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교정에 핀 개나리꽃을 보지 못한다면요?

7차 교육과정에서 줄어드는 각종 행사와 특별활동

등록 2006.03.16 10:48수정 2006.03.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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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에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교정에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서종규
노란 개나리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노란 개나리가 피면서 교정이 더욱 활기차게 숨쉬는 것 같아요. 교정 곳곳에 심어진 개나리가 아직은 다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양지쪽에 있는 개나리부터 노란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봄이면 초등학교 교문 앞에 노란 병아리를 놓고 아이들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물론 집에 가서 기르다 보면 다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요.

개나리가 활짝 핀 것은 아니고, 양지쪽에 있는 것부터 피기 시작한 것입니다.
개나리가 활짝 핀 것은 아니고, 양지쪽에 있는 것부터 피기 시작한 것입니다.서종규
그 노란 병아리가 노란 개나리꽃 밑에서 놀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린 시절 암탉이 품고 있던 병아리들이 어미닭의 품에서 나와 울타리 밑으로 나가지요. 울타리에는 개나리 몇 그루에 노란 꽃잎이 피어나기 시작하구요. 개나리 밑에 숨어 버린 그 노란 병아리들을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가요?

소풍과 개나리는 늘 같은 느낌이죠. 꼭 교정에 심은 개나리가 만발하기 시작하면 소풍을 준비하고, 장소를 정하여 출발하는 것이지요. 도시에서는 전세버스를 빌려 개나리가 피어 있는 언덕이나 강변 등으로 소풍을 떠나는 경우가 많죠. 진달래가 피어 있는 언덕도 마찬가지구요.

개나리는 우리들에게 병아리의 추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개나리는 우리들에게 병아리의 추억을 떠오르게 합니다.서종규
울긋불긋한 자운영 꽃밭을 지나가면서 지르던 탄성, 벚꽃이 떨어지면서 날리는 꽃눈의 황홀한 모습에 젖어들어 자기도 모르게 벚꽃 한 가지를 꺾어 머리에 꽂던 기억, 놀이 시설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강변에서 물수제비를 띄우며 마냥 즐거워 소리 질렀던 추억, '범생'으로 보였던 친구가 그렇게 요란한 몸짓으로 관중을 사로잡았던 장기자랑.

물론 어떤 학교는 인근의 산이나 유원지로 소풍을 가기도 하구요. 어떤 학교는 학급 담임이 인솔하여 학급별로 소풍을 다녀온 학교도 있구요. 소풍 문화가 많이 변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봄에 피어나는 한 송이의 개나리를 보고 오는 느낌은 평생 남아 있는 것이겠지요.

소풍가서 보았던 개나리의 모습도 너무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
소풍가서 보았던 개나리의 모습도 너무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서종규
어떤 학교에서는 봄소풍을 없애는 문제에 대하여 신중한 검토를 했다고 합니다. 봄소풍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이틀간 실시했던 체육대회도 하루로 축소한다고 결정했다네요. 7차 교육과정이 정착되면서 수업시수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랍니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수업 일수를 지켜서 수업을 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 교과 단위 수 별로 정해진 수업 시간 수를 지켜야 한답니다. 6차 교육과정에서는 수업 일수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각종 행사를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7차 교육과정에서는 행사 일수는 수업 일수에는 포함되지만, 각 교과의 수업 시수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행사를 하면 할수록 그만큼의 수업을 더 해서 수업 시수를 맞추어야 한답니다.

소풍이 사라진다면 기억 속에 개나리도 없겠지요.
소풍이 사라진다면 기억 속에 개나리도 없겠지요.서종규
그렇게 되니 각 학교들에서는 행사를 하면 할수록 각 교과의 수업 시수를 채우기가 힘들어져 행사를 줄이거나 생략해 버리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지요. 어떤 학교에서는 수업 시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방학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고 하지만요.


그러니 7차 교육과정 아래에서 각급 학교는 수업 시수 확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행사를 줄이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다 보면 학창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각종 행사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게 되겠지요.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서종규
이제 그런 개나리의 추억도 없어질지 모릅니다. 봄소풍이 없어지고, 그 재미있었던 체육대회도 없어지고, 종일 교실에 앉아서 수업만 들어야 하는 초, 중, 고 학생들을 생각해 보면 너무 아쉬워집니다.

이런 문제가 최근에 와서 더 많이 부각된 것은 주5일 근무제가 월 2회로 확대되면서부터랍니다. 물론 학교마다 월 2회분 토요일 수업은 주 중으로 당겨서 실시를 합니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가 이틀로 확대되었지만 수업 시수에는 변동이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행사를 할 수 있는 날들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답니다.

7차 교육과정을 시작하면서 교육부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특별활동이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활동을 자치활동, 행사활동, 적응활동, 클럽활동, 봉사활동 등 5개 영역으로 나누어 어떻게 하라고 연수도 하고, 보고서도 제출하라 하고, 학교조직도 특별활동에 맞게 개편하라 하는 등 야단이었답니다.

교정에는 많은 개나리들이 있지만 아직 모두 활짝 핀 것은 아닙니다.
교정에는 많은 개나리들이 있지만 아직 모두 활짝 핀 것은 아닙니다.서종규
교육부는 주5일제 근무를 월 2회로 확대하면서 중,고 등학교에는 1단위씩 수업을 줄이도록 하였답니다. 그런데 광주광역시에 있는 중, 고등학교에서는 학년별 2단위인 특별활동 시간을 1시간씩 줄여 1단위로 조정하였답니다. 교과 수업을 줄이면 학부모들이 만날 놀고먹는다고 인식한다나요.

특별활동이 1단위가 되면 옛날에 해 왔던 HR과 CA를 합하여 주 1시간씩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되다 보면 클럽활동도, 학급활동도 대폭 줄어들어 유명무실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특별활동의 5개 영역을 주 1회 실시하면 충실히 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겨우 장부나 써 가는 활동이 되겠지요.

봄이 되면 개나리가 핍니다.
봄이 되면 개나리가 핍니다.서종규
소풍이니, 수학여행이니, 체육대회니, 예술제니, 수련회니 모두 수업 시수에는 넣을 수 없는 행사들이다 보니, 각급 학교에서야 이런 행사들을 줄여가고 싶은 마음들이 앞서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교육부가 앞장서서 7차 교육과정에 정해져 있는 각 교과의 수업 시수를 줄여야 합니다.

그렇지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봄이 와도 봄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생각, 교정에 핀 노란 개나리를 보면서 학생들의 마음에는 그 아름다움을 누릴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기우일까요?

학생들이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서종규

덧붙이는 글 | 광주경신중학교 교정에 피기 시작한 개나리꽃을 3월 15일(수)에 찍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광주경신중학교 교정에 피기 시작한 개나리꽃을 3월 15일(수)에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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