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로 농성 525일째. 서울 강남 22층짜리 르네상스 호텔 앞에 있는 폐차 직전의 승합차가 그들의 농성장이다.오마이뉴스 선대식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어. 지옥이었지."
긴 싸움의 시작에 대해 물었을 때 이 위원장이 내뱉은 말이다. 이 위원장은 "아이들 졸업식·생일 때도 못가고, 아파도 못 쉬고, 휴일에도 나오라면 나오고 18년 동안 몸 바쳐 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그런 아줌마들을 내칠 수 있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1988년 르네상스호텔 객실관리부에 공채 1기로 입사했다. 연봉이 3000만원 넘는 어엿한 정규직으로 호텔의 성장을 도왔다.
하지만 2001년 12월, 그의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호텔이 망하게 생겼다"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퇴직금으로 16개월치 월급을 줄 테니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했다.
희망 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거의 없었다. 이 위원장은 "며칠 뒤 회사 쪽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객실관리부장이 윽박지르고, 몇 번이고 사무실로 불러서 '권리포기서'를 강요했다"며 "'다른 직원들도 다 썼다'고 거짓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회사 쪽의 "사인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는 회유와 "사인 안 하면 호텔에 못 들어온다"는 협박에 100여명의 객실관리부 직원 전원이 사인을 했다. 이듬해 1월 객실관리부 직원들은 '르네상스서비스팀'이라는 회사로 용역 전환됐다. 이 위원장은 "그 땐 용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노조에서 임금 협상 결과를 내놓았는데 월급이 11만원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시정조치, 그러나 바뀐 것은 없었다
2002년 6월 용역으로 전환된 객실관리부 여성 노동자 50여 명이 회사 몰래 전국여성노조에 가입하면서 그의 인생은 다시 한번 요동쳤다.
"9월 노조 가입 사실이 들통났다. 그 땐 사람도 노예도 아니었다. 화장실까지 쫓아다녔다. 한 노조원의 경우 친척이 죽어 경조휴가를 갔는데, 회사에서 못 믿겠다며 무덤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다. 없던 스케줄까지 생겨나 노동 강도가 점점 세졌다. 정규직 때 한번 받지 않았던 서면경고를 무수히 받았고 연봉은 1/3로 줄었다."
르네상스노조원들은 강남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 진정을 냈고 노동사무소는 2004년 5월 호텔 쪽에 '시정조치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 뿐, 바뀐 것은 없었다. 2005년 11월 검찰은 호텔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결국 2005년 12월 31일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노조원 15명을 포함해 20여명이 해고됐다.
이에 대해 현재 르네상스 호텔 쪽은 "검찰에서 무혐의 판정을 냈기 때문에 사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앞으로 새로운 판결이 나오면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위원장과 노조원들의 목소리는 높아져갔다. 특히 현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함소란(53) 사무국장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어들었다. 해고된 뒤 그들의 농성은 그리고 그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위원장과 함 사무국장은 번갈아가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들의 농성과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