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마카오 출장은 왜 안 가시나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BDA 청산에 M&A까지 주선하는 미국

등록 2007.05.28 13:48수정 2007.05.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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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취재진에 둘러싸인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 북-미 양자간 'BDA(방코델타아시아)' 계좌동결 문제를 실무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실무접촉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 나가고 있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 북-미 양자간 'BDA(방코델타아시아)' 계좌동결 문제를 실무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실무접촉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도대체 이게 몇 주째인가?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동결계좌 문제다. 곧 풀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바로 풀릴 것이라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 6자회담 대표의 희망섞인 전망이 빗나간 게 또 몇 차례인가 싶다.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문제인 듯 했다. 동결된 북한 계좌 정리 문제에 시간이 좀 걸리나 싶었다. 다음에는 중계 은행 문제가 나왔다. 러시아 은행 등이 거론됐다. 돌고 돌아서 미국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와코비아 은행이 중계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제는 풀리는가 했다. 그러다가 다시 오늘은 BDA를 인수 합병시키는 방안을 미국이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간단할 줄 알았는데

<동아일보>는 오늘(5월 28일) 1면 머리 상자기사('미, 북자금 송금 위해 BDA 청산-M&A 추진'·이명건 기자)로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에 묶인 북한 자금 2500만 달러의 대북 송금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 은행을 청산하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 합병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왜 또 BDA인가? BDA가 청산되거나 인수 합병되면 미국이 애국법에 따라 '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미국 은행과의 거래를 금지한 조치의 효력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BDA에 묶인 북한 자금을 미국의 금융기관 등 전 세계 은행에 송금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돌고 돌아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미국은 무엇 때문에 자국 은행도 아닌 BDA의 인수 합병 문제까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을까?


선의로 보자면 어떻게든 이 문제로 발이 묶인 2·13 합의 이행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일 게다. 결자해지라고, 그 자금을 묶어놓은 것이 미국이니 미국이 끝까지 책임을 지고 풀겠다는 것일까?

그러나 단지 그 때문만일까? 아무리 부시 미대통령이 북핵문제에서 외교적 성과에 목말라 있다손 치더라도,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사태 해결에 나서는 데에는 또 다른 배경이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왜 미국은 BDA 인수합병 문제에 팔을 걷어붙였나

그동안 몇 차례 나온 외신들의 보도를 보면 얼핏 그 까닭이 짐작이 가기도 한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5월 7일 스탠리 아우 BDA 회장이 미 재무부의 '돈세탁우려기관 지정'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우 BDA 회장은 이 청원서에서 BDA가 그동안 북한과의 거래 내역 등에 미 재무부에 아주 긴밀하게 협조해왔는데 BDA를 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1994년 북한 계좌에 16만 달러의 위조화폐가 예치된 사실을 마카오 은행 당국을 통해 미국 측에 통보했고, 북한과의 계속 거래 여부에 대해 미국 측에 문의한 결과 "계속 거래하라"는 말까지 듣고 거래를 해왔는데 BDA를 '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했다고 항변했다.

당시 미국 측은 "다른 은행은 BDA처럼 미국에 협조적이지 않을 것이니 당신들이 계속 거래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감사의 뜻'까지 비쳤다는 것이 아우 회장의 주장이다. 한 마디로 '속죄양'으로 삼았다는 주장이다.

'돈세탁우려기관'을 세탁하는 방법 찾고 있다

a 미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차관보가 지난 3월 14일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자금 거래혐의를 받아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미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차관보가 지난 3월 14일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자금 거래혐의를 받아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워싱턴

<알자지라> 온라인판은 이에 앞서 마카오당국은 BDA를 청산하거나 인수 합병시킬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마카오 당국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마카오 당국의 조사 결과 BDA가 돈세탁에 관련된 혐의는 사실 무근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BDA측의 항변도 담았다. BDA는 위폐 감식 능력이 없어 들어온 달러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홍콩 지사를 통해 미국 뉴욕지점에서 일일이 위폐 여부를 조사해왔다는 것이다.

이 두 기사를 종합해보면 BDA가 1994년 북한 계좌에 입금된 위폐를 적발해낼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절차를 통한 것이 아닌가 유추해볼 수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5월 15일에는 미국이 BDA 자금 중계은행으로 미국의 한 은행을 물색했으며, 이 은행 또한 북한 자금 중계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17일자로 미국의 와코비아은행이 BDA 북한 자금 2400만 달러를 중계하기로 했다고 보도하기 이틀 전이다.

북한의 '버티기 전략'에 끌려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기사에서 "미국 은행이 BDA에 묶인 북한 자금을 중계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특별 지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국 금융기관이 '돈세탁우려기관'과 거래할 경우 처벌하도록 돼 있는 애국법 311조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그 적용을 예외로 할 수 없어 이 같은 처리방식이 난관에 직면해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 다음에 오늘 <동아일보> 기사가 나왔다. 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된 BDA를 해소하거나 인수 합병시킴으로써 '돈세탁우려기관' 지정 효력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우회방법'을 찾고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돈세탁우려기관'을 세탁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그러나 "아우 BDA 회장은 중국 정계의 실력자들을 동원해 마카오 당국이 BDA은행의 청산이나 인수합병을 추진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아우 회장이 마카오 입법위원 및 중국 인민정치협상회 위원을 맡고 있"어 마카오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자면 마카오 당국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지 아우 회장의 로비나 영향력 보다는 BDA를 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한 미 재무부의 판정에 마카오, 즉 중국 당국 또한 동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북한이 이 문제만 풀리면 곧바로 약속한 '동결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이나, 일본을 제외하고 미국이나 중국이 예상을 뛰어넘어 '무한한 인내심을 갖고'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나, 미국 측이 앞장서서 사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될 법도 하다.

택시 기사의 흥분... 그는 왜 화를 냈을까

오늘 아침 택시를 타고 오다가 택시 기사분과 어쩌다가 이 문제가 화제가 됐다. 대북 쌀 지원 문제를 물어보았더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속사포로 집중포화를 퍼붓더니 급기야는 'BDA 돈' 문제로 까지 일사천리로 내달았다. 택시 기사 분은 도대체 "북한 X들 왜 이렇게 질질 끌고 난리야"라면서 "퍼주기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어디 이 기사뿐이겠는가? 오늘 아침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택시 기사 분은 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외신 보도들만 보더라도 BDA와 북한 동결 계좌 문제의 '실상'은 대략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데 왜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다수는 북한이 그저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고, 여기에 미국이나 한국이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고 알고 있는 것일까?

마카오면 멀지도 않은데 한국 언론과 기자들은 왜 '2·13합의' 이행의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는 BDA 북한 동결 계좌 문제를 현지에 가 직접 취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백병규 #미디어워치 #BDA #북한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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