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연기대상은 '쌍순이' 스페셜?

[포커스] 스타 띄우기에 치우친 연기대상

등록 2005.12.31 09:30수정 2005.12.3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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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밤 열린 2005 MBC 연기대상에서 '삼순이' 김선아가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수상했다. 김선아는 '삼순이' 역할 하나로 올해 연기대상, 여자부문 최우수상, 베스트 커플상 등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이 상을 바친다"며 끝내 감격의 눈물을 훔쳐낸 김선아는, 올해 외적인 조건은 부족해도 매사에 긍정적이고 당당한 신세대 여성상 '김삼순'을 열연하며 다시 한번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는 찬사를 얻었다.

올해 MBC 연기대상의 주역들
올해 MBC 연기대상의 주역들MBC
스타와 시청률 지상주의, 비인기 작품과 중견 연기자 실종

올해 시상식은 한 마디로 <내 이름은 김삼순>과 <굳세어라 금순아>, 이 두 작품을 위한 스페셜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상을 차지한 김선아를 비롯하여 파트너 현빈, 다니엘 헤니, 정려원 등이 모두 빠짐없이 수상했고, <굳세어라 금순아> 팀 역시 한혜진, 강지환, 이민기 등이 주요 부문에서 모두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그러나 삼순-금순 자매의 영광과는 별개로, 올해 연기대상은 시청률 지상주의와 스타 띄우기에 발목 잡힌 MBC의 자성 없는 현주소를 보여준 최악의 연말 시상식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매년 지상파 방송사의 연기대상이, 공정성보다는 소수의 인기 드라마와 스타들에게 집중된 '논공행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올해 MBC 연기대상의 편향성은 이제 시상식으로서 최소한의 권위마저 포기한 홍보 무대의 느낌을 준다.

올 시즌 무너진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을 그나마 지켜준 '쌍순이'에 대한 포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상식 내내 모든 코너가 낯 뜨거울 정도로 두 작품 띄우기에 맞추어져서 시청률이 부진했던 다른 작품이나 배우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찬밥 신세였다,

노골적으로 <금순이> 팀을 띄우기 위해 전례도 없던 '가족상'을 부랴부랴 신설하는 촌극이나, 시상 때마다 매번 바쁘게 단상을 오르내리느라 나중에는 수상 소감이 부족할 지경이었던 <삼순이> 팀 배우들의 모습은, 과연 이 방송이 연기대상인지 삼순이-금순이 특집 스페셜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다.


여기에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공동 수상이 남발되는 '나눠먹기' 행태도 여전했다. '쌍순이'팀의 주연 배우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주요 부문을 독식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 속에서 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이나 배우들, 혹은 스타급이 아닌 중견 연기자들은 처음부터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쌍순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수상을 차지한 <신입사원>의 문정혁(에릭)과 한가인의 수상 역시,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들이 '스타'였기 때문이고, 결국은 자사 드라마 출신 스타들을 띄우기 위한 포상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제5공화국>의 이덕화와 <신돈>의 손창민에게 특별상 개념으로 수상을 안긴 것은, 이번 시상식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중견 연기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생색내기였다.


방송 진행 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MC로 나선 박수홍과 정려원은 잦은 실수와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아슬아슬한 순간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특히 대본 따라읽기에도 급급했던 정려원의 서투르고 무성의한 진행은 생방송을 책임진 공식 무대 진행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이 의심될 정도였다. 오히려 잠깐 시상자로 나선 이덕화와 고두심의 재치있는 언변이 젊은 MC들보다 훨씬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과연 한국의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서 최소한의 공정성과 권위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올해 유난히 수많은 내우외환에 시달렸고, 특히 최근에는 연말 시상식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여론의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외부의 비판에 대해 눈과 귀를 닫고 있는 MBC는 여전히 자성 없이 최악의 선택을 거듭하고 있다.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이 과연 이런 수준임에도 앞으로 계속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 하는 회의만을 다시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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