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를 만난 Matt, 그리고 '돌발상황'

'News21 프로젝트' 돕기 그 두번째 이야기

등록 2006.06.10 09:08수정 2006.06.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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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한지 이틀 째, 평택범대위 상임대표 문정현 신부가 단식 농성 장소가 어제 8일, 청와대 앞으로 변경됨에 따라 이루어지지 못했던 인터뷰가 오늘 9일 오후 드디어 이루어졌다.

Matt, 청와대 앞으로

'NEWS 21' 프로젝트는?

'NEWS 21'은 저널리즘 교육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카네기재단 후원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로 미국 내 USC(University of South California), North Western, Columbia, UC Berkeley 등 4개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들 대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은 911테러 이후의 미국인들이 인식하는 테러의 위협, 미국의 대외 안보 정책 등 각기 다른 여러 가지 테마들을 다루게 된다.

이 중의 일환으로 UC Berkeley에서 진행하는 'News 21 : South Korea' 프로젝트에는 지난 5월 버클리 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취득한 Matt, Vanessa, Katie, Kim, Catherine 등 5명은 기자 활동경력이 있는 석사학생들로 구성됐다.
난생 처음 와본 청와대였기에 청와대 안으로는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겠거니 하고 예상했지만, 진입로부터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신분을 밝혀줄 것을 요구해왔다. 다행히도 상세히 'News 21 프로젝트'와 문정현 신부와의 예정된 인터뷰 내용을 설명하니 상당히 친절한 태도로 문무관 앞까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문 신부가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은 청와대의 반대 방향에 위치한 정자였다. Matt은 청와대 앞에서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캠코더에 담기 위해 영빈관 정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 옆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할 것을 요구하며 한 중년의 여성이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윽고 무전기를 든 보안요원이 뒤쪽에서부터 다가왔고, 촬영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의 신분과 취재 내용을 밝히자 보안요원은 자신의 수첩에 우리의 인적 사항을 기록한 후, 무전기를 통해 상부에 보고하는 듯 잠시 벤치에 앉아서 기다려 줄 것을 부탁했다.

Matt은 한국의 현실을 잘 몰랐다. 사실 필자도 전혀 몰랐다. Matt은 미국에서는 백악관 주변은 일종의 관광지로 인식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과 캠코더에 건물의 모습을 담기 때문에 건물의 촬영이 문제가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인터넷신문 발행인'


a 문정현 신부를 만나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Matt

문정현 신부를 만나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Matt ⓒ 이정석

이 때, 한 중년의 남자가 생소한 인터넷신문의 발행인이고 적혀있는 명함을 들며 찾아왔다. 영빈관 촬영이 무슨 보안과 관련되느냐며 ‘취재 활동 과잉 방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우리에게 접근했다. 우리의 소속과 취재 목적을 묻더니, 필자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 미국 기자에게, 쟤들은 다 빨갱이들이고, 한국과 미국 관계를 빨갱이들 때문에 망쳐서는 안 된다고 꼭 좀 전해주시오”


그리고 요청을 하기도 전에 자신도 기꺼이 인터뷰에 응하고 싶다고 인터뷰 의사를 전해왔다. 우리에게 문 신부의 시위 장소를 안내해주려는 보안 요원에게 다시 한번도 “왜 취재 활동 과잉 방해 하느냐, 영빈관 촬영하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냐” 라며 직설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문 신부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간략히 소개를 한 후 인터뷰는 바로 이루어졌다. 영어가 가능하다고 미리 얘기를 듣긴 했지만, 문 신부는 예상보다 훨씬 유창한 영어로 차근차근 논리 정연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Matt도 이를 경청하며 캠코더에 담았고, 필자는 너무나도 깔끔한 영어 구사 능력에 다소 놀라운 눈빛으로 평택미군기지 확장 문제에 대한 문 신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바로 그 때였다. 인터뷰를 자청했던 그 중년의 남자는 인터뷰가 진행 중인 정자 쪽으로 다가오더니 한 마디 말없이 취재를 진행 중인 우리 쪽을 향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문 신부 주변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그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오셨지요? 명함이라도 먼저 주시고 사진을 찍으시는 편이 좋을 듯 한데요.”

허나 중년의 남자는 멈추지 않고 셔터를 눌러댔고, 이윽고 주변 사람들은 신부님께서 인터뷰를 원치 않으니 돌아가줄 것을 부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렇게 말하며 사진 촬영을 고집했다.

“왜 내 취재활동을 방해하는 건데?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거야 뭐야?”

a 문정현 신부측이 갑자기 끼어든 중년의 인터넷신문 발행인에게 취재현장을 떠나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정현 신부측이 갑자기 끼어든 중년의 인터넷신문 발행인에게 취재현장을 떠나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이정석

분위기가 격해지자, 문 신부측 사람 중 한 명은 이를 촬영하고자 캠코더를 들었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그에게 인터뷰 현장에서 나가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소 당황한 듯한 Matt역시 이 장면을 캠코더에 담고 있었다.

분위기가 다소 소란스러워지자 보안요원이 다가왔고 영빈관을 향해 1인 피켓시위를 벌이던 중년의 여성 역시 다가왔다. 중년의 여성은 보안요원에게 "왜 쟤들이 찍는 건 괜찮고, 우리가 찍는 것은 안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활동 방해?

보안요원이 상황을 정리하려 하자 그 인터넷신문의 발행인을 자청하던 중년의 남자는 자신과 합류했던 1인 피켓 시위자와 현장을 벗어나면서 계속 "취재 활동을 과잉방해 하지 말라"며 그 후로도 몇 번을 반복하며 인터뷰 현장 쪽을 향해 외쳤다.

상황은 결국 정리되었고, 이 들은 결국 경찰서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Matt에게 인터뷰 전 받았던 명함을 보여주며, 혹시 인터뷰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자, Matt의 마지막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Mmm, it's ok." (뭐, 됐어.)
첨부파일
js6656_297672_1[1].AVI

덧붙이는 글 | 서강대학교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고 있는 4명의 학생들은 (이정석, 이성현, 유대근, 신은조) 이들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 일부터 인터뷰 과정에서의 통역, 그리고 취재 과정 중에 생기는 에피소드 등의 기사화, 다른 각도에서의 취재 등 이들의 취재활동 전반에 걸쳐 함께 하고 있다. 

News21 South Korea팀은 네티즌 여러분들의 참여도 환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를 방문하시기 바라며, 각각의 주제로 올라온 게시물 아래에 답글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포스트할 수도 있다. 

http://news21usmilitaryabroad.typepad.com/news21rokers/

덧붙이는 글 서강대학교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하고 있는 4명의 학생들은 (이정석, 이성현, 유대근, 신은조) 이들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 일부터 인터뷰 과정에서의 통역, 그리고 취재 과정 중에 생기는 에피소드 등의 기사화, 다른 각도에서의 취재 등 이들의 취재활동 전반에 걸쳐 함께 하고 있다. 

News21 South Korea팀은 네티즌 여러분들의 참여도 환영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보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블로그를 방문하시기 바라며, 각각의 주제로 올라온 게시물 아래에 답글의 형태로 자신의 의견을 포스트할 수도 있다. 

http://news21usmilitaryabroad.typepad.com/news21ro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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