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눈에 선한 금산의 가을 풍경

충남 금산군 진악산 산행과 인삼축제에 다녀오다

등록 2006.09.25 11:15수정 2006.09.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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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인삼밭이 보이는 금산. 멀리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도 보인다.
군데군데 인삼밭이 보이는 금산. 멀리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도 보인다.김연옥

지난 22일부터 충남 금산군에서는 제26회 금산인삼축제와 2006금산세계인삼엑스포가 함께 열리고 있다. 마침 금산군 진악산(732.3m·충남 금산군 금산읍 남이면)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가 있어 지난 23일 인삼의 고장, 금산을 향했다.

아침 8시 마산에서 출발한 우리 일행은 11시가 넘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금산I.C로 들어섰다. 길가에 예쁜 코스모스 꽃이 무리를 지어 한들한들 피어 있고, 군데군데 인삼밭이 펼쳐진 금산의 독특한 가을 풍경에 벌써 마음이 설렜다.


우리는 11시 30분께 수리넘어재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였다. 나아갈수록 즐거움이 더한다는 진악산(進樂山). 충남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으로 해마다 이맘때면 인삼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여기에서 지낸다. 그것은 지금의 금산인삼을 있게 한 강 처사의 설화가 진악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약 1500년 전 강 처사라는 사람이 진악산 아래 마을에서 살았는데 어머니가 병으로 눕게 되자 그는 진악산 관음굴에 가서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한다. 어느 날 그의 효성에 감동한 산신령이 꿈에 나타나 관앙불봉 암벽에 가면 빨간 열매가 세 개 달린 풀이 있으니 그 뿌리를 달여 어머니께 드리라고 했다. 꿈속에서 본 암벽을 찾아간 강 처사가 그 풀뿌리를 캐어 달여 드리자 어머니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이야기이다.

진악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고 완만한 편이었다. 게다가 멀리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904m)과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은 아름다운 대둔산(878m)도 보여 마음이 즐거웠다.

빈대바위 아래로 금산의 인삼밭이 보인다. 쌉쌀한 인삼 향기가 느껴진다.
빈대바위 아래로 금산의 인삼밭이 보인다. 쌉쌀한 인삼 향기가 느껴진다.김연옥

얼마 후 이름이 재미있는 빈대바위가 나왔다. 실제 빈대를 본 적이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내게 산행대장은 금산읍 계진리 마을에서 그 바위를 올려다보면 영락없는 빈대의 형상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진악산 정상에서. 우리는 거기서 737봉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진악산 정상에서. 우리는 거기서 737봉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김연옥

진악산 정상에 이른 시간이 낮 12시 30분께. 시야가 탁 트여 가슴속이 후련했다. 나는 계속 진악산 정상보다 더 높은 737봉을 향해 걸어갔다. 진악산 정상에서 30분 정도 가면 된다. 거기에는 억새풀이 꽤 있었지만 아직 은빛 억새꽃은 많이 피어 있지 않았다.


737봉에서 일행 몇몇과 맛있는 점심을 하고 천년고찰인 보석사 쪽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 길에는 도구통 바위가 있다. 도구통이라 하면 절구를 뜻하는 말인데, 세월 탓인지 바윗돌이 깎여 날씬해진 것 같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도구통 바위 아래쪽 모퉁이를 돌아 내려가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어여쁜 나무가 잠시 내 마음을 붙들었다.

도구통바위.
도구통바위.김연옥

도구통바위 아래에서. 내 마음을 붙들 만큼 예뻤다.
도구통바위 아래에서. 내 마음을 붙들 만큼 예뻤다.김연옥

낮 2시 20분께 신라 헌강왕 때 조구대사가 창건했다는 역사 깊은 보석사(寶石寺)에 도착했다. 보석사라는 이름은 그 당시 절 앞산에서 캐낸 금으로 불상을 만들었다 하여 붙여졌다 한다. 그러나 화려한 이름과 달리 지금은 오히려 고요에 잠긴 소박한 절이었다.


고요에 잠긴 천년고찰 보석사.
고요에 잠긴 천년고찰 보석사.김연옥

그곳을 나가려 하는데 갑자기 고요를 깨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대웅전(유형문화재 제143호) 풍경 소리였다. 내가 되돌아볼 정도로 그 풍경 소리가 크게 들렸던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보석사에서 수도를 했다는 승병장 영규 대사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규 대사는 1592년 임진왜란 때 왜군과의 금산싸움에서 의병장 조헌 등 700명의 의병들과 함께 순절했던 분이다.

금산 보석사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65호).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울음소리를 내어 재난을 막게 해 주었다 한다.
금산 보석사의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65호).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울음소리를 내어 재난을 막게 해 주었다 한다.김연옥

천년고찰 보석사 입구에는 수령 1100년인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65호)가 서 있다. 높이 40m, 둘레 10.4m로 뿌리가 100여 평에 걸쳐 땅속에 뻗어 있다. 나라에 큰일이 있거나 마을에 변고가 생길 때마다 우는소리를 내어 재난을 막게 했다고 전해진다.

인삼 깎기 체험장에서 예쁘게 인삼을 깎고 있는 자매.
인삼 깎기 체험장에서 예쁘게 인삼을 깎고 있는 자매.김연옥

우리는 낮 3시께 금산인삼축제를 보러 인삼약초시장으로 향했다. 축제 행사장은 구경 나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나는 쌉쌀한 인삼의 독특한 향내가 나는 인삼체험장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는 젓가락으로 인삼 씨앗 고르기, 인삼 깎기, 인삼 말리기, 인삼 담고 무게 맞추기 등 각종 체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열심히 인삼 씨앗을 고르는 어린이.
젓가락으로 열심히 인삼 씨앗을 고르는 어린이.김연옥

1분 동안 메밀, 콩, 팥, 보리 씨앗과 섞여 있는 인삼 씨앗을 젓가락으로 고르는 체험 행사와 인삼을 예쁘게 깎는 체험 행사에는 뜻밖에도 초등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다.

준비된 광주리에 눈대중으로 인삼을 담아 그 무게가 정확히 1.2kg이 되는지 저울에 달아보는 체험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위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인삼담고 무게 맞추기 체험장. 사진속 젊은 여자분의 인삼 광주리가 정확히 1.2kg이었다. 선물로 받은 인삼 한 뿌리를 아버지께 드리겠다며 기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인삼담고 무게 맞추기 체험장. 사진속 젊은 여자분의 인삼 광주리가 정확히 1.2kg이었다. 선물로 받은 인삼 한 뿌리를 아버지께 드리겠다며 기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김연옥

광주리 무게를 포함하여 1.2kg을 넘어서도 안되고 모자라도 안 된다. 정확히 1.2kg이 되게 인삼을 담은 사람은 금산인삼 한 뿌리를 선물로 받게 된다.

그런데 운 좋게도 눈대중으로 그 무게를 맞추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떤 사내아이가 그걸 해냈을 때는 깜짝 놀랐다. 못 맞춰도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용케 맞추면 더욱 흥이 나는, 그런 즐거운 잔치 판이었다.

그날 늦은 밤에 마산에 도착했다. 부드러운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코스모스 군락과 풍성한 인삼밭이 어우러져 퍽 인상적이었던 금산의 가을 풍경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대전→비룡분기점→산내분기점→대전통영간고속도로→추부IC,금산I.C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대전→비룡분기점→산내분기점→대전통영간고속도로→추부IC,금산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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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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