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이 마스크, 장갑, 모자 등으로 추위를 견디며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 여러분, 비켜주십시오. 경남 합천 주민들이 욕먹지 않기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질의하러 온 것입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왔습니다."
(10분 뒤) "대표단 세 명만 들어가면 안 됩니까? 길을 터 주십시오."
(5분 뒤) "한 명만 들어가는 것도 안 됩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앞 골목길은 끝내 뚫리지 않았다.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합천군민운동본부), '전두환공원(일해공원) 추진 반대 경남대책위원회' 등 경남 합천 주민들은 18일 오후 '일해공원' 개칭 추진에 반대하며 전씨의 자택을 방문하기 위해 상경했다.
하지만 참석자 50여명은 평소보다 2배 증강된 경찰 병력에 부딪쳐 전씨의 자택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고 이날 규탄대회를 끝마쳤다. 전씨의 자택 주변은 평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따라 경찰 병력 1개 중대가 경호하면서 일반인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일해(日海)는 전씨의 아호로, 합천군에서는 지난 2004년 8월 완공된 '새천년생명의숲'(가칭)을 '일해공원'으로 개칭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 합천은 전씨의 고향이다.
30여 분 동안 경찰과 실랑이했으나...
@BRI@참석자들은 이날 오후 2시 50분께 '일해공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전씨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씨의 자택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문종갑 합천군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경찰을 향해 "경남 합천 주민들이 일해공원 때문에 욕먹지 않기 위해서 왔다, 정당한 방법으로 질의를 하러 온 것"이라며 길을 터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미신고 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을 요구했다. 진입하려는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서 '서로 밀어내기'가 몇 분 동안 계속됐다.
참석자들은 "대표단 세 명만 들여보내 달라", "한 명만 들어가는 것도 안 되느냐"며 협상을 요구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전씨의 비서관이 여기까지 나오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 나오기로 했다"며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20여분이 지나도 전씨 측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안 나오면 우리가 가자", "전두환, 나와라"하고 외치며 다시 한 번 진입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참석자들은 질의서를 힘껏 날려 보내는 것으로 30여 분에 걸친 실랑이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