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루쉰박물관의 루쉰이 죽었을 때 중국인들이 그에게 바친 '민족혼'이란 글귀.김대오
루쉰이란 한 지식인의 힘은 분명 위대했고 루쉰의 계몽문학은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다. 루쉰은 촌철살인과도 같은 그의 잡문을 통해 중국인들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불굴의 투쟁정신으로 외세와 봉건세력과 마주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루쉰은 중국문단의 주장이며 위대한 사상가, 혁명가, 문학가다"라고 높이 평가해 중국에서 루쉰이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우상화된 측면도 없진 않다. 중국현대문학의 절반이 루쉰이고 루쉰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 된 중국문단의 풍토에서 역설적으로 루쉰의 투철했던 비판의식이 그 루쉰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루쉰이 일본유학 시 보게 되는 러일전쟁에 관한 환등기에서 주위에 몰려든 각성되지 않은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인이 처형되는데도 그저 웨이칸런(圍看人, 구경꾼)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동족의 처형을 지켜볼 뿐이었다.
최근 베이징 마라톤대회에서 한 선수가 레이스 도중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모여들었지만 그야말로 웨이칸런이었다. 그 선수를 업고 근처 응급차로 달려 간 것은 한 외국시민이었다. 자신의 이익이 관여하지 않는 문제에 철저히 무관심 하는 오늘날의 중국인들은 루쉰이 1904년 보았던 환등기 속의 중국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