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 뇌관', 참여정부 심장을 겨눈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권력형 비리'땐 레임덕 앞당겨

등록 2005.11.16 09:15수정 2005.11.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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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 비리사건'(이름이 너무 길다. 줄여서 '오포 비리'라고 하겠다)은 뇌관이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참여정부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정치권의 부동산 정책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참여정부의 심장을 겨누는 '오포 뇌관'

a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자료사진).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들어 이 뇌관에 불을 붙이는 곳은 <조선일보>다. 연일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개입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 오늘자 신문에서는 정찬용 전 수석의 개입을 확증하는 발언을 이끌어내 보도했다.

김모 전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정찬용 전 수석으로부터 인허가 민원을 넘겨받은 뒤 아파트 건설 '불허'를 결정한 건교부의 유덕상 당시 국토정책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정우건설의 브로커 이모씨를 소개시켜 줬다는 내용이다. 김 전 행정관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다.

<조선일보>는 또 감사원이 유덕상 전 국장을 불러 "가만두지 않겠다"고 을렀고 실제로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보도에서는 인사수석실과 감사원의 '동시패션' 행태 배경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특정 고교 출신 인사 3~4명이 감사원과 건교부 등을 움직였다는 첩보"가 떠돌고 있다고 보도했을 뿐이다.


'직권남용'이면 그나마 다행, '권력형 비리'라면...

청와대가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검찰도 수사를 진행 중인만큼 좀 더 지켜볼 일이겠지만, <조선일보>의 보도만 종합하면 '오포 비리'는 청와대에는 적잖은 부담이다. 부담 정도가 아니라 '칼 끝'일 수도 있다.


정찬용 전 수석에게 쏠리는 의혹은 '직권남용'이다. 행담도개발 의혹사건 이후 또 다시 '직권남용'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직권남용'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시스템에 의한 통치'를 외쳐온 청와대는 뒷머리를 긁적여야 한다. 뒷머리 긁적이며 사과를 해서 끝날 일이면 그나마 다행이다. 만에 하나 '직권남용' 과정에서 돈이 오간 사실이 밝혀진다면 치명적이다. 그 순간 '직권남용'은 '권력형 비리'가 된다.

역대 정부의 예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대통령의 최측근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는 정권의 레임덕을 부르는 '풀무'가 된다. '오포 비리'가 참여정부의 심장을 겨누는 뇌관일 수도 있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평당 5만 6600원은 로비 자금으로 쓰인 셈

'오포 비리'에서 오간 돈은 적지 않다. 우선 열거부터 하자. ▲한나라당 박혁규 전 의원 10억 5천만원 ▲한나라당 소속 김용규 전 광주시장 5억원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 10억원 ▲최정민 전 광주시의원 1억원(상당의 외제차) ▲브로커 이모 씨 2억 6천만원 등등. <중앙일보>가 검찰의 발표액수를 종합해 지난 7일자에서 보도한 내용이다.

이들 외에 광주시 공무원들, 그리고 이모씨 외에 또 다른 브로커에게도 돈이 전달됐다고 하니 로비 자금은 더 많을 것이지만 일단 제쳐두자. 검찰에 의해 공식적으로 밝혀진 로비 자금만 해도 29억 1천만원이다. 물론 모두 정우건설이 준 돈이다.

정우건설이 오포읍에 건설하는 아파트 물량은 2023가구, 뚝 잘라 2천가구로 잡을 경우 한 가구당 145만 5천원이 로비 자금으로 들어간 셈이다. 이를 다시 전용면적 25.7평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로 환산하면 평당 분양가 가운데 5만 6600원이 로비 자금에 쓰였다는 얘기가 된다.

여야 막론하고 분양원가 전면공개 반대하는 이유는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원가연동제가 처음으로 적용된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우미·제일건설 컨소시엄이 내놓은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734만원, 풍성주택은 754만원이었다. 지난 8월 포스코건설의 평당 분양가 785만원과 비교하면 원가연동제가 시행돼도 30~50만원 밖에 인하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따져보자. 원가연동제를 시행해 분양가를 낮추려 해도 그 효과가 평당 30~50만원에 불과하다. 다른 곳이긴 하지만 음성적으로 지출된 로비 자금은 확인된 것만 평당 5만원이 넘는다.

오포읍에 원가연동제가 적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그만큼의 금액이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어딘가에 숨게 된다는 얘기고, 로비를 하지 않는다면 그 액수만큼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다.

원가연동제에 따른 인하 효과의 6~10%를 차지하는 금액이 검은 돈이고, 그 돈이 대부분 정관계로 흘러간 사실은 시중의 속설을 입증한다.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분양원가 전면공개를 여야 가릴 것 없이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정관계와 건설업계의 유착 때문이라는 속설 말이다.

그래서 '오포 비리'는 정관계의 '분양원가 결사반대' 이면을 비추는 블록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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