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새로 심은 가을무랑 가을배추 새 싹이에요. 사실 봄에 심은 배추랑 무는 여름철이 돼서 다 썪고 곯아버렸어요. 잘못 가꾼 탓도 있지만 벌레도 많은 탓에 여름 배추는 그만큼 돌보기가 힘들다고 하네요. 그래서 다시금 희망을 품고 이 곳에 새 것들을 심은 거예요.권성권
가을은 그렇게 모든 것들을 채우고 맺어가는 계절 같다. 곡식들도 영글게 하고, 자녀들 간에도 사랑하게 하고, 사람 입맛과 살맛도 더 돋우는 계절이기에 그런 것 같다. 봄철 뿌렸던 씨앗과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가을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뭔가 들어 차 있지 않으면 왠지 씁쓸하고, 뭔가 이룬 게 없으면 허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을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가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배추와 가을무를 이 가을에 심기 때문이다. 양파도 마늘도, 다른 많은 씨앗들도 가을에 심기는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여름 큰물로 모든 게 쓰러지고, 잃어버린 그 자리에 새 씨앗과 새 소망을 심는 게 가을 이 때가 아니겠는가.
자란 열매와 세운 계획들을 거두고 맛보려고 하는 이 가을은 그래서 새 시작을 여는 텃밭이다. 가을은 봄과는 또 다른 새 땅을 일구고, 새 희망을 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가을로 접어드는 이 때에 비록 거둘 게 없고 남는 게 없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잃어버린 그 자리에 새 씨앗과 새 희망을 심기에 결코 늦지 않은 때가 바로 이 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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