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기 밑에 있던 말벌의 벌집입니다.이승숙
작년 추석에 시댁에 갔더니 벌초하다가 벌에 쏘인 이야기로 온통 화제였습니다. 집안사람들이 문중 산소를 벌초하러 갔다가 그만 땅벌 집을 건드리고 말았답니다. 한창 벌초하고 있는데 누가 다급하게 소리치더랍니다.
"벌이닷! 땡삐다, 땡삐!"
얼핏보니 노란 뭉치가 확 피어오르더랍니다. 다들 혼비백산해서 피했지만 미처 대피를 못한 사람들 몇이 벌한테 쏘여서 결국에는 병원까지 갔다 왔답니다.
경상도 말로 '땡삐'라고 부르는 '말벌'은 정말 독합니다. 한 방 쏘이면 쏘인 부위가 퉁퉁 붓고 가렵습니다. 벌을 타는 사람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까지 다녀오는 소동을 치렀나 봅니다.
추석날 아침에 차례 지내고 산소에 성묘하러 가서는 땡삐집 찾는다고 또 한바탕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땅 속에 있는 벌집이 눈에 쉽게 띄겠습니까. 그래서 벌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추적해서 벌집을 찾았습니다.
우리집 화장실 문에 자리잡은 벌들
우리 집은 오래된 시골집입니다. 흙과 나무로 지어진 집이라서 그런지 해마다 벌이 집을 짓습니다. 사랑채, 기와지붕 어딘가에 벌집이 있습니다. 추녀 끝머리 어딘가에도 벌집이 있었더랬습니다. 그리고 바깥 화장실 섀시문 손잡이 구멍에도 벌집이 있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일입니다. 딸아이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일을 보고 있는데 바깥에 있던 아들아이가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누나, 나오지 마! 여기 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