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사자' 깨워서 사진 찍기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 4] 세렝게티 국립공원

등록 2007.06.18 02:00수정 2007.06.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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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의 천국, 세렝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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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가족이 사파리 도로를 지나 어디론가 가고 있다. 사파리 차는 정해진 도로로만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사자 가족을 따라갈 수 없었다. ⓒ 조수영

여행 7일째(1월 8일), 드디어 세렝게티(Serengeti)에서 게임 사파리를 하는 날이다. 영화 <말아톤>에서 조승우가 그렇게 찾던 세렝게티 공원은 어릴 때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하게 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의 대부분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세렝게티란 마사이어로서 '끝없는 평원'이란 뜻이다. 이름 그대로 지평선만 보이는 끝없는 평원지대는 우리나라 강원도만한 크기로 펼쳐져 있다. 세렝게티 초원은 국경의 차원을 떠나 상당히 넓게 이어진다. 북쪽으로는 케냐의 마사이마라 동물보호구역과 맞닿아 있고 서쪽은 빅토리아 호수, 남쪽은 마스와 동물보호구역까지 이어져 있다.

세렝게티로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응고롱고로를 통과해서 가는 방법이다. 마쿠유니 마을의 캠프장을 출발한 사파리차는 응고롱고로 게이트에서 수속을 하고 분화구 언덕을 오른다. 분화구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울창한 숲도 지나고 옥수수 밭도 지난다.

응고롱고로 분화구의 전망대에 올랐다. 크레이터의 크기는 남북으로 16km, 동서로 19km 규모다. 고요하고 평평한 크레이터의 바닥을 보곤, 세렝게티를 화산재로 뒤덮을 만큼의 화산활동을 상상할 수 없다. 멀리 보이는 검은 점들은 누나 얼룩말일 것이다.

세렝게티는 마사이족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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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소년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근처에는 소떼를 몰고 다니는 마사이족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 조수영

세렝게티는 원래 마사이족의 땅이었다. 그러나 탄자니아 정부가 1951년부터 99년간 그들로부터 빌리기로 하고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 후 마사이족은 응고롱고로 지역으로 이주하고, 대신 탄자니아 정부는 마사이족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래서 세렝게티 국립공원 입장료에는 마사이족에 대한 지원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세렝게티로 가는 길에는 창과 활을 멘 마사이족이 수백 마리의 양과 소떼들을 몰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빨강 색깔의 보자기를 두르고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치렁치렁 울긋불긋하게 치장했다.

마사이족의 소떼들이 길을 막아섰다. 소년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소와 염소를 몰고 가고 있다. 무심히 카메라를 들었는데 렌즈를 통해 본 소년의 눈빛엔 분노가 가득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기세에 눌려 사진의 초점을 잃고 말았다. 우리가 거리낌 없이 그들을 피사체로 여기는 것은 은연중에 그들이 인간이 아닌 우리와 다른 별종의 생물이라고 여겼던 것은 아닐까하는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응고롱고로 분화구를 오른쪽으로 끼고 달린다. 오늘밤을 지낼 심마 캠프장(Simba campsite)에 도착했다. 영화 <라이언킹>의 주인공인 어린 사자의 이름도 심바였는데, 심바는 스와힐리어로 사자라는 뜻이다.

캠프장 넓은 잔디밭에 가운데에는 큰 나무가 서있고, 수용소 같이 생긴 공동의 식당과 부엌, 화장실이 시설의 전부다. 비록 롯지의 멋진 전망대는 아니지만 심바 캠프장은 분화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어 크레이터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텐트와 짐을 내리고 세렝게티로 향한다. 요리사는 점심 도시락을 건네주며 자신은 저녁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오래전 이 곳은 화산들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응고롱고로와 같은 분화구가 생기고 주변은 품어져 나온 화산재가 쌓였다. 화산재는 세렝게티 평원을 뒤덮었다. 두꺼운 화산재 층은 식물들이 뿌리 내리는 것을 힘들게 했고 이런 토양 조직은 초원의 부드럽고 키 작은 풀들만 자라게 했다. 세렝게티 초원의 낮은 풀 사이에는 간간히 우산나무들이 서 있을 뿐이다.

동물들이 세렝게티를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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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초원. 파란 하늘은 바다 같고, 구름은 목화밭을 가져다 붙인 것 같다. 큰 나무가 없고 이렇게 작은 풀만 자라는 까닭은 화산재로 이루어진 토양이기 때문이다. ⓒ 조수영

이곳의 기후대는 사바나에 해당한다. 사바나는 연평균 18℃이상의 기온을 유지하며 건기와 우기가 번갈아 계속되는 특징이 있다. 건기에 말라버린 나무와 풀은 우기가 되면 순식간에 살아나 녹색의 바다를 이룬다. 동물들은 이러한 계절의 변화에 의해 계절이동(Migration)을 한다.

매년 5월 중순, 세렝게티에서 건기가 막 시작할 무렵이 되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수의 동물들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동물들은 세렝게티의 중앙부의 세로네라 부근에서 서쪽의 빅토리아 호, 또는 그 북쪽의 케냐의 마사이마라로 무려 2만 5천km를 이동한다.

톰슨가젤과 일런드, 얼룩말, 누 등 다양한 초식동물들이 이동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장관을 이루는 것은 누의 무리이다. 영어로는 'Wildebeest'라고 부르니 말 그대로 야수다. 이 들은 소규모 무리를 이루기도 하고 여러 무리가 모여 거대한 무리를 만들기도 한다. 악어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강을 건너고, 육식동물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먼 거리를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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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에 건기가 시작할 무렵이 되면 동물들의 대이동 (Migration)이 시작된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누와 얼룩말이다.(누의 사진은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 촬영) ⓒ 조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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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에 따라 후각이 안 좋은 얼룩말은 색맹인 누와 함께 케냐의 마사이마라까지 긴 이동을 시작한다. ⓒ 조수영

긴 여정에는 많은 희생이 따른다. 하지만 그런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이동을 계속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계절의 변화 때문이다. 대개는 북쪽의 강수량이 남쪽의 2배 정도 많지만, 2~3월에는 남동쪽의 바짝 마른 땅이 파릇파릇한 초원으로 바뀐다. 수십만 마리의 누 떼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하다. 또 한 지역에 머무르는 것보다 이동하여 풀을 뜯는 것이 초원의 부담을 줄이고 마릿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북쪽의 풀과 달리 남쪽 초원의 키 작은 풀에는 인이 풍부한데, 이것은 젖을 먹이는 암컷과 어린 새끼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수천마리의 누 암컷이 새끼를 낳는 것도 바로 이 남쪽 세렝게티 평원이다.

매년 1월에서 2월에 걸친 보름정도의 기간에 90%이상의 출산이 이루어진다. 열대 포유류 중에 이런 식으로 출산 기간이 제한되어 있는 종은 거의 없다. 하지만 새끼들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는 매우 성공적인 전략이다.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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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국립공원와 응고롱고로 자연보호구역 사이에 작은 문이 세워 경계를 표시하고 있다. 분화구에서 내려와서 북서쪽으로 곧게 뻗은 길을 달리면 작은 언덕 위에 나비힐 게이트가 있다. ⓒ 조수영

짝짓기를 하는 5월은 무리들이 다시 모여들어 세렝게티를 떠날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번식기 동안 수컷들은 짝을 짓기 위해 요란한 구애 행동을 벌인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짧은 기간 동안 성숙한 암놈의 80%이상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이듬해 1~2월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순환이 반복된다.

다갈색을 띤 새끼들은 태어난 지 5~6분 정도만 지나면 어미들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몸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비틀거리며 서기 시작한다. 이때가 바로 맹수들의 공격에 노출되는 시기로 50%정도만 생존한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수가 동시에 태어나기 때문에 그나마 많은 수가 살아남는다. 1년이 지난 후 약 85%의 새끼들이 맹수들의 밥이 되거나 자연적으로 도태되고 15% 미만의 적은 숫자가 살아남아 대이동에 참가하게 된다.

케냐의 마사이마라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는 국경으로 갈라져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초원이다. 예전에는 나이로비에서 출발하여 아루샤-마냐라 호수-응고롱고로 자연보호구-세렝게티 국립공원-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역를 거쳐 다시 나이로비로 되돌아오는 코스가 사파리투어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그 국경이 폐쇄되어 동물과는 달리 사람에게는 길이 막혀있다.

마사이마라(Masai Mara)에서 '마사이'는 '마사이족'을 뜻하고 '마라'는 '얼룩덜룩한'이라는 뜻이다. 다양한 동물들과 넓게 퍼져있는 수목들이 얼룩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마사이마라는 세렝게티에 비해 관광객도 더 많고 그 비용 또한 저렴하다. 또 좁은 지역이지만 더 쉽게 동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큰 차이점이라면 마사이마라는 공원 내에 사파리 차량이 다니는 도로 이외에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구역까지 운전자들이 경쟁적으로 몰고 들어가 국립공원이 많이 훼손되어 있는 상태다. 이에 비해 세렝게티는 그 지역이 방대하고 사파리 운전자들이 절대로 도로 이외의 지역엔 진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동물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가격은 비싸도 보존적인 면에서 탄자니아가 더 낫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파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계절별 동물이동에 따른 장소 선택이 중요하다. 통상적으로 우리의 겨울에 해당하는 12월에서 3월에는 세렝게티에, 7월말에서 9월에는 마사이마라로 가야 동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사자와 톰슨가젤, 달리는 속도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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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는 토피, 임팔라, 딕딕을 비롯한 초식동물들이 많다. 톰슨가젤(Thomson's gazelle)들이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 조수영

응고롱고로 분화구의 서북쪽에 있는 외길로 내려오면 대초원이다. 꼿꼿하게 서있는 기린을 만나는 것이 이제는 담담하다. 톰슨가젤(Thomson's gazelle)들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달아난다. 예전에 마사이마라에 들어온 영국인 조셉 톰슨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비슷한 사슴류인 토피, 임팔라 등과 구분하는 방법은 옆구리의 검은 줄무늬를 확인하면 된다.

"매일 아침 톰슨가젤은 깨어난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안다. 사자는 가장 느린 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죽는다는 것을 안다. 당신이 사자냐 가젤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시 해가 뜨면 당신은 뛰어야 한다" - 토마스. L. 프리먼, "세계는 평평하다" 중

<동물의 왕국>에서 사자에게 먹히는 톰슨가젤을 상상하면 이해가 안 되겠지만 진화론적으로 보면 일리가 있다. 톰슨가젤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점점 빨라지도록 진화할 수밖에 없다. 몸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몸의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필요한 에너지량이 늘어나서 더 많이 먹어야 한다.

그러면 숨어있을 시간보다 먹이를 찾아다니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어차피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결국 도망가야 하는 동물의 입장에서도 몸을 무한정 빠르게 만들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진화는 사자가 도저히 잡아먹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빨라질 필요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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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하게 보이는 야생에도 원칙이 있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조수영

반면 사자는 가젤을 잡아먹기 위해 빨리 달려야만 한다. 먹이를 못 잡으면 굶어죽으니까 역시 목숨 걸고 달린다. 그런데 가젤을 잡을 때, 가젤보다 10배가 빨라도 잡을 수 있고, 딱 한 발짝만 더 빨리 달려도 잡아먹을 수 있다. 이럴 때 사자는 굳이 열배가 빨라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딱 한 발짝만 더 빨리 뛰면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가젤은 딱 한 발짝만 더 빨리 뛰면 안 잡아먹힐 수 있고, 사자는 딱 한 발짝 빨리 뛰면 잡아먹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달리기의 진화는 그 한 발짝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그 한 발짝은 거의 같은 속력으로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사자 앞에서 폴짝폴짝 뛰는 톰슨가젤

사파리의 규칙

1. 지정된 도로나 통로를 벗어나지 말 것
2. 경적이나 헤드라이트 금지
3. 차 밖으로 나가지 말 것
4. 생태를 어지럽히므로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
5. 사자나 코끼리같은 대형 동물은 공격할 수도 있으므로 동물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 말 것
톰슨가젤은 사자 앞에서 수직으로 폴짝폴짝 뛴다고 한다. 이는 자기 부모로부터 학습 되어진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 몸부림이다. 육식 동물들은 사냥을 할 때 가능한 한 병들고 부상당한 약한 먹이감을 골라 공격한다. 그만큼 사냥 성공률 높임과 동시에 에너지를 덜 쓰겠다는 본능이다.

이런 본능을 감지하고 있는 톰슨가젤은 폴짝 폴짝 높이 뛰어 보임으로써 육식동물로 하여금 자기를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자! 나는 이처럼 높이 뛴다. 이렇게 활기차고 건강한 나를 잡는 것은 너에게는 무리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응고롱고로 분화구 지역과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맞닿아 있다. 경계가 되는 울타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도로 위에 동그랗게 문을 세워둔 것뿐이다. 북서쪽으로 쭉 뻗어있는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비포장도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차의 속도만큼 엄청난 먼지를 마셔야 했다. 옆에 있는 언니가 쓰고 있는 황사마스크가 제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평선이 나타난다. 땅과 하늘이 맞닿아있다. 새파란 하늘은 바다 같고, 구름은 평화로운 목화밭을 가져다 붙인 것 같다. 멀리 타조가 뛰어가고 있다. 엄연히 알에서 태어난 조류이지만 날개가 퇴화해서 날지 못한다. 대신 튼튼한 다리는 시속 90km까지 달릴 수 있다.

정면에 세렝게티의 나비힐(Naabi Hill) 게이트가 있는 작은 언덕이 보인다. 초원 위에 작은 섬이 떠 있는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세렝게티 사파리를 시작한다. 우산나무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있었다. 관리 사무소에는 사파리의 규칙과 생태계를 해칠 수 있으니 새들에게 절대 먹이를 주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입장료를 내고 나비힐 게이트를 통과한다.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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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빅5’라 불리는 동물들은 찾아 나선다.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를 말한다. 그들은 크기도 하거니와 사냥이 어렵고 값나가는 동물이라 붙여진 별명이다. ⓒ 조수영

사람들은 흔히 '빅5'라 불리는 동물들은 찾아 나선다.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를 말한다. 그들은 크기도 하거니와 사냥이 어렵고 값나가는 동물이라 붙여진 별명이다. 사자와 표범의 가죽은 장식용으로 벽에 걸렸고, 코끼리의 상아는 피아노 건반에, 코뿔소의 뿔은 정력에 좋다하여 약재로, 버펄로의 가죽과 뿔이 장식용으로 쓰였다. 게임 사파리 또는 게임 드라이브라는 말도 역시 예전에 야생 동물을 사냥하면서 사파리를 즐기던 데서 연유한 말이다.

게임 사파리에서 운전수는 될수록 많은 동물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한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수풀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동물들을 작은 기미로도 알아차리고 안내해 준다.

사자가 잠들어 있는 나무 주변으로 사파리 차들이 몰려든다. 관광객들은 나무 아래 그늘에서 축 늘어져 있는 사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축 늘어져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은 왕의 체통도 위엄도 없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 뽑기가 아니라 사자 깨워 사진 찍기다.

얼핏 보면 약하게만 생긴 사슴류 들은 오히려 사자보다 더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 같다. 초식동물들이 초원의 풀을 뜯으며 여유를 즐기는 동안 사자는 하루 종일 먹이를 찾아 눈을 번뜩이며 다녀야 한다. 백수의 왕답지 않게 체면 불구하고 납작 엎드려서 최대한 접근하다 추격한다. 온 힘을 다해서 사냥을 하면 하이에나가 공격해서 먹이를 빼앗아 간다.

이빨 빠진 늙은 사자는 젊은 사자에 밀려 먹이도 차지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호시탐탐 노리던 하이에나의 공격으로 최후를 맞게 된다. 동물의 왕답게 비장한 최후가 아닌 독수리가 파먹고 구석구석 개미들이 마지막 청소를 마치면 흰 뼈만 남으면서 세렝게티의 흙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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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축 늘어져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은 왕의 체통도 위엄도 없다. ⓒ 조수영

오늘도 내일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은 인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무모하게 보이는 이들에게도 분명한 원칙이 있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맹수들은 자신이 잡은 먹이를 먹다가도 배가 차면 자신보다 낮은 먹이사슬의 짐승들에게 양보를 한다.

톰슨가젤과 임팔라는 어디에나 흔해 이제 별로 눈길이 가지 않는다. 세렝게티 공원의 중심에 있는 세로네라 캠프(Seronera campsite)를 둘러서 다시 나비힐게이트로 돌아오는 것으로 세렝게티 사파리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는 30일간 동남부 아프리카를 여행한 기록이다. 케냐- 탄자니아-잠비아-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를 거쳐 6개국을 2006년 1월 2일부터 1월 31일까지 여행했다.

덧붙이는 글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는 30일간 동남부 아프리카를 여행한 기록이다. 케냐- 탄자니아-잠비아-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를 거쳐 6개국을 2006년 1월 2일부터 1월 31일까지 여행했다.
#세렝게티 #아프리카 #톰슨가젤 #사파리 #탄자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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