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이라는 PBS기자 바네사와 함께 식사를 하시는 아버지김혜원
손주 면회를 기다리는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공군 장정이니 많이 준비해. 키를 봐라 얼마나 잘 먹게 생겼냐. 짜식 잘 있겠지? 할아버지 보면 좋아할까? 아마 깜짝 놀랄 거야. 하하하."
면회를 가는 날은 마침 PBS라는 미국 공영 방송사의 취재도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한다는 PBS의 취재 요청에 따라 그들 역시 우리 가족과 함께 면회를 하러 가게 된 것이지요. 느닷없이 방송사 카메라와 마주하게 된 아버지는 싫지 않으신 듯 익숙하게 인사하십니다.
"헬로우~ 굿모닝. 코쟁이들이 내 말 알아들었을까? 저 놈들 좀 봐라. 남의 집 거실로 신발을 신고 저벅저벅 들어온다. 아이고 코쟁이 놈들이란. 이봐 신발은 벗고 들어와야지. 하하하."
손주를 면회 가는 것도 즐겁고 딸을 취재하러 나온 외국방송사 기자들을 보는 것도 즐거우신 아버지는 한껏 기분이 좋아지셔서 평소보다 훨씬 많이 웃으십니다.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출발한 우리는 토요일의 지독한 고속도로 정체를 뚫고 3시간만에 원주에 도착했습니다. 부대 앞 면회소에 들어서니 아버지는 저보다 먼저 가족대표로 면회를 신청하십니다.
"우리 손주 면회 왔어요. 이용석이라고 쫄병인데… 할아버지가 왔으니 얼른 좀 나오라고 해줘요."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면회소 바깥에 나와 서성거리며 손주를 기다리시던 아버지가 손을 높이 흔드십니다. 멀리 달려오는 손주의 모습을 보신 것입니다.
"어이~ 일등병. 할아버지 왔다. 우리 일등병 손주 만나기가 왜 이렇게 어렵냐."
"필승!!"
아들은 함지박만하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할아버지에게 거수경례로 인사를 합니다. 손주의 경례에 멋지게 거수경례로 답을 하시는 아버지도 기뻐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십니다.
"이 녀석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