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성 취푸(曲埠)에 있는 공자의 묘.김대오
ID가 '천천(辰晨)'인 네티즌은 '루쉰과 공자, 누가 민족혼인가?(魯迅和孔子,誰是民族魂?)'라는 글에서 공자는 '충'과 '효' 등 인간의 도리와 국가의 기본 질서 등을 확립한 진정한 중화민족문화의 창시자라고 말하며, 만약에 루쉰이 '민족혼'이라면 공자는 '하나님'이라고 적고 있다. 또한 루쉰의 거칠고 저급한 언어와 문장을 논하지 않더라도 루쉰은 홍위병의 우두머리일 뿐이며 문학을 정치에 복무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였다.
반면 ID가 '왕위엔화(王元化)'인 네티즌은 루쉰이 <광인일기> 등에서 공자의 유교로 대표되는 봉건 예교가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食人)'문화라고 비판하며 철저하게 반(反)봉건을 외쳤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신승리법에 도취하여 스스로의 병폐를 깨닫지 못하는 중국인을 각성시키기 위함이었지 결코 중화민족정신을 훼손하기 위함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ID가 '궈팅(郭挺)'인 네티즌은 공자는 춘추전국시대, 루쉰은 5.4운동 전야의 격동기라는 각기 다른 시대적 상황에서 중화민족의 혼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한 영웅이라며 루쉰과 공자 모두가 민족혼이라고 양시론적 입장을 폈다. 공자가 없었다면 루쉰의 비판정신도 없었을 것이며 루쉰이 없었다면 공자도 지금처럼 재조명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공자와 루쉰은 '스뿌리앙리(勢不兩立, 쌍방의 원한이 깊어 양립할 수 없다)'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의존적인 관계이고 둘 다 모두 위대한 중화정신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이번 민족혼논쟁을 지켜보면 과거에 비해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아주 커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자의 동상 앞에서 베이징의 젊은 부부들이 이혼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처럼 중국은 지금 급격한 자본주의 상업문화의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공자의 전통사상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루쉰도 비판적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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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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