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10명만 있으면 재집권 가능"

홍준표 "2년 반동안 전 의원 혼자 싸웠다"... 탄력받은 한나라 "잃어버린 10년 돌려받자"

등록 2006.06.05 14:02수정 2006.06.0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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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전여옥의원 실 주최로 열린 한나라당 발전전략 세미나'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 꿈은 이루어지는가?'에서 전여옥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5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전여옥의원 실 주최로 열린 한나라당 발전전략 세미나'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 꿈은 이루어지는가?'에서 전여옥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희열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압승 바람을 2007년 대선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5·31 지방선거 압승 이후 잔뜩 탄력을 받은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 쟁취를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여옥 의원 주최로 열린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한나라당 발전전략 세미나'에는 지방선거 이후 치솟은 한나라당의 주가를 남은 일년 반 동안 이어가기 위한 보수 세력의 염원이 감지됐다.

전 의원은 "오늘 세미나는 한 달 전에 기획했던 것"이라며 "발제문이 구체적이고 발제자들의 고민이 깊다, 한나라당보다 더 당의 고민과 상황과 나아가야 할 길을 깊이 고민해주셔서 어떻게 보답할까 무거운 마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혁철 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 송대성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 연구위원, 제성호 중앙대(법학과) 교수 등 보수 성향의 학계 전문가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4년 전에도 지방선거는 이겼다, 대선 이기려면 호남을 잡아야"

이날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호남과 화해해야 한다" "의원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등 당을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홍 의원은 '2007년 대선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한 발제에서 지난 두번의 대선 패배 경험을 회상하며 한나라당과 현 정부를 비판했다. 발제가 진행되는 10여분 동안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6번 터져나왔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던 홍 의원은 4년 전을 되짚으며 당을 향한 쓴소리를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호남을 제외하고 석권했지만, 12월 대선에서 참담하게 졌다. 당시 지방선거 이후 이회창 후보는 '이대로, 이대로'를 외쳤다. 공약을 만들겠다고 하면 '이대로 가면 이긴다'면서 '집권하면 (공약은) 부담된다'고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정당이나 후보 입장에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참패했다."

또한 홍 의원은 지방선거 압승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한 정당에 중앙권력과 지방 권력을 다 몰아주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의 압승에 우려를 표했다.

이어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시대정신·거대담론을 제시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통일시대'로 가기 위해서 '평화민주개혁 세력'이라는 좋은 말을 선점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한나라당은 국민들이 살기편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세력이라는 점을 내세워야 한다"며 '선진 강국론'을 제안했다.

홍 의원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위해 ▲호남과의 화해 ▲의원들의 각성과 당내 화합 ▲'참보수' 운동 등을 제안했다. 홍 의원은 "호남지역의 동의와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가해자인 박근혜 대표와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화해하면 호남 정서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년만에 좌파 정권이 그 자리 내주겠냐"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자료사진)오마이뉴스 이종호
홍 의원은 옆에 앉은 전 의원을 향해 "17대 국회 들어와서 제일 좋아하는 의원"이라며 "남자 의원들이 겁을 내고 눈치보고 이미지 바꾸고, 웰빙(well being)할 때, 지난 2년 반 동안 전 의원은 혼자 싸웠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한나라당에서 전 의원 같은 사람이 10명만 있으면 집권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론스타 사건 등 엄청난 국가적 사건이 터졌는데 (의원들은) 파헤칠 생각을 않는다"고 당내 의원들을 겨냥했다.

홍 의원은 "정권은 그냥 오지 않는다"면서 "좌파 정권이 해방 이후 50년간 비주류로 살다가 비로소 주류가 됐는데 10년 만에 그 자리를 내주겠느냐"고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선후보 경선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제안한 것에 대해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혁신위원장으로 당헌당규 개정작업을 맡았던 홍 의원은 "6개월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국민적 검증 기간"이라며 "혁신위에서 만든 안은 지난 20년간 해오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흠있는 후보라면 한나라당에서 뽑아서는 안 된다"며 "흠있는 후보를 뽑아서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고 토로했다. 이회장 전 후보가 아들의 병역 문제로 치명타를 받았던 것을 염두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피해야 할 4가지는?

한편 제성호 중앙대(법학과) 교수는 "이번 압승은 한나라당이 잘했다기보다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와 여당의 실정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 ▲대선 빅3 후보간 싸우는 모습 ▲포퓰리즘 ▲현실 안주 ▲불투명한 정책이나 반자유주의 성향 제시 등을 꼽았다.

제 교수는 유력한 대권 주자들에게 "우르르 줄서기, 내놓고 싸우기, 뒤에서 욕하고 흠집내기를 지양해야 한다"며 "대선 후보 경선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멋진 잔치 분위기를 유지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 교수는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해 범우파 단일 전선이 형성되도록 직·간접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청년학생, 직장여성 등 한나라당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사각지대 계층과의 스킨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발제자들은 한나라당의 집권 탈환을 위한 제안을 쏟아냈다. 송대선 연구위원은 "2002년 대선의 경우 이회창 후보의 자녀 병역문제가 예견됐음에도 특별한 대책이 없었다"며 "전략·전술지휘사령부를 만들어 철저한 대비책을 만들고, 방송국 중 하나를 반드시 잡아서 계속 한나라당의 논리를 전파하고 심리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진휴 국민대(행정학과) 교수는 대선후보 과정의 상품화, 긍정적 정당 이미지 구축 강화, 진성 당원 참여 확대를 통한 소속감 증대 등을 주문했다.

'수비수'를 칭찬한 '공격수'... 홍준표의 변신

"홍준표 의원이 여기 웬일로?"

5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한나라당 발전전략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홍 의원을 향해 기자들은 의문을 던졌다.

홍준표 의원과 전여옥 의원. 둘다 쓴소리를 서슴치 않는 '저격수' 출신이지만, 지금까지 두 사람은 같은 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는 사이였다.

당내 비주류 인사로 평가받던 홍 의원은 주로 박근혜 대표에 대항한 '공격수'였다면, 당 대변인 출신인 전 의원은 박 대표를 향한 공격을 받아치는 '수비형'이었기 때문.

지난해 3월 전 의원의 대변인 유임이 결정됐을 때 홍 의원은 "당 대변인인지, 박근혜 대변인인지 모르겠다"며 "대변인이 아니라 박 대표 측근"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전 의원에 대해 "한나라당의 최고 가는 전사"라며 추켜세우면서도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은 전 의원 입으로 운영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 전 의원이 '대졸 대통령' 발언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을 당시 홍 의원은 "대변인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데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홍 의원은 "전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내가 와서 기자들이 의외라고 하는데, 사실 전 의원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같이 일하면서 친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외에도 "전 의원 같은 사람이 10명만 있으면 한나라당의 집권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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