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시위에 지쳐가는 서문시장 상인들

[취재수첩] 대체영업장소 마련 등 발빠른 정부 대책 호소

등록 2006.01.04 21:19수정 2006.01.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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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시위현장에 할머니와 같이 나온 어린이.

시위현장에 할머니와 같이 나온 어린이. ⓒ 이화섭

1월 4일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취재하면서 많은 피해상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었다. 시민기자이자 대학생 입장에서 얼마나 깊이 취재할 수 있을지도 담보가 안 되는 상황. 다행이 여러 피해상인들이 취재를 도와주기에 취재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피해상인 아주머니께서 나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셨다. 2지구 1층 '화영홈패션'이라는 가게를 운영하셨던 김옥순(53)씨였다. 김씨는 "꼭 좀 잘 써주세요"라고 하며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전혀 돈 자체를 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집이 굶어죽게 생겼다"며 지금의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사실, 시위할 시간도 없이 허드레 설거지를 해서라도 지금 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이제는 집으로 갈 차비도 없습니다."

김옥순씨는 지금 피해상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으로 '생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일단 화재 원인과 조사가 급한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지금 피해상인들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것인데 대책마련이 너무 굼뜨다"라며 다시 한번 정부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재산도 다 태워버린 상황이라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문시장 상인들이 돈 있다는 말은 이미 옛날이야기거든요. 2지구에는 임대료 근근이 내가면서 겨우겨우 장사하는 영세상인들밖에 없습니다."

a 피해상인들은 주차빌딩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커피와 녹차로 추위를 이겨가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피해상인들은 주차빌딩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커피와 녹차로 추위를 이겨가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 이화섭

시위를 진행하는 상인들 또한 추운 날씨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문주차빌딩 앞은 천막과 모닥불을 피운 자리에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앞일을 걱정하고 있다.

한 상인은 "이 시위를 계속 진행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겨운 일"이라며 "오갈 데도 없는 상인들이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많은 상인들이 시위를 진행하면서도 이전 거래처를 잃지 않으려고 계속 휴대전화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어쩌다 임시로라도 생활 터전을 마련한 상인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진열대 설치대금과 거래처에 가져올 물건대금을 생각하면 한 달 뒤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계명대학교에 진학할 예정이라는 진보람(20)씨. 부모님이 같이 운영하는 2지구의 점포가 불에 타는 바람에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어머니는 지금 몸도 안 좋으신 상태에서도 지금 시위에 참석하고 계신다"며 "앞으로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가게가 빨리 마련돼야 하는데 그것이 너무 걱정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영남대의 경우 1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문시장 피해 상인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점점 길어지는 시위에 참가 상인들도 점점 지치고 있다. 한시바삐 생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상인들의 뜻을 어떻게든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에 전달하고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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