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블랙홀'을 메워라!

[데일리차이나] 독점 권력의 분산과 부패 방지 시스템 구축 시급

등록 2005.10.13 10:26수정 2005.10.1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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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사회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하다 보니까 그것을 풍자한 유모시리즈가 자주 유행한다.

“탐관오리들은 아침에는 바퀴를 돌리고(회사차로 여행이나 개인업무) 점심에는 접시를 돌리며(잦은 음식 접대) 저녁에는 주사위를 돌리고(도박) 밤에는 치마를 돌린다(윤락행위)”는 이야기에서 “마작은 3일, 5일을 해도 안 지치고, 마오타이지우(茅台酒)는 3병, 5병을 마셔도 안 취하고, 무희와의 춤은 3일, 5일 밤을 새워도 끄떡이 없는데 자신의 업무는 3년, 5년이 지나도 하지 못한다”는 풍자시리즈까지 다양하다.

국가청렴도 세계 133개국 중 60위

2004학년도 중국사회과학원의 박사논문 심사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중국의 노(老)교수님들 사이에 ‘부패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체계적으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도 뇌물을 챙기겠다고 한 교수님이 운을 떼자 다른 교수님 한 분도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의 몰락을 예로 들며 일당독재를 통치시스템으로 하는 사회주의는 ‘고인 물’처럼 부패가 쉽게 이뤄지고 투명성을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맞장구를 쳤다.

베이징 석간신문 우측 하단에 한 여성 고위경찰관이 뇌물 수수혐의로 15년형에 처해 졌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베이징 석간신문 우측 하단에 한 여성 고위경찰관이 뇌물 수수혐의로 15년형에 처해 졌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김대오
그리고 ‘부패 블랙홀(黑洞)’ 속으로 사라진 금액이 매년 GDP의 13-16%에 달하고 외국으로 유출된 국부도 500억 달러나 된다는 등의 얘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2004년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지수(CPI, 비교적 청렴한 국가 8-10점, 조금 부패한 국가 5-8점, 부패가 심각한 국가 2.5-5점, 극단적인 부패가 만연한 국가 0-2.5점)에 따르면 중국은 부패가 심각한 수준 등급인 3.5점을 받아 청렴도에서 세계 133개 조사국 중 60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청렴도 1위는 핀란드, 2위는 아이슬란드가 차지했으며 우리나라는 50위, 부패가 가장 심한 나라로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등이 뽑혔다.


중국에서 부패가 이렇게 심각한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고위 공직자들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력, 통신, 교통, 항공 분야의 공무원들은 독점적인 지위에 있기 때문에 늘 뇌물의 유혹에 노출된다.

권전교역(權錢交易)…권력이 있는 곳에 돈도 있다


‘권력이 있는 곳에 돈도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중국의 부패사건은 대부분이 ‘권전교역(權錢交易, 권력과 돈을 바꾸다)’의 형태를 띤다.

문제는 법적ㆍ제도적으로 이런 부패를 감독하고 제어할 만한 장치가 지금까지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1993년 10월 5일 중국공산당 중앙과 국무원이 발표한 ‘반부패투쟁에 관한 몇 가지 단기대책에 관한 결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결정은 당정기관의 간부들에게 상업적 기업활동이나 주식 투자, 상업적 성격의 모든 공직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직위를 이용한 모든 영리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생산력을 제고하기 위한 ‘경제건설’을 국책으로 삼았던 시기에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의 부정함도 어느 정도 묵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와 돈맛을 본 일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사건은 매년 15% 정도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 왔다.

부정부패를 저지른 간부들에 대하여 사형에 처하는 등 강력한 처벌과 후진타오정부의 부패척결의 강력한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부패의 발본색원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개혁개방 이래 약 4천명의 부패관리가 5백억 달러를 해외로 유출시키고, 2002년 11월 후진타오체제가 출범한 이후로도 3만명에 이르는 당정 간부가 비리사건에 연루되었을 정도로 ‘부패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아직도 진한 화약냄새를 풍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진정 ‘부패와의 사슬’을 끊고 ‘부패의 블랙홀’을 메우기 위해서는 독점권력을 분산하고 권력과 권력이 상호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며 행정의 투명성 제고, 핵심권력층의 재산 보유현황 전산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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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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