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팽개친 노 대통령, 무슨 구상 있기에...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친노 중심 정계개편? 내각제 개헌?

등록 2006.01.05 10:42수정 2006.01.0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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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반발을 뒤로하고 친노직계 인사의 전진배치를 시도한 노무현 대통령. 이로 인해 향후 정국 구상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의 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늘의 화두는 단연 이것이다. '왜?' 노무현 대통령은 왜 강수를 둔 것일까? "예의를 갖춰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협의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한 지 이틀 만에, 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한 이유가 뭘까?

언론의 분석은 세 갈래다.

하나. 노 대통령의 스타일이다. 자수성가형 정치인으로서 보여 온 저돌성, 한 번 작심하면 여론에 개의치 않는 '골수성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이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대통령이 보이는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과 화학작용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둘. 레임덕 차단이다. 이 점은 유시민 장관 내정 사실을 발표한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당·청간에 논란이 증폭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은 양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각료임명권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말 속에는 대통령의 권능에 도전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

친노 직계 의원들이 "정동영계가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켰다"고 성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맥이 같다. 유시민 의원 입각에 대한 당내 반발을 조종한 '배후'가 더 커지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는 판단이 강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권능에 도전하는 차기 리더십의 조기 구축을 견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2·18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당 의장에게 막강 권한을 주려던 정동영계의 당헌당규 개정 시도가 김근태계의 제동으로 무산된 걸 호재로 볼 법도 하다.

셋. 차기 대권 구도 흔들기다. 유시민 의원을 입각시켜 대권 후보로 격을 올린 다음 차기 대권 구도에 새바람을 일으킨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이 구상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친 뒤 당내 경선에 뛰어들어 이인제 대세론을 뒤집은 노 대통령의 성장코스와 닮아있다.

레임덕 차단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

언론이 제기한 이 세 가지 분석은 선택지가 아니다. 잘 따져보면 하나로 통한다.

레임덕을 차단하는 지름길은 차기 대권 구도가 가시화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차기 대권 구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불가측성을 최대화하는 것, 즉 차기 대권 그룹에 대항마를 투입함으로써 '올망졸망 게임'으로 판을 좁히는 게 좋다. 판이 이렇게 조성된다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친노 직계 그룹의 성장을 기할 수 있는 시간도 벌게 된다.

관건은 동력이다. 당으로 돌아간 김근태·정동영 전 장관이 그냥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두 전 장관의 '전진'을 제어할 힘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이 힘의 발원지는 오직 노무현 대통령뿐이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맨주먹으로 대권을 거머쥔 경험도 있고 돌파력도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청와대 대 당의 갈등은 종국에는 친노 대 반노의 대결구도로 재편될 것임을 예고한다.

의문이 생긴다. 지지율이 20%대에서 허덕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친노 대 반노 대결구도를 짠다고 해서 승산이 있는 것일까?

유의해서 봐야 할 분석이 있다.

<동아일보>는 "노대통령의 '나홀로' 대선 독법"에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여당 의원들은 경제 상황 악화가 대선에 치명적 악재라고 생각하지만 청와대는 "올해 행정도시 건설이 시작되면 내수경기도 살아난다. 대선 때는 경제가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으며 ▲여당 의원 상당수는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노 대통령은 현재의 여당 틀로는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열린우리당 의원 대다수는 호남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노 대통령은 호남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관심 끄는 <동아>의 '대선 독법'

<동아일보>의 분석에 따른다면 노 대통령의 구상은 확연해진다.

노 대통령은 조기숙 홍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하라는 열린우리당의 건의는 물론 유시민 의원 입각 반대 주장까지 물리치고 친위세력을 청와대와 정부에 포진시켰다. 이렇게 구축된 주체세력에 경제 호전이란 외인이 작용해주기만 하면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면서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열린우리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구도도 짤 수 있다.

일단은 '여당=열린우리당' 구도를 끌고 가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 정계개편을 통해 친노 직계그룹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구상이 실제 이런 것인지, 또 이런 구상이 현실에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 가지 짚지 않을 수 없는 게 있다.

노 대통령이 친노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과 대선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친노는 곧 반한나라당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게 전통적 지지표를 결집하라고 훈수 둔 바 있다. 대선 승리의 공식은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여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언론에 의해 분석되는 노 대통령의 정계개편과 대선구도 시나리오는 그런 것 같지 않다.

왜일까? 승리공식이라기보다는 패배공식에 가까운 구상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이렇게 볼 수도 있다. 승리공식이든 패배공식이든 그것은 대선공식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에 의해 작명된 '노해민'의 일원인 이해찬 총리는 왜 지난 2일 개헌을 언급하면서 내각제 개헌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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