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그레'는 계화도(전북 부안) 어민들에게 생명줄과 다름없습니다. 새만금 갯벌이 숨을 쉬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금 물길이 열려 있는 2.7km와 이제는 막혀 버린 군산 쪽 4공구 방조제도 물길을 터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막혀 버린 4공구를 어민들은 '숨통'이라고 하고, 신시도 일대 작은 물길 2.7km는 '생명줄'이라고 합니다. 숨통은 막히고 생명줄에 기대어 사는 새만금 갯벌은 그레에 기대어 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계화도 어민들과 똑같은 운명입니다.
허리 굽혀 자연에 상처 주지 않는 사람들
1월 7일 오후 4시 20분. 낮 물때라 오전 11시 무렵 갯벌에 들어간 어민들이 하나 둘 살금마을 갯벌 입구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입구에는 승용차부터 트럭까지 몇 대의 차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여름철과 가을철에는 어민들이 이용하는 경운기가 드나들기 어려울 정도로 길 양쪽에는 외지 차들이 주차합니다.
주민들뿐 아니라 외지에도 전문적으로 갯벌을 드나들며 조개를 캐는 사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처럼 복장을 갖추고 그레를 들고 갯벌로 향하는 모습은 외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땅 한 뙤기라도 마련하려고 애쓰던 옛날, 농민들에게 '문전옥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갯벌이 그렇습니다. 어민들에게 갯벌은 농민들의 문전옥답에 해당합니다.
배를 타고 먼 바다까지 가지 않아도 쉽게 일을 할 수 있고, 아이들 학비는 물론 생활비와 반찬거리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갯벌이었습니다. 갑자기 손님이라도 들이닥치면 조새나 호미를 들고 갯벌로 가거나, 갯골에 쳐 두었던 그물이면 훌륭한 찬거리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