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모세의 기적' 볼 수 있는 진하해수욕장

올 여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동해의 보물 해수욕장

등록 2007.06.11 12:10수정 2007.06.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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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따란 진하 해수욕장 ⓒ 김대갑

울산에서 동남쪽으로 약 24km 정도를 가면 길이 1km, 폭 300m의 아담한 해수욕장 하나를 만나게 된다. 넓은 모래사장과 소나무 숲이 장관인 이곳에 가면 동해안에서는 아주 드물게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을 만날 수 있다. 약 9만6000제곱미터의 넓은 백사장이 일품인 이곳의 이름은 '진하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바로 밑의 일광 해수욕장과 송정, 그리고 해운대와 연결되어 있는 동해안 최남단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동해안이라고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완만한 경사와 긴 해안선을 가진 진하해수욕장에는 특이한 섬 하나가 외로이 바다를 지키고 있다.

이름하여 '명선도'. 신선이 살았다는 곳이라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정확한 유래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약 1만㎡의 면적을 지닌 명선도는 바다를 향해 머리를 삐죽 내민 거북이처럼 생긴 섬이다. 진하해수욕장은 이 명선도를 경계로 하여 두 개의 백사장으로 나뉘는데, 남쪽의 백사장이 주로 해수욕장으로 쓰인다면 북동쪽의 백사장은 보조해수욕장의 기능을 갖춘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진하해수욕장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데는 명선도와 바다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바닷길의 역할이 컸다.

진하해수욕장의 촌로들에 따르면 해수욕장과 명선도 사이에는 약 10년에 한 번꼴로 바닷길이 열린다고 한다. 바닷길이 열리는 주된 이유는 조석의 영향 때문이다. 해수욕장과 명선도 사이의 해저지형은 주위보다 약간 높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일정한 시기가 되면 썰물과 밀물의 조화에 의해 해저지형이 바다 위로 노출되면서 바닷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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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송림의 진하 해수욕장 ⓒ 김대갑

지난 1989년과 2003년에 바닷길이 시원하게 열린 적이 있는데, 드물게 그 이듬해인 2004년도에도 바닷길이 열려 촌로들이 길조로 여겼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당시 진하해수욕장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만끽했다고 한다. 운이 좋은 사람은 낙지도 맨손으로 잡고, 참고동과 바지락도 원 없이 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바닷길이 열리는 현상이 많이 벌어진다. 가장 유명한 곳이 진도와 여수 사도 사이이며, 서해안에서는 무창포가 유명하다.

이런 유명한 바닷길에 비해 진하해수욕장의 바닷길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사실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비록 규모는 작을지라도 아담하면서도 귀여운 맛이 있고, 무엇보다도 동해안에서 바닷길이 열린다는 희귀성을 안고 있어 세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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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선도 야경 ⓒ 김대갑

진하해수욕장은 예로부터 동남해안에서 물 맑고 사람 없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부산·울산의 대학생들이 사계절에 관계없이 MT 장소로 선호했을 정도로 한적하고 조용한 해수욕장이었다.

낡고 허름한 민박집의 마당에 둘러앉아 장작불을 피워놓고 삼겹살과 소주를 마시던 낭만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이기도 했다. 그때, 옻빛 밤하늘에 박혀 있던 별들의 휘황찬란한 색깔은 그 얼마나 눈을 부시게 했는지. 술이 한두 순배 거나하게 돌아가면 으레 그렇듯 라이프 스토리가 나오고, 심약한 여학생들은 슬픈 집안 사를 가진 선배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때론 민박 골목의 허름한 담벼락 아래에서는 캠퍼스 커플들이 남몰래 입맞춤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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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 해수욕장 전경 ⓒ 김대갑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라서 '맨섬'이라고도 불리던 명선도는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섬의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조명등이 빨강과 노랑, 파랑의 색깔을 밤바다에 뿌려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황홀한 야경을 만들어 낸다.

특히 파도가 여인의 치맛자락처럼 들락날락하는 모양새를 갖추면 조명등이 파도에 맞추어 너울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만큼 명선도는 진하해수욕장의 낮과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보물인 것이다.

현재 진하해수욕장은 관광지로서 많이 개발되어 있는 편이다.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모텔들과 술집들로 인해 한적하고 조용한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송림 사이에 마련된 널따란 텐트 야영장은 그 옛날의 추억을 되살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민박집에서 즐기던 낭만이 텐트 야영장으로 변했을 뿐,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이 뿜어내는 여름밤의 열기는 대동소이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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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선도 전경 ⓒ 김대갑

올여름, 진하해수욕장에서 한적한 휴가를 즐기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의 한 토막을 만들어 줄 것이다. 남창 사거리의 울주군 향토 사료관에서 아이들에게 옛 민속품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또 울산 온천의 뜨거운 물에 지친 몸을 내맡기는 것은 더 없는 피로회복제이다. 더군다나 근처에 있는 대운산 계곡에 가서 기름기 없는 돼지 바비큐에 생 동동주 한 잔 걸친다면 그 얼마나 멋진 여름휴가가 되겠는가. 집으로 갈 때는 그 유명한 서생 배 한 상자를 사는 센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로 진하해수욕장은 온천과 계곡, 해수욕과 먹을거리, 그리고 갯벌 탐험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해수욕장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잔하해수욕장 #울산 #명선도 #모세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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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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