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하며 서로 닮아가는 보잉과 에어버스

등록 2006.10.31 11:18수정 2006.10.31 18:00
0
원고료로 응원
a 보잉이 787기 수송을 위해 개발한 전용화물기 747-LCF

보잉이 787기 수송을 위해 개발한 전용화물기 747-LCF ⓒ Boeing

에어버스가 26일 중국에서 140억달러 상당의 주문을 따내며 한숨을 돌렸지만 초대형 여객기 A380기를 최종 납품하기까지는 아직도 산넘어 산입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에어버스가 곤경에 처한 가장 큰 이유로 복잡한 경영구조를 듭니다.

에어버스는 프랑스·독일·영국·스페인 등이 참여한 다국적기업이다보니 각국의 이해관계를 맞추기 위해 생산설비를 두루 나누었습니다. 동체는 스페인, 날개는 영국, 조립은 프랑스, 도색과 인테리어는 독일….

A380 한 대에 들어가는 각종 배선의 길이만 10만Km에 달하는데 각 국에서 생산한 주요 동체를 프랑스 뚤루즈에서 최종 조립하다보니 배선 규격 등이 서로 맞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쟁사인 보잉은 에어버스 모델을 '정치적 안배와 비효율의 상징'이라고 비판해 왔는데 정작 에어버스의 선례를 따르고 있어 주목됩니다. 보잉의 최신형 중형기 787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787기는 알루미늄 부품을 리벳으로 조립하는 기존 방식 대신 복합재료를 대형 가마솥에 넣고 한 번에 구워내는 혁신적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기술을 일본이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의 후지중공업이 생산한 동체를 보잉 본사로 수송해 조립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에어버스의 분산생산방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보잉은 787기의 커다란 동체를 신속하게 미국까지 실어나르기 위해 747기를 개조한 전용화물기 747-LCF를 별도로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방식처럼 배로 수송할 경우 500여대에 육박하는 주문량을 제때 맞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항공업계 자체가 보잉이 자랑하는 자유시장경제의 본령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매우 정치적인 산업입니다.

워낙 엄청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것이 항공기 개발과 생산입니다. 따라서 거추장스러운 분산 생산방식을 감수하고서라도 여러 나라에 이권을 배분하는 것이 필수적이지요.


중국만 해도 에어버스 대량주문의 대가로 천진에 조립공장을 지을 것을 요구했고, 일본 역시 보잉 기종을 구입하는 대신 동체생산의 파트너로 참여하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산업의 성격 자체가 정치적이다보니 보잉이나 에어버스나 서로 비난할 처지가 못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의 항공사들이 보잉이나 에어버스 어느 한 쪽이 파산해 시장이 1극 독과점 체제로 개편되는 상황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독점 업체의 횡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니까. 따라서 양사에 주문량을 안배하는 것이 대다수 항공사의 구매전략입니다.

사우스웨스트나 이지젯 같은 저가 항공사들이 단일 기종으로 항공기를 편성해 정비부담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요금을 낮추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런 전략은 거꾸로 어느 한 항공기 제작사의 입김에 휘둘리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역시 점차 두 개 회사의 기종을 유지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지젯이 최근 기존의 보잉 737기 외에 에어버스의 경쟁기종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최신형 비행기만큼이나 보면 볼 수록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산업이 바로 항공기 산업같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