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KBS1TV '한국사 傳=역관 홍순언'편을 보고

등록 2007.06.18 10:16수정 2007.06.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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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라도 이 세상에 출생한 순간부터 인연(因緣)을 맺으며 살아간다. 우선 최초의 인연은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일 테고 형제 친·인척도 그 범주에 속한다.

다음으론 학교와 직장, 그리고 사회 등지서 맺은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도 모두가 인연이다. 그런데 인연에는 좋은 인연(善緣)이 있는 반면 악연(惡緣)도 있다.

선연의 대표적인 경우는 지금부터 소개할 조선의 제 14대 왕 선조 시대 역관 홍순언(洪純彦)과 중국여인 류씨와의 실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대신에 악연은 여전히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에 어쩌면 견원지간인 우리와 일본의 관계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터이다.

오랜 기간 방송되었던 '역사스페셜'이 종영되고 그제(6월 16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한 KBS -1 TV의 <한국사 傳 - 인연, 조선의 운명을 바꾸다 - 역관 홍순언 편>에서 바로 선연의 실체를 발견하고 느낀 바 적지 않았기에 펜을 들었다.

조선왕조 창업의 기틀을 세운 지도 20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조선의 어떤 숙원사업으로 남아있던 것이 종계변무(宗系辨誣)였다. 이는 조선 개국 초부터 선조 때까지 약 200년 간 명(明)나라에 잘못 기록된 조선 태조 이성계(李成桂)의 종계(宗系)를 개록(改錄)해 줄 것을 주청한 사건인데 당시 명나라의 <대명회전(大明會典)> 등에는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고려 우왕 때의 이성계 정적이었던 이인임(李仁任)의 아들로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이성계를 그의 아들이라 한 것은 조선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었기에 그의 자손인 선조 또한 반드시 이를 바로잡고자 하였다. 이 사건은 결국 조선과 명나라 두 나라 사이에 심각한 외교문제로까지 부각되었다.

하여 태조 때부터 여러 차례 사신을 보내어 고쳐줄 것을 요구했으나 시정 약속만 하고 실현되지 못하여 이는 조선 역대 왕들의 가장 큰 현안문제가 되어왔다. 그같이 중차대한 난제를 해결했음은 물론이며 임진왜란의 난세까지도 슬기롭게 헤쳐 간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홍순언이란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어떤 아름다운 인연과 그 인연에서 기인한 보은의 결실이 있었기에 오늘날까지도 많은 기록과 인구에까지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종계변무의 임무를 달성하지 못하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처지에 몰린 역관 홍순언은 중국으로 들어간다. 그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나는데 그가 바로 지난날 북경의 어느 기생집에서 만났던 여인 류씨였다.


역관(譯官) 홍순언은 중국말도 능숙할뿐더러 학식도 풍부하고 외교 수완도 뛰어난 사람이었다. 또한 여러 차례 중국을 왕래하여 그 나라의 인심과 풍습도 잘 아는 외교관 겸 국제 장사꾼이었다.

홍순언이 어느 해에도 또 다시 사신의 일행으로 중국의 장안에 가게 되었다. 홍 역관이 하루는 장안의 술집(妓館)에 가게 되었는데 접대하는 여자가 들어섰다. 근데 소복을 입은 젊디 젊은 그 여인은 용모도 고왔지만 보면 볼수록 행동거지 역시도 고상하고 예의범절이 보통이 아니었다.

홍 역관이 조심스럽게 수심이 깊은 그 여자를 대하면서 거듭해서 물으니 그 여인은 그제야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죄를 얻어 처형된 병부상서의 딸이었단다. 근데 돈이 없음에 부친의 시체를 고향으로 모시고 가 치상(治喪)하기 위해 몸을 팔게 되었다고 했다.

이에 원래 천성적으로 정의감과 동정심이 강했던 홍 역관은 그 사연을 듣고 이 가련한 여자를 구해 주고자 결심하였다. 그는 술집 주인에게 대신 빚을 청산해 주고 그 여자를 자유의 몸이 되게 해주었다.

홍 역관이 거금을 들여 그 여인을 구해 주니 주위에서는 이상한 눈빛으로 보았으나 홍 역관은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그 자리를 떴다. 그같이 크나큰 고마움에 대해 그 여자가 얼마나 감격했을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더니 그 뒤 그 여인의 신분은 수직상승했고 그 여인은 보은의 의미로서 종계변무의 막중한 책무의 해결까지 홍순언에게 선물로 주었음은 물론이다.

그 뒤 임진왜란이 발발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일본의 침공을 당하게 된 조선 조정은 명나라에 구원병을 청했다. 그러나 명나라는 조선의 구원병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 때도 나서서 나라를 구한 영웅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홍순언이었으며 그러한 도움의 배후엔 역시나 과거 좋은 인연을 맺었던 여인 류씨와 그녀가 재혼하여 남편이 된 명나라의 병부상서 석성(石星)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석성은 제독(提督) 이여송(李如松)에게 군사를 내주고 조선의 구원병으로 파견하여 누란에 처한 조선의 왜란을 막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역관 홍순언에 대한 기록과 이야기는 선조실록과 성호사설, 열하일기에도 등장하는 등 그 책만 30권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어쩌면 에고이즘이 고착화된 사회서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은혜를 보은하기보다는 은혜를 도리어 원수로 갚는 기가 막힌 경우도 종종 보는 중이다.

하지만 역시나 좋은 인연만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법임을 <한국사 傳 - 인연, 조선의 운명을 바꾸다 - 역관 홍순언 편>에서 다시금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런 걸 보자면 개인이든 외교든 간에 여하튼 좋은 인연을 맺는 게 끝도 좋은 법이지 싶다.

덧붙이는 글 | 독립기념관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기념관에도 송고했습니다
#홍순언 #류씨 #한국사전 #임진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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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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