하듯 그 종은 내 마음 속을 저울질했던 것이다.

금산사 아래 자락에 있는 증산교본부 건물입니다.
금산사 아래 자락에 있는 증산교본부 건물입니다.권성권
그 종이 남긴 여운을 뒤로 하고 나는 식구들을 데리고 그 아래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증산교본부를 둘러보았다. 물론 처음부터 증산교본부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려가다 보니까, 우연히 비석으로 세워진 푯말이 보였던 것이고, 그 안쪽으로 증산교본부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아는 대로 증산교는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인내천(人乃天), 그리고 인존사상(人尊思想)을 큰 교리와 의식 틀로 삼고 있으며, 그만큼 하늘과 땅, 그리고 하늘과 인간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하늘 뜻에 무리가 없게 살려고 하는 종교이다.

물론 모든 종교가 그렇듯 어디에나 인간 냄새는 있기 마련이니 증산교라고 흠이 없을 수는 없다. 다만 하늘 뜻에 얼마만큼 진실 되게 교리를 전파하며, 그에 따른 삶을 올곧게 살아가는가 하는 것으로 그 진리가 판가름 나지 않겠나 싶다. 아무튼 그 증산교가 지니고 틀 속에서 하늘 뜻을 따르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교리는 어느 종교든 배워야 할 바라 생각되었다.

금산교회, 일명 'ㄱ자 교회' 모습입니다.
금산교회, 일명 'ㄱ자 교회' 모습입니다.권성권
증산교본부를 빠져 나와, 그 아래에 똬리를 틀고 있는 금산교회, 일명 ‘ㄱ자 교회’에 들어갔다. 그곳이 ‘ㄱ자 교회’로 이름나게 된 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라고 한다. 옛날 유교사상이 그 맹위를 떨치던 때에 그곳 금산에 자리 잡은 교회에서는 남녀가 함께 앉아 예배를 하는 모습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를 주축으로 한 쪽은 남자가,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여자가 앉아서 예배를 했던 것이다. 교회에서 남녀가 한 공동체가 되었다고는 하나 그때까지도 남녀차별은 여전히 있었던 것이다. 물론 현대식 교회 건물은 ‘ㄱ자’로 돼 있지 않고, 모든 남녀가 함께 앉아 예배를 한다. 그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랴 싶다.

남녀차별, 그 일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회에서 흔한 일이었다. 남자는 목사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었고, 남자는 장로가 될 수 있을지언정 여자는 장로가 될 수 없었고, 그 밖에 모든 조직 속에서 여자는 한 발 밖으로 물러나 있어야만 했다. 그만큼 교회에서도 여자는 차별을 받곤 했다.

이제는 거의 모든 교회 교단에서 여자를 목사와 장로로 세우고 있다. 그만큼 여자를 존중하고 그 위치를 세워가고 있는 모습이다. 정말로 보기 좋은 모습인데, 굳이 ‘ㄱ자 교회’를 보존하고 있는 까닭을 찾으라면 아마도 그것이지 싶다. ‘옛날 남녀차별을 일삼아 왔던 그 모습들이 근래 교회 백년사에 찾아 볼 수 있으니, 그 몹쓸 모습들을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차별들이 교회 내에 존재하지 않도록 모두를 위한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싶은 것이다.

모처럼 여름휴가를 얻어, 모악산 자락과 그 아래 금산사와 증산교본부, 그리고 ‘ㄱ자 교회’를 둘러보았으니 정말 뜻 깊은 휴가이지 싶었다. 아무쪼록 그 산자락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그 종교와 그 속에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에 잘 스며들게 해야 할 것 같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5. 5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