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31 지방선거와 관련, 기부행위 및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완구 충남도지사의 공판이 25일 속개된 가운데, 이 지사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채증 된 녹취록은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방법원 형사4부(재판장 박관근)는 이날 오후 318호 법정에서 세 번째 심리를 열어, 이 지사가 지난해 12월과 1월께 서천 S음식점, 부여 G음식점, 온양 O호텔커피숍에서 한나라당 당원 및 선거구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기부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증인심문을 벌였다.
검찰은 증인들을 상대로 각 모임 개최 동기가 이 지사 측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 아닌지와 각 모임마다의 비용 지출을 이 지사 측에서 부담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반면 변호인은 각 모임이 이 지사의 요청에 의해 개최된 것이 아니며, 이 지사의 직접적인 기부행위가 없었고, 당시 모임 참석은 사전선거운동이 아닌 지역여론을 듣기 위한 방문이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검찰은 지난해 12월 말께 당원 등 20여명의 선거구민들이 서천 S음식점에 모인 자리에서 이 지사가 한 발언을 녹취한 '녹취록'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불법적인 과정으로 얻은 증거물은 증거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며 "만일 이러한 증거물이 증거로 채택된다면 불법이 판을 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의 판결과는 별도로,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적인 녹취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한다"며 "이 사회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만 이 지사는 "녹취록은 이미 읽어봤다"며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체로 (그런 말을 한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녹취록에는 이 지사가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자신이 도지사가 되면 서천지역을 중점 개발할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날 서천 S음식점에서 직접 녹취를 한 N씨는 증인으로 출석, "이완구 후보가 그 자리에서 '도지사가 되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도지사 공관으로 한 번 초대하겠다, 그렇게 신의를 지켜 가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해 이를 뒷받침했다.
이 지사의 다음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에 열리며, 재판부는 이날 4-5명의 증인을 추가로 불러 심문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 충남 서천군 한 식당에서 한나라당 당원 20여명에게 경선 및 선거에서 지지 등을 호소하며 운전기사 C씨와 함께 식비 35만7000원을 제공하고, 같은 달 26일에는 충남 예산과 부여의 식당에서 당원 7~10여명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또 올 1월 27일에는 아산 모 호텔에서 당원 및 선거구민 등 4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찻값을 지불하려는 기부행위 의사를 표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달 21일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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