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에 있는 큰 종입니다.권성권
“안녕하세요.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아, 이거요. 이건 그저 선문답 같은 불교 책자예요.”
“여기도 비가 많이 왔나 보네요?”
“예, 한 삼십년만에 처음으로 폭우가 쏟아졌어요.”
“오다보니까 전주도 물난리가 심했던 것 같아요. 원래 전주가 온고을이었잖아요.”
“그러게요, 피해가 없다고 해서 그랬는데, 이번 비를 보면 꼭 그것만도 아닌 것 같아요.”
금산사 문턱에 들어서서 문지기로 일하고 있는 어르신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늘에서 쏟아진 큰물로 이번에 금산사 피해를 많이 봤다고 한다. 그분 말처럼 금산사 둘레에 있는 골짜기마다 커다란 나무들이 가지가 꺾인 채 쓰러져 있었고, 골짜기 옆면들도 빗물에 패어 있었다.
금산사 안 쪽으로 들어가 보니, 금산사가 백제 법왕 원년(599)에 시작되었다는 것과 함께 임진왜란 때에는 승려들이 훈련도장으로 삼았고, 정유재란 때에는 왜군이 산 속 암자를 많이 불태워버렸고, 그 후 열심히 애쓴 탓에 잘 복원하여, 지금은 전북지역에 포교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글이 적혀 있는, 푯말 하나가 서 있었다.
그래서 아내와 딸아이, 그리고 갓 태어난 둘째 아들을 데리고 그곳 둘레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그 곳에는 정말로 크고 아름다운 사찰들도 많았고 화려한 불상들도 나란히 서 있었다. 그것 가운데 무엇보다도 내 눈을 오래도록 잡아끌었던 것은 금으로 입힌 듯한 불상이나 큼직한 나무로 세워진 사찰이 아니었다. 그건 쇠통으로 된 평범한 종이었다.
왜 그것이 내 마음을 끌어당겼을까. 다른 것보다 그처럼 평범하고 진솔한 소리를 내라는 이유 때문인 듯했다. 교회에서 목사로서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나 자신도 때로는 거짓되고 껍데기 같은 소리를 낼 때가 많았다. 그런 부분들을 꼬집기라도 하듯 그 종은 내 마음 속을 저울질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