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투표권, 여전히 무시되고 있다"

[인터뷰] 경북점자도서관 이재호 관장

등록 2006.04.19 20:18수정 2006.04.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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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점자명함으로 알권리를..."  점자명함 제작을 의뢰한 한 출마자에게 거듭 강조하는 이관장

"점자명함으로 알권리를..." 점자명함 제작을 의뢰한 한 출마자에게 거듭 강조하는 이관장 ⓒ 추연만

투표하는 날에 가장 힘들게 투표소로 가는 사람들은 누굴까?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다른 사람보다 더 힘들 것이다. 투표장에 가는 불편함은 물론 각 후보를 알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에는 시각장애인용 점자형 홍보물을 따로 만들 수 있도록 했으나 음성매체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일반 인쇄물과 달리 점자홍보물을 제작할 곳도 충분치 않다. 그래서 시각장애들이 선거홍보물을 통해 후보자 면면을 알아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시각장애인 참정권이 여전히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경북점자도서관 이재호 관장을 만났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점자형 선거공보 개선촉구 등 시각장애인 알권리와 평등권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재호 관장은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현행 점자선거공보의 매수를 일반 선거공보와 동일하게 규정한 것은 시각장애인에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임을 인정한다"는 결정사항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관장은 지방선거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 규정과 관련 "시각장애인을 무시하는 차별하는 행위"라며 "점자형 선거공보에도 일반 선거공보와 동일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선거운동을 하는 예비후보자 가운데 점자명함을 사용하는 후보가 너무 적다고 지적하며 후보자들의 적극 참여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경북점자도서관 이재호 관장과의 인터뷰 내용

- 4월 20일은 장애인 날이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바람은?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만들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날 행사가 생색내기로 진행되고 있다. 진정 돌아보아야 할 것들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보건복지부 예산의 상당부분이 지방정부로 분권화 되면서 장애인 예산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단체장들이 선거를 의식한 채 예산집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장애인보다 여성 노인 분야에 더 많은 사회복지 예산을 쓰는 것은 표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 사회복지예산은 중앙정부에서 책임질 부분이 많아야 된다고 본다."

a 이재호 경북점자도서관 관장

이재호 경북점자도서관 관장 ⓒ 추연만

- 현행 점자형 선거공보와 관련 '시각장애인 참정권을 무시했다'고 주장한 이유는?
"점자형 선거공보는 비장애인들이 볼 수 있는 책자형 선거공보와 같은 규격으로 제작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시각장애인 문자(점자)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만들어진 법이다. 즉, 점자는 자음과 모음을 풀어쓰는 형태로써 묵자(비장애인 일반문자)와 달리 크기조절이 되지 않아 일정한 규격 형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공보(책자형선거공보)는 12면 이내로 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을 점자형 선거공보로 제작하면 12면 안에 묵자 활자로 된 내용이 다 들어가지 못하고 전달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시각장애인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차별하는 행위다."

-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에서 평등권 침해로 결정된 사항이 아닌가?
"선거법 개정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알권리와 평등권 보장을 위한 사항이 반영됐으나 점자형 공보와 관련 '책자형 선거공보에 게재된 내용을 줄이거나 그 내용과 동일하게 작성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오늘 중앙선관위에 항의한 결과 '점자형 공보를 만들 경우, 책자형 선거공보와 동일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방침이 지방선관위에도 적용될 지 아직 미지수다. 지켜볼 일이다."

- 예비후보자 가운데 시각장애인용 점자명함 제작을 부탁하는 후보가 있느냐?
"(웃으면서) 거의 없다. 어느 후보의 점자명함은 전달받은 바 있다. 수도권 예비후보자들은 앞 다퉈 점자명함을 만들어 달라고 야단이라는데, 우리지역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만들어주겠다고 했는데도 오지 않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 모든 출마자들이 점자공보를 제작할 가능성은 있나?
"출마자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점자공보를 만들려면 미리 서둘러야 한다. 일반 공보에 비해 제작할 곳도 적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점자 공보 제작비용이 국가에서 보전해 준다. 후보자들의 적극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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