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보는 관음보살김대갑
사정이야 어쨌든, 송강이 묘사한 낙산사의 일출은 굳이 낙산사를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바로 눈앞에서 동해의 아름다운 일출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붉다 못해 핏빛처럼 바다를 물들이며 떠오르는 동해의 일출! 새벽의 어스름을 젖히고 조금씩 조금씩 올라오는 태양의 몸짓은 마치 농홍한 구슬이 바다 위로 솟구치는 듯한 자태를 연상시킨다.
누구라도 넋을 잃지 않을 수 없다. 장엄하면서도 묘려한 그 모습에 누구라도 엄숙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쩌면 동해의 일출은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표현하는 가장 웅대한 오브제일지도 모른다. 그저 말이 필요 없을 뿐이다.
기실 동해에는 낙산사의 일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활처럼 휘어진 모래사장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며 떠오르는 해운대의 일출도 있고, 동해남부선의 녹슨 철길 위에 은백색의 가루를 뿌리며 떠오르는 청사포의 일출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 저희가 가장 빠른 일출이라고 아웅다웅 다투는 울주군 간절곶과 포항시 호미곶의 일출도 있다. 그리고 거대한 모래시계의 눈금이 서서히 움직이는 정동진의 일출도 있고, 겨울연가의 애잔한 풍경이 스며있는 추암해수욕장의 일출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출 중에서도 낙산사의 일출이 단연 군계일학이니 그 아름다움을 두어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