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독학으로 배우기3

지속적인 시작은 이미 반이다.

등록 2006.11.05 20:06수정 2006.11.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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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다룬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내가 피아노를 배워야겠다고 작심한 것은 암만해도 남에게 멋져 보이고 싶어서가 이유인 듯싶다. 비록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시작했지만 어쨌든 나 홀로 피아노 배우기는 시작되었고, 지속적인 시작은 지금 생각하면 이미 하프라인을 넘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찾아 누르면서 처음 알았다.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우리나라 음이름으로는 '다라마바사가다'인 것을. 학교 다닐 때 외웠던 것 같기는 한데 나는 다장조 다단조 뭐 이런 용도로 쓰이는 줄 알았지 피아노 음이름인 줄은 모르고(무의식중에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식엔 기억이 없다) 대학까지 무사히 졸업했던 것이다.

참으로 기적적인 우리나라 음악교육이다. 나중에 내가 이 사실을 창피함을 무릅쓰고 이야기했더니 주위에 나 정도의 음악지식으로 대학 졸업한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니었다. 한강의 기적이란 말이 경제적 기적이 아니라 교육의 기적이란 뜻이기도 하다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이때 영어 음이름도 알게 되었다. 영어로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CDEFGAB'라고 한다.

피아노를 배우며 참고로한 책들
피아노를 배우며 참고로한 책들이선희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출판된 것이 분명한 피아노 기본서를 읽으면서 아는 것은 그냥 넘어갔다. 다행히 책에는 내가 아는 것이 대다수였다. 아무리 내가 기적의 학생이었으나, 마디며 박자, 세로줄, 높은 음자리표, 오선, 음표 등은 다행히 모두 기억이 났다. 그래서 피아노 위에 손을 얹고 열심히 책에서 시키는대로 했더니 책 한 권이 금세 끝났다. 그러나 책 한 권을 다 끝내면서도 나는 여전히 피아노에 자신이 없었다.

"이대로 하면 되긴 되는 거야?"
"내가 제대로 가긴 가는 거야?"
"내가 어디까지 온 거야?"

등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답답했다. 사실 내게 피아노는 반환점이 어딘지, 결승점이 어딘지도 모르는 레이스를 시작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과 기대에 찬 마음을 동시에 품으며 다음 피아노 책을 펼쳤는데, 이건 언제 하나 하는 생각과 끝엔 뭐가 있나 하는 생각에 2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런데 거기에 병용곡집 광고가 있었다. '이렇게 피아노 배우다 평생 동요 한 곡 오른손 왼손 다 써서 쳐 보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나는 인터넷 서점에 접속하여 동요병용곡집을 살펴보기로 했다.

인터넷 서점에서의 오랜 검색 끝에 나는 동요 병용곡집 1권과 반주를 목적으로 하는 책 5권을 샀다. 나는 책을 사는데 그다지 망설이지 않는다. 그건 내가 무진장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피부에 화장을 안 하니 화장품도 겨울에 바르는 로션 정도 외에는 없다. 몸무게도 10년 이상 변화가 없어 옷도 거의 사지 않는다. 명품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러나 책에는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내가 필요하다 느끼는 책은 망설이지 않고 산다. 관심이 있는 분야에 돈을 사용하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내 소비 마인드다.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지금 피아노 레슨을 받은들 피아노 책을 지은 저자보다 더 훌륭한 레슨 선생님을 만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랴. 베토벤이 태어났을 때도 이렇게 피아노 책이 대중화되어 있었다면 베토벤 어머니는 굳이 스승을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렇게 느낄 만큼 피아노 책은 다양했다. 나는 내 입맛에 맞는 책을, 내 스타일에 맞는 책을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나는 나중에 어른을 위한 피아노 fp슨 책도 사서 보고, 외국 아이들이 피아노 배울 때 쓴다는 책도 주문해서 읽어 보기도 했다. 사실 이웃 가운데 피아노를 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는데, 그 집에 가도 우리 집처럼 피아노 책이 많지 않다. 현재 나는 이 책들을 거의 다 읽었거나, 칠 수 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면, 나는 병용곡집을 보면서 피아노를 재미있게 배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남들이 모두 바이엘로 피아노를 시작하니까, 바이엘이나 그 비슷한 교재로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 그러나 내가 피아니스트 되자고 피아노 치는 것도 아니고, 바이엘은 재미없어 계속하기가 힘이 드니, 나는 지속 가능한 피아노를 위하여 동요를 치는 것이 더 바람직해.'

이렇게 생각하고 동요 병용곡집을 보니 다행히 앞부분에는 내 수준에서도 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피아노 기본서와 동요집을 병행하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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