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건축물과의 만남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보아야 할 것 - 6편]

등록 2006.01.07 19:27수정 2006.01.0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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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 가운데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만남 두 번째 이야기인 건축물과의 만남에 대해 알아보고자합니다.

해외여행은 단순히 눈으로 본다는 데에 그 의미를 둬선 안됩니다. 해외여행은 여행지의 전체적인 형상을 새긴다는 데에 그 의미를 둬야 합니다. 먼저 코로 그곳의 향기를 새기고, 귀로 그곳의 소리를 새기고, 눈으로 그 형상을 새기고, 손과 발로 그 감촉을 새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 한 가운데 보이진 않지만 영원히 간직될 그곳의 또다른 형상을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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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돌 위에 이름을 새겨놓았다. ⓒ 손은식

1. 만리장성

세찬 바람이 쌩하니 지나간다. 이 돌들은 2000년 이상을 지내며 얼마나 많은 바람을 맞았을까? 찬 바람만 쌩하니 지나치는 돌 위에 서 있지만, 이 돌들에서 왠지 인간의 냄새가 나는 것은 이곳에 얽혀 있는 무수한 살과 피들의 이야기가 전해져오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인들이 'The Great Wall'이라 부르고, 한국인들이 만리장성이라 부르는 것을 중국인들은 그냥 장성(長城)이라 부르는 것을 보니 확실히 우리와는 크기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 머리보다 큰 돌을 이고 이곳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한 명의 지도자의 생각이 그 아래 수백만 백성을 즐겁게도 슬프게도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만리장성에 처음 왔을 때보다 두 번째 방문에서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번의 여행으로 족하다는 생각은 어리석음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리장성은 현재 돌들 뿐인 거대한 무더기이지만, 그곳에는 오랜 시간을 들여 찾아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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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성당을 역 안에서 바라보며. ⓒ 손은식

2. 쾰른 성당

서울의 지하철 역 내부에 온 듯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얘기하고, 흩어지는 가운데 무언의 압박감을 주는 건물이 내 앞에 나타남을 느꼈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앞으로 가서 유리벽에 내 눈을 밀착시켜보지만, 그 큰 건축물의 몸통은 여전히 내 시선 밖이었다. 그렇게 독일에서 쾰른 성당과의 첫 만남은 이뤄졌다.

독일 사람들은 코도 높은데 그들이 짓는 건물은 더욱 높습니다. 쾰른 성당은 그 첨탑의 높이가 157m에 달합니다. 1248년부터 1880년까지 630년이란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씩 완성해 간 건축물을 통해 우리와는 조금 다른 독일인의 건축에 대한 생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숙하게 진행되는 미사와 경건한 듯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성당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밝은 빛의 컬러는 오로지 스태인드 글라스를 통한 빛임을 볼 때, 성당의 이미지는 밝고 활기차며 갖가지 컬러로 대변되는 세상과는 반대의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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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의 파르테논 신전 ⓒ 손은식

3. 파르테논 신전

길고도 긴 골목, 좌우의 갖가지 화분으로 장식된 카페를 지나 오랜 역사와 함께 잠들어있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오를 수 있었다. 여유로움과 한가함이 카페의 음악을 통해 흘러나오고, 지중해의 따뜻한 기운을 받아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 그리스 아테네의 오후였다.

온갖 신전들과 우상들이 가득했던 2000년 전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은 현재,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파르테논 신전만이 외로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예전 그 어떤 건축물보다 더욱 아름다웠다는 파르테논 신전은 출입구에 세워진 원형 그림 속에서나 그 예전의 형태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의 추억은 위 만리장성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왠지 수치스러운 역사를 후세에 남기지 않으려는 듯 돌조각 하나 건물의 기둥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파괴한 듯 느껴졌습니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생활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분명 잘 보존되어야 할 우리들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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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 그리스 아테네 시내를 바라보며. ⓒ 손은식

글을 마무리합니다. 여행 중에 만남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먼저 사람과의 만남은 진한 추억을 남기고, 또다른 여행의 길로 인도시켜 줍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드린 건축물과의 만남은 자기 자신 속의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여행자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깊이와 폭을 넓혀줍니다. 결코 TV브라운관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전 편부터 계속 강조하는 "즐거운 여행을 떠나기 전 먼저 즐거운 만남을 기대하십시오"라는 말처럼 여러분이 기대하고 바라는 그 이상의 만남은 절대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멋진 만남을 기대한다면 말입니다.

오늘은 해외여행 떠나기 여섯 번째 이야기로 건축물과의 만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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