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직원 투입은 불법... 법원이 되레 법 어겨

[진단] 6일 평택 대추리 대추분교 용역 투입의 불법성

등록 2006.03.06 18:40수정 2006.03.06 19:13
0
원고료로 응원
a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확장 지역 철조망 설치작업이 임박한 가운데 6일 오전 법원집행관과 용역들이 대추초등학교에서 집행을 시도하다 주민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한동안 몸싸움을 벌이다 돌아갔다.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확장 지역 철조망 설치작업이 임박한 가운데 6일 오전 법원집행관과 용역들이 대추초등학교에서 집행을 시도하다 주민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한동안 몸싸움을 벌이다 돌아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법원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절단기를 들고 대추분교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법원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절단기를 들고 대추분교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6일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옛 대추분교의 미군기지 이전 부지 강제집행에 들어간 법원이 적법절차임을 내세우면서도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 오히려 불법행위를 저질러 주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집행관사무소는 이날 오전 강제집행 현장에 집행관과 함께 수십명의 용역업체 직원을 투입했다. 이들은 새벽부터 현장을 지키던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취재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완력으로 주민들을 끌어내는 등 사실상 강제집행 절차에 동원됐다.

불법행위가 목격된 6일 대추리 강제집행 현장

현행법상 법원의 강제집행에는 경찰이나 군 등 국가 공권력을 제외한 다른 인력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대법원의 '집행관에 의한 강제집행' 절차(저항의 배제)에 따르면, 집행관은 집행을 방해하는 저항을 받으면 경찰 또는 국군의 원조를 받을 수 있다. 단, 군 병력의 경우 집행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다만 집기나 가구를 들어내는 등 용역이 필요할 경우 때에 따라서 집행관이 사설용역업체 직원들을 부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용역업체 직원이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완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게 현행법이다.

그러나 6일 옛 평택분교에서는 집행관에 의해 동원된 사설용역업체 직원들이 사실상 강제집행에 동원돼 물의를 빚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법원 집행관과 함께 나타난 용역업체 직원 30여명은 "XXX, 죽고 싶냐", "너 나랑 한판 붙을래"라는 등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은 또 낮 12시40분께 사복경찰들과 함께 주민들을 끌어내는데 동원되기도 했다.


현장에 투입된 용역직원들의 손에는 쇠사슬을 절단할 수 있는 공구가 들려 있었다. 주민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을 데리고 나타난 집행관을 향해 "깡패들을 왜 데리고 나타났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장경욱(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 변호사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주민들을 끌어내는 등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집행관이 법원의 명령에 따라 건물 내부의 집기나 가구 등 짐을 나를 때 용역직원들을 집행보조 역할로 부를 수는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집행관은 강제집행에서 공권력(경찰, 군 등) 이외의 용역직원들을 동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a 6일 경기도 평택 대추분교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을 위해 집행관과 함께 수십명의 용역직원들이 동원됐다. 이들은 주민들을 완력으로 끌어내거나 주민과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붇기도 했다. 용역직원들과 함께 대추분교앞에 도착한 법원집행관이 서류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6일 경기도 평택 대추분교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을 위해 집행관과 함께 수십명의 용역직원들이 동원됐다. 이들은 주민들을 완력으로 끌어내거나 주민과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붇기도 했다. 용역직원들과 함께 대추분교앞에 도착한 법원집행관이 서류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법원 "저항이 워낙 심해 어쩔 수 없다"

a 법원마크가 선명한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용역직원.

법원마크가 선명한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용역직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수원지법 평택지원 집행관사무소 관계자도 용역직원들을 강제집행에 동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옛 대추분교에 대한 강제집행의 경우 저항이 워낙 심해 어쩔 수 없다는게 이들의 반박이다.

집행관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3일 집행관이 갔을 때도 주민들의 저항이 워낙 심해 강제집행을 하지 못했다"며 "법원의 결정대로 주민들이 나가겠다고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6일 현장에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한 것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게 집행관사무소의 해명이다. 그는 "저항이 없는데도 집행관들이 처음부터 경찰이나 군 등 공권력을 요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집기나 가구 등을 나르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했을 뿐 강제집행을 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용역업체 직원들은) 현장에서 집행관의 지시에 따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 가운데 사설용역업체 직원들이 강제집행 현장에 투입된다면 마찰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 이 과정에서 폭력행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더 큰 문제는 불법적으로 동원된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에 책임을 물을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경찰력과 함께 투입되는게 일반적이어서 폭력을 행사한 사람을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평택지원 집행관사무소 관계자는 "만약 폭력행위가 일어난다면 쌍방간 민·형사상 소송으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법원 강제집행의 안이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3. 3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든 비극... 괴물을 낳은 엄마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