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독학으로 배우기 5

등록 2006.11.20 20:37수정 2006.11.2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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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고 길다고는 절대 할 수 없는 9개월을 돌이켜보면, 나는 음악에 관한한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수준에서 피아노를 시작하였다. 사실 지금도 그때에 비하여 별반 나아진 것은 없다. 음악 이론 수준은 여전히 초등학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저학년은 탈피하여 지금은 고학년으로 올라갔다. 즉 피아노는 꼭 음악에 대하여 정통하여만 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것들은 그냥 악보에 나와 있는대로 건반을 누르면 된다.

피아노를 전혀 모르던 몇개월 전 나는 피아노를 치려면 악보를 음악시간에 배운 것과는 다르게 보는 법이 있는 줄 알았다. 고등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가 피아노가 있으면 쳐보라고 한 일이 종종 있다. 그 때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못쳐. 악보보는 법도 잊어버렸어"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무슨 피아노 악보 보는 법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배워 보니 악보 보는 법은 그냥 음악시간에 보는 그대로였다. 나는 처음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우기로 맘먹고, 책을 들었을 때 피아노 악보 보는 특별한 법이 있는 줄 알고 정신차려 책을 읽었다. 요즘 책에는 악보에 있는 음표에 대응되는 건반을 일러스트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데, 모두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그대로 였다.

기적의 학생인 나도 악보보는 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때 그 음악에 정통했던 친구들은 왜 악보 보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말한 것일까? 정말로 궁금하다.

어찌 되었건 악보는 그냥 있는 그대로 그대로 보면 된다. 오선에 높은 음자리표가 있고, 그 오선 아래 덧줄에 있는 음이 가온 도이다. 피아노에서 가온 도는 피아노 열쇠구멍 근처에 있다. 열쇠구멍이 없는 피아노라면 대강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에 위치해 있다.


검은 건반 두개가 나란히 붙은 흰건반 가장 왼쪽이 도 건반이다. 도부터 오른쪽으로 레미파솔라시도가 된다. 다시 도가 되는 건반은 당연히 검은 건반 두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왼쪽 흰건반이다.

피아노는 이렇게 도가 좀 많다. 굳이 세어보면 7개의 건반이 도다. 오른쪽 마지막 것까지 합하면(거긴 검은 건반이 없다) 8개다. 다행히도 나는 이 정도를 알고 있었다. 내가 아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정도는 너끈하게 안다. 중요한 건 이 정도만 알면 피아노를 시작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설사 이 정도를 모른다 하더라도, 책에 친절하게 이 모든 것이 설명되어 있다. 얼마나 바람직한 세상인가? 나는 사실 피아노 책이 이 정도로 친절할 줄은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러나 책은 나의 선입견이 미안할 정도로 쉽게 나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다.

내가 어른이어서그런지 오른손만으로 치는 피아노는 진도가 빠르게 나갔다. 왼손은 첫번째 피아노 책에서는 거의 오른손 멜로디와 같은 멜로디를 치기에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피아노 기본서 한권은 금세 끝났다.

그리고 두번째 기본서를 펼치니 한숨이 나왔다. 재미가 없었다. 처음엔 피아노를 배운다는 기분 하나에 열심히 피아노 건반을 눌러 댔지만,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이러다 오른손 왼손 따로따로 건반을 눌러대는 멋진 피아노 치기는 언제 하나? 이 생각이 들자, 머나먼 길을 떠난 나그네의 심정이 가깝게 느껴졌다.

설상가상으로 낮은 음자리표가 나오자 '포기'라는 글자가 온 머리를 맴돌게 되었다. 높은 음자리표는 아주 익숙한 악보였는데, 낮은 음자리표 악보는 모든 것이 헷갈렸다. 오선에 낮은 음자리표만 있으면 나는 늘 계이름을 세어야 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사실 나는 이 전에도 낮은 음자리표를 알고는 있었다. 학교에서 배워서. 그런데 딱 낮은음자리표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고, 어디가 도인지, 레인지, 미인지, 이런건 도무지 깜깜했다.

그런데 이제 꺽어진 30이 넘어, 새롭게 낮은 음자리표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짜증에 피아노 건반을 꽝꽝 쳐대고 싶었다. 낮은 음자리표를 오선에서 볼 때마다 새로웠고, 계이름을 셀 때마나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낮은 음자리표를 만들려면 높은 음자리표와 똑같게 만들 것이지. 이렇게 낮은 음자리표 만든 사람을 원망도 해봤다. 그러나 약오르게도 그 사람은 이미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절망을 하고 있을 때 피아노를 부전공한 이웃이 우리집에 놀러 왔다. 피아노 독학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바로 그 이웃이다. 그녀 왈 "난 계이름 다는 거만 일년 했어."

확 깼다. 일년은 해야 익숙해지는 것이 낮은음자리표라니. 일년동안 계이름 달면서 배워야 하는 피아노라면 포기하자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찼다.

이때 반주 기본서를 접하게 된 것이다. 반주 기본서에서는 코드를 가르쳐 주었다. 코드는 낮은음자리표를 볼 줄 몰라도 전혀 지장이 없게 된 왼손 반주법이었다. 그리고 코드는 '어울리는 소리' 즉 화음의 영어였다. 나는 이 코드를 알게 되면서 피아노를 즐기면서 천천히 배우게 되었고 남들이 보기엔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실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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