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노조가 없다고? 비정규직도 없다

[현장] 이랜드-비정규 노동자 투쟁 문화제

등록 2007.07.25 00:02수정 2007.07.2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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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랜드-뉴코아 비정규노동자 해고철회와 비정규악법 전면재개정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랜드-뉴코아 비정규노동자 해고철회와 비정규악법 전면재개정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한 뉴코아 비정규노동자들이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경기 평촌 집회를 마친 뒤 곧 청계광장으로 향하면서 따로 식사할 겨를이 없었던 이들은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집회에 참여한채로 끼니를 때웠다.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한 뉴코아 비정규노동자들이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경기 평촌 집회를 마친 뒤 곧 청계광장으로 향하면서 따로 식사할 겨를이 없었던 이들은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집회에 참여한채로 끼니를 때웠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24일 밤 '이랜드 노조 문화제'에 참석한 임정재(52)씨의 말이다. 송파구청 민원봉사과에서 일했던 임씨는 지난 6월 29일을 마지막으로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일터에서 쫓겨났다. 비정규직법 때문이다.

임씨는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랜드 노조의 싸움에 함께하고 있다. 임씨는 "이랜드가 비정규직 투쟁의 첫 주자다, 매우 중요하다"며 "(이랜드 노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시켰다"고 밝혔다.

이랜드 노조의 싸움은 이제 임씨에겐 '내 싸움, 우리 모두의 싸움'이다. 임씨처럼 문화제에 참석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싸움을 '희망'이라고 불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우리의 꿈과 희망"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4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청계광장으로 모였다. 민주노총 주최로 '이랜드-뉴코아 비정규 노동자 대량해고 철회, 노무현 정권 규탄, 비정규악법 전면 재개정 투쟁 문화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문화제에는 이랜드 일반노조, 뉴코아 노조를 비롯해 전국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민주노총 조합원 700여명이 참석했다. 문화제는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누가 여러분(노동자)에게 진정한 희망을 던져주었나? 이랜드 노조가 우리의 꿈과 희망이다."

허 부위원장은 "이랜드 노조가 고통 받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희망을 쟁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 역시 "이랜드 노조의 싸움에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 연대하고 있다"며 "아름다운 연대다"고 말했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이랜드 노조가 자랑스럽다"며 "(그들은) 당차고 세상을 뒤바꿀 수 있는 기개가 있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랜드 싸움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우리 어머니들의 비정규직 투쟁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며 "이 싸움에 지면 노동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노동자가 이랜드를 지켜보고 있다"

얀 포르스탠보리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서비스분과국장이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해 연대사를 통해 이랜드-뉴코아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얀 포르스탠보리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서비스분과국장이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해 연대사를 통해 이랜드-뉴코아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랜드 노조의 싸움은 전 세계 모든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한 싸움이다."

이랜드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한국 노동계 뿐만이 아니었다. 연단에 오른 얀 포르스탠보리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서비스분과(Commerce) 국장은 "(이랜드 노조의 싸움에) UNI 1500만 노동자가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얀 국장은 "(이랜드 노조를) 존경합니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이랜드 싸움은 노동자이자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상에 어느 노동자들이 이렇게 훌륭한 승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고 강조했다.

이랜드 매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관련 얀 국장은 "UNI에서 청와대에 공개서한을 보내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에 (공권력 투입이라는) 폭력적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고 말해 많은 노동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얀 국장이 구속된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에 대해 "금요일에 김 위원장을 이 곳에서 다시 만나기를 학수고대 한다"고 말하자 큰 환호가 이어지기도 했다. 얀 국장은 마지막으로 "이길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며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성경에 노조가 없다고? 비정규직도 없다!"

이어 무대에는 연극 공연을 올려졌다. 노래와 춤도 빠지지 않았다.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자 노동자들은 비옷으로 몸을 가렸다.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마당극 놀이패 '걸판'의 공연이 시작되자 노동자들은 무대 위를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전도사로 분한 최현미(27)씨가 성경을 읽으며 '기독교 기업 이랜드'를 비꼬았다.

"고약성경. 이랜드 회장 가라사대, 성경책에 노조는 없다. 이에 조합원과 시민들이 가라사대, 어리석은 자여, 성경책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말도 없다. 이랜드 회장 듣기에 뻘쭘하였더라."

이날 집회는 저녁 9시 45분 노동자들이 모두 일어서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함께하자 우리 이 길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이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를 피하기 위해 급히 우비를 덮어쓰고 있다.
24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들이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를 피하기 위해 급히 우비를 덮어쓰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랜드 #비정규직 #홈에버 #홈에버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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