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과 까칠함의 조화? 참가자미 뼈째회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낚시로 잡은 자연산 회의 깨끗함

등록 2007.04.30 17:49수정 2007.04.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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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미, 양식이 되지 않아 어부들이 낚시로 잡는다
참가자미, 양식이 되지 않아 어부들이 낚시로 잡는다맛객
생선회 맛을 떨어뜨리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육질에서 가시가 씹힐 때이다. 부드러움만 생각하고 먹다가 날카로운 가시가 나오면 회의 가치는 급속도로 떨어지고 만다. 또 핏기가 보일 때도 시각적으로 맛이 달아난다. 둘 다 깔끔하지 못한 손질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다. 생선회는 깨끗하고 깔끔하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다른 음식에 비해 특히 위생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맛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뼈가 씹혀야 제 맛인 것도 있으니 이른바 '세꼬시'라 불리는 뼈째썰기한 회이다. 보통 잡어를 그렇게 해서 먹는데 대부분 자연산이라 인기가 오르는 건 당연지사. 그 덕분에 요즘엔 양식된 어린 광어까지 합세하고 있다.

뼈째썰기용 참가자미, 배에 노란색이 특징이다
뼈째썰기용 참가자미, 배에 노란색이 특징이다맛객
뼈째썰기 한 회중에서 도다리를 으뜸으로 쳐주지만 견줘 뒤지지 않는 게 참가자미 뼈째 썬 회다. 그 맛을 아는 사람만 먹는다는 가자미는 횟집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물고기이다. 아직 양식이 되지 않는데 이유가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물량은 어부들에 의해 낚시로 잡힌 것에 의존하고 있다. 당연히 물량이 많지 않다.

때문에 광어나 도다리 같은 것을 가자미라 속여 파는 경우도 있으니 수족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먹어야 한다. 등 쪽을 보고 구분하기는 쉽지 않지만 배 쪽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미는 배에 노란색이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 28일 지인과 함께 고양시 원당에 있는 한 횟집을 찾았다. 지인이 농어로 할까? 묻는다. 농어가 맛있어지는 철이긴 하지만 요즘 농어는 중국에서 많이 들어온다는 말을 들은 터. 고개가 저어진다. 동해 자연산 참가자미 세꼬시라고 써 붙여진 게 눈에 들어온다.

"가자미로 합시다."
"가자미? 그래! 그러자."



참가자미 뼈째회(앞) 35,000원. 멍게(뒤) 10,000원
참가자미 뼈째회(앞) 35,000원. 멍게(뒤) 10,000원맛객
한 접시에 3만5천원하는 참가자미를 주문하자 수족관에서 뜰채로 가자미를 건져내는데 배 쪽에 노란색이 선명하게 보인다. 또 입에 물려진 낚싯줄도 보여 자연산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바로 전에까지 팔딱거리던 가자미가 하얀 살점이 되어 접시 위에 차려졌다.

야들야들 씹히는 촉감이 쫄깃한 광어와는 또 다른 맛이다
야들야들 씹히는 촉감이 쫄깃한 광어와는 또 다른 맛이다맛객
순수하게 가자미회 맛을 느끼고자 양념에 찍지 않고 입으로 가져간다. 연약한 쫄깃함 뒤에 부드러움이 남는다. 약간 까칠하게 씹히는 뼈 맛이 살점과 잘 어울린다. 쫄깃함과 부드러움, 부드러움과 까칠함, 이질적인 촉감이 하나의 맛으로 어울리기 쉽지 않지만 조화를 이루니 놀랍다.


부드러운 육질과 까칠한 뼈가 조화롭다. 어쩌면 이 부조화의 어울림이 뼈째 썬 회의 맛이 아닐까 싶다
부드러운 육질과 까칠한 뼈가 조화롭다. 어쩌면 이 부조화의 어울림이 뼈째 썬 회의 맛이 아닐까 싶다맛객
회는 깨끗한 맛으로 먹는다지만 어쩌면 이리도 깨끗할까? 맛의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다면 거기에는 한 방울의 깨끗한 물이 있을 것이다. 생명의 근원이자 맛의 근원인 그 물이 변해 가자미 육질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 순수한 맛 앞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온갖 인위적인 맛에 길든 나의 미각이 그저 초라해질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blog.daum.net/cartoonist/10112869 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blog.daum.net/cartoonist/10112869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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