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독학으로 배우기 7

등록 2006.12.04 19:09수정 2006.12.04 19:1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의 영향으로 피아노와 자연스레 친구가 된 아들, 가끔 내게 계이름도 제 제손으로 짚어가며 가르쳐 준다.
나의 영향으로 피아노와 자연스레 친구가 된 아들, 가끔 내게 계이름도 제 제손으로 짚어가며 가르쳐 준다.이선희

요즘 나는 <잊혀진 계절>과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를 연습하고 있다. <잊혀진 계절>은 어렵지 않은 곡이면서 치면 칠수록 분위기에 젖고 <사랑했나봐>는 샵이 3개나 붙어 신경이 쓰이지만 곡의 분위기도 느끼고 연습하는 보람도 느끼는 곡이다. 사실 <사랑했나봐>는 피아노랑 별로 친하지 않은 곡이라고 생각되고, <잊혀진 계절>은 피아노랑 궁합이 맞는 곡이라고 느껴진다.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서 나는 어떤 곡은 피아노랑 참 잘 어울리는 곡이고, 어떤 곡은 기타나 다른 악기와 더욱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생겼다. 처음 이런 생각이 든 것은 피아노로 '로망스'를 쳤을 때였다. 학교 다닐 때 로망스를 기타로 기가 막히게 연주하던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의 로망스를 기억하며 피아노로 로망스를 쳤더니, 아~ 피아노로는 분위기가 영 안나는 것이었다. 내 피아노 연주 실력이 좋지 않아 그렇구나,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 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하니, 피아노보다 기타와 더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BRI@중학교 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잊혀진 계절>을 피아노로 연주했던 급우가 있었는데, "우와~!"소리가 저절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내 자신이 스스로조차 신기하기도 하다.

사실 요즘은 피아노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당하지만 처음엔 적당을 약간 초과하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었다. 이때 내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공개한다.

"천천히 해봐. 다 돼!"

C F G코드로 <학교 종이 땡땡땡>을 칠 때로 기억된다. 나는 그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학교 종이 땡땡땡>이 막상 초보 피아노연주자가 되어 단순한 펼침화음으로 연주하려니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하도 속상해 예전에 같은 아파트 같은 층에 살던 이웃에게 전화를 해서 불평을 했다.


그 이웃 집에는 쇼팽, 모차르트, 바흐 등의 이름이 알파벳으로 척 하니 쓰여져 있는 고색창연한 피아노 악보책들이 있었다. 예전엔 다 쳤던 책들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나랑은 또래의 아이가 있고 동갑이라 막역하게 지내는 사이다. 그녀는 내가 피아노와 씨름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야, <학교종이 땡땡땡> 왜 이렇게 어렵니?"
내가 투덜거리자,
"네가 피아노 언제부터 쳤다고 벌써 펼침화음이야! " 이렇게 야단을 치더니,
"어쨌든, 천천히 해봐. 다 돼!" 이런 중요한 말을 해 주었다.

나는 당장 피아노 앞에 앉아 아주 천천히 평소에 부르던 멜로디의 10배이상 천천히 오른손과 왼손을 맞춰 연주해 보았다.

학~~교~~종~~이~~ 땡~~땡~~땡~~
정말 거짓말처럼 일단은 됐다!


그 뒤로 나는 새로운 곡을 연습할 때나 손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을 때 항상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든 곡을 아다지오로 친다. 그러면 일단은 된다. 아디지오 빠르기로 충분히 연습을 한 다음엔 그보다 약간 빠르게 하고, 그 다음엔 그보다 조금 더 빠르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 30분 정도를 (그 이상도 좋고)연습하면 며칠 이내에 거의 내가 원하던 만큼 된다. 그리고 다행히 나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

피아노는 연습이 필수다. 나는 설겆이 하다가도 한번 쳐보고, 책을 읽다가도 건반을 눌러보고, 아이들이 내게서 떨어질 때면 여지 없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물론 곧 둘째가 달려 온다. 당시엔 두돌이 겨우 지난 둘째에게 사정도 하고, 야단도 쳐 봤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좀 웃기기도 하다. 24개월이 갓 지난 아이가 뭘 알겠는가. 그러나 지금 아들은 즉흥 연주자이다.

어쨌건, 피아노 연주를 잘 하려면 연습이 필수이다 보니 좋아하지도 않는 곡을 오로지 연습해야한다는 목적하에 친다는 것은 연습이 아니라 고통이다. 목적은 피아노 연주를 즐기는 것이지 고통스럽게 하는 연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곡 가운데 쉬운 악보를 골라 천천히 연습을 하였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곡, 쳐보고 싶었던 곡으로 연습을 하니, 연습도 즐거웠고, 실력은 발전했다.

덧붙여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연습을 하면서 잘 안될 때, 심지어 잘 될 때조차도 천~천~히 쳐 보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나는 딸에게도 말한다. 생명을 다투는 일이 아니거든 T서두르지 말라고.

그리고 나는 딸과 아들을 키우면서 이 천~천~히를 생활속에 접목시켜 볼 생각이다. 특히 너무 잘 안될 때와 너무 잘 될 때.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있는 글 입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있는 글 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3. 3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