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 저속철 뻔한데 조기착공?

오송분기역 오류지적 봇물... 정부는 "내년1월 계획 확정"

등록 2005.12.23 19:14수정 2005.12.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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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토연구원이 밝힌 호남고속철의 계룡산 통과 노선도

국토연구원이 밝힌 호남고속철의 계룡산 통과 노선도 ⓒ 국토연구원

1990년 호남고속철도 건설이 처음 검토된 이래 15년을 끌어온 호남고속철도의 기본계획(안)이 22일 발표됐으나 계획안의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조기착공 및 조기개통 쪽으로 가닥을 잡고 제기된 문제점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2일 오후 연구원 지하 강당에서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오송분기역에서 목포까지 총 연장 230.9Km를 2017년까지 완공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총 사업비 10조 979억원)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오송과 인접한 충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 전문가들이 오송 분기역 선정에 따른 비경제성과 환경피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건철 광주전남발전연구원 연구원은 "기본계획(안)의 분기역 평가항목별 평가결과를 보면 오송이 19가지 세부항목에서 모두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과연 이 같은 결과를 어느 국민이 믿겠느냐"며 평가결과를 부인했다.

노선 길고 난 구간 많아도 '선형조건' 월등?

공주대 이선하 교수도 "분기역 평가결과가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평가됐다고 볼 수 없다"며 "어떻게 선형조건과 환경성에서조차 오송이 높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분기역 평가항목별 평가점수를 분석해 보면 일반인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발견된다. 오송이 대전 대안과 천안·아산 대안보다 '호남권 등 지역간 이동성'과 '생태계', '선형조건', '시공의 난이도' 등에서조차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


하지만 오송 분기역의 경우, 천안·아산 대안보다 노선이 18Km가 늘어나고, 행정중심도시와 계룡산국립공원을 우회하기 위해 'S'자형 노선이 불가피하다. 터널시공도 늘어난다. 따라서 고속철의 생명인 속도가 떨어지는 등 누가 봐도 '선형조건'과 '시공의 난이도' 등에서 월등하다는 평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호남고속철의 사업 타당성 자체를 의심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3년 발표됐던 당초 계획에는 서울수서-향남 구간과 경부고속철 분기역-익산 구간만을 1단계로 추진하고, 나머지 구간은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제적 수요를 감안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연구원도 이번 계획(안)에서 2045년이나 돼야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업타당성도 '갸우뚱'... 국토연구원 이익발생 2045년 돼야

a 22일 대전충남환경단체들이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단상을 점거한 채 권역별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22일 대전충남환경단체들이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단상을 점거한 채 권역별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 장재완

게다가 환경단체들도 호남고속철도가 계룡산국립공원을 우회하더라도 결국 계룡산자락을 통과해 환경피해가 예상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역 불교계가 총궐기하고 있어 '제2의 천성산 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문창기 부장은 "정부가 호남고속철도의 분기역 결정시 정치적인 면을 지나치게 고려해 문제점이 끝없이 지적되는 것"이라며 "분기역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를 분기역을 고정해 놓고 'S'자형 굴곡노선을 만들어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작 호남권과 정치권에서는 호남권개발을 위해 더 이상의 논쟁보다는 '조기착공-조기개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동호 광주대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혁신도시건설과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호남권의 고속철도수요는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며 "빠른 착공과 조기개통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23일 논평을 통해 "광주-목포 구간 설계착수를 2008년에 하겠다는 것은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으로 건설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며 "공사 시작점인 분기역과 끝점인 목포에서 동시 착공해 중간점에서 준공하는 방식으로 2015년까지 분기역-목포 전구간을 완공하라"고 촉구했다.

대전충남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 호남권 "문제 있더라도 조기착공해야"

a 2003년 실시 된 ‘호남고속철도건설 기본계획 조사연구용역 공청회 자료’에 첨부된 분기역 결정에 따른 호남고속철 각 대안별 노선도.

2003년 실시 된 ‘호남고속철도건설 기본계획 조사연구용역 공청회 자료’에 첨부된 분기역 결정에 따른 호남고속철 각 대안별 노선도. ⓒ 장재완

문제 투성이인 오송 분기역 및 노선 결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측과 조기착공을 촉구하는 측이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월까지 '호남고속철도 최종 기본계획'을 확정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공청회에서 대전충남 환경단체 회원들이 "해당 지자체와 주민 등의 의견 수렴없는 공청회를 거부한다"며 공청회장 단상을 점거해 국토연구원이 뒤늦게 6개권역별 순회공청회 개최를 약속하는 등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한편 국토연구원은 오송분기역을 통한 호남고속철이 완공될 경우 서울-목포간 운행시간은 1시간 37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각 정차역은 오송역, 익산역, 광주역, 목포역 등 모두 4곳이며, 호남고속철도의 건설 단계에서 생산 및 임금유발효과 23조 8000억원과 16만40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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