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풀뿌리 진출 4배 늘었다

구청장 등 528명 당선... 여성 비율 13.5%

등록 2006.06.05 11:55수정 2006.06.0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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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5·31 지방선거 결과 총 528명의 여성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를 모았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한 명의 후보도 당선되지 못했지만,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32명, 기초의원 110명, 광역비례의원 57명, 기초비례의원 326명 등 2002년 선거 때보다 당선자가 386명 늘어났다.

당선율 역시 지난 2002년 3.22%보다 4배 이상 높은 13.65%를 기록했다. 그러나 비례를 제외하면 여성 당선율은 2002년 당선율 2.14%의 2배에 그친 4.25%로 뚝 떨어진다. 전체적인 여성 당선율 증가는 이번 선거부터 기초비례의원을 새로 선출했고, 비례후보의 경우 여성의 비중이 광역비례 64.4%, 기초비례 73.2% 등 다수를 차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지방선거 관련 업무를 총괄한 김은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간사는 "지난 4년 동안 각 정당에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 여성 후보를 10% 이상 전략공천해야 한다고 요구했음에도 주요 4당의 전체 여성 공천비율은 겨우 6.4%에 그쳤다"며 "특히 한나라당이 52개 지역에서 여성에게 배정해야 하는 비례후보 1번을 남성에게 준 사례는 정당이 여성 공천 할당에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한나라당의 압승과 열린우리당의 완패로 요약할 수 있다. 여성 당선자들 역시 한나라당과 나머지 당들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먼저 한나라당은 전략공천을 통해 정당 중 유일하게 김영순 송파구청장, 박승숙 인천 중구청장,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등 3명의 최초 여성 구청장을 탄생시켰다. 당선자 수도 정당 중 가장 많은 총 305명에 육박한다. 다른 정당들은 많아야 1명의 당선자를 낸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29명이나 당선됐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광역의원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고, 기초의원에서 21명이 당선되는 등 총 당선자 수가 121명에 그쳤다. 민주당 46명, 민주노동당 40명 등 다른 당들도 모두 열세를 면치 못했다.

김형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부소장은 "이번 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로 진행됐다"며 "당선된 여성 후보들 모두 인물이나 정책보다는 당 지지도에 기댄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부소장은 "만약 이번 선거가 인물·정책위주로 치러졌다면 강금실 후보의 득표율 27.3%는 말이 안 되는 숫자"라며 "정당 위주의 투표 관행은 여성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후보의 당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당별로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여성을 우선 공천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인수 3706만4282명 중 1900만1370명이 투표에 참여해 2002년 선거 투표율보다 2.4%포인트 높은 51.3%를 기록했다.


"정권심판론에 여성 아젠다 실종 유감"
[기고] 김경숙 공주대 정외과 교수, 한국여성정치연맹 부총재

이번 지방선거는 기초의회의 비례대표제와 중선거구제 도입, 그리고 지방의원 유급화로 여성계의 기대가 컸다. 기대대로 비례대표를 포함한 여성 당선율은 2002년 3.22%에서 13.65%로 증가해 17대 국회 여성 의원 비율 14%와 비슷해졌다. 그러나 공천 경쟁은 더 심해져 선출직은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큰 증가는 없었다.

예측대로 기초지자체장은 0.86%에서 1.3%로, 광역의원은 2.29%에서 4.89%로, 기초의원은 2.2%에서 4.38%로 배가되었으나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여성 출마자 대비 당선율은 37.07%로 2002년 36.04%와 비슷하다. 선출직만 보면 출마자 수는 278명에서 528명으로 늘었지만 출마자 대비 당선율은 33.45%에서 27.62%(비례 제외)로 오히려 낮아졌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제고를 기대했던 제도들이 예기치 못한 형태로 역기능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선 비례대표의 경우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여성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권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는 선출직 30% 할당 권고 규정의 사문화와 더불어 여성 지역구 비율을 높이지 못한 또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기초의원 비례대표 홀수번 교호순번제도 강제화되지 않아 각 정당이 1번을 모두 남성으로 공천한 기초지자체도 있었다. 기초지자체의 어느 지역구는 주요 정당이 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광역뿐 아니라 기초의원 비례대표도 홀수번 교호순번제를 어길 경우 선관위 등록 무효화가 필요함이 재확인된 것이다.

또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10%인 비례대표 의석의 절반을 할당한다고 해도 총 의석 수의 5%에 불과하다. 광역의회의 비례대표와 선출직 비율을 1대 2로 할 것을 여성계가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기초의회의 중선거구제 도입도 한계를 노정했다. 여전히 유권자들은 1표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정수 2인 선거구가 다수였다. 정당들은 표 분산을 막아 3등으로라도 당선시키기 위해 1명씩만 공천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중선거구제 도입도 여성 진출 확대라는 면에서 큰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가 지방자치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이 현실로 나타난 것은 가장 큰 문제였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는 도입이 논의될 때부터 지방자치는 비정치적 영역으로 남겨 놓아야 한다는 논리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될 것이라는 논리, 여성의 경우 풀뿌리 지역 활동을 통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후보들을 원천적으로 불리하게 할 것이라는 논리에서 반대론이 제기되었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우려대로 지자체 및 지방의회에 대한 평가와 정책 검증은 사라지고 '지방이 실종된 지방선거'로 끝이 났다.

정당별 여성 출마자 대비 당선율(비례 제외)이 열린우리당 30.88%, 한나라당 72.88%, 민주당 26.47%, 민주노동당 11.19%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리고 '정권 심판론'의 회오리 속에 여성 아젠다도 묻혀 사라져 갔다. 일본에서 혁신자치제를 표방해 70∼80%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무당파 운동과 생활자치 운동을 전개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펄떡이며 움직여 나가는 한치 앞을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정치에 속은 것 같다." 돌풍을 일으키던 강금실 후보가 '정권 심판론'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꿈틀대는 생물의 정치 바람을 온 몸으로 절감하며 내뱉은 말이다. 결코 간단치도, 만만치도 않은 생물의 정치바람 속에서 선전을 한 1411명 여성 후보에게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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