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인터뷰 때 만난 이옥순 르네상스노조 위원장이 르네상스 호텔을 뒤로 하고 농성 승합차 옆에 서 있다.오마이뉴스 선대식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진한 눈물이었다."
르네상스호텔 노조 조합원인 배길자(56)씨가 '지난달 19일의 법정'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어 "판사의 판결을 적으려 했지만 믿을 수가 없어 한 글자도 적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정을 나오면서 말도 못하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 역시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그때의 감정을 상기된 어조로 전했다.
이 위원장과 노조원 10명이 르네상스 호텔을 상대로 '체불임금 지급 및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낸 것은 지난 2004년 11월이었다.
소송을 낸 사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르네상스 호텔 객실관리부 정규직이었던 그들은 2002년부터 '르네상스서비스팀(RST)'이라는 용역업체로 소속이 바뀌었다. 이 위원장은 "그땐 용역이 무엇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용역전환으로 그들의 임금은 1/3로 깎였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그들은 이내 노조를 만들었다. 강남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 진정을 내 2004년 5월 '불법파견이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힘을 얻어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소송은 너무 길었고, 그들에게 안 좋은 일들이 닥쳤다. 2005년 11월 검찰은 불법파견과 관련 호텔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그리고 한달 후 이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 20여명은 그해 12월 31일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일터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법원, '정규직으로의 원직복귀' 판결
배씨는 소송과정을 "사람이 아닌 노예였던 시기였다"고 기억했다. "진실이 돈 앞에 묻힌 것"이라고도 말했다. 1심 판결을 앞두고 노조원들에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르네상스 호텔 노조원 11명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RST는 르네상스호텔로부터 직접 지휘를 받아왔다"며 "불법파견이다"고 판결했다. 이어 "근로자파견법에 따라 고용 후 2년이 경과했으므로 원고에게는 르네상스호텔 종업원의 지위가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는 곧 '정규직으로의 원직복귀'를 의미하는 것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호텔은 노조원들에게 향후 복직 시까지 매월 113만3천원을 지급해야 한다. 여기엔 계약이 해지된 2006년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밀린 임금도 포함된다. 또한 소송비용의 경우 1/5을 제외한 나머지를 호텔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조 쪽 소송 대리인인 이치선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전향적인 판결을 내렸다"며 "복직 때까지 임금을 지급하라는 건 최초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등법원에 가서도 법리적인 부분이 뒤바뀌지 않을 것이다"며 2심 판결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르네상스호텔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이성종 교육선전국장 역시 "사법부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호텔은 대법원까지 끌고 가지 말고 직접고용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누구보다 르네상스호텔노조 노동자들이 판결의 의미를 가장 잘 알고 있다. 배길자씨가 말했다.
"우리는 십 수 년 정규직으로 일하고 아웃소싱(용역)되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됐다. 우리의 사례는 이 시대 대한민국의 부당한 기업경영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우리가 이겨야 다른 곳에서도 경영자들이 노동자들을 함부로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